기복이 되지 않으려면...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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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복이 되지 않으려면...

본문

질문

저희 집은 엄마하고 제 밑으로 네 동생이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지금 칠 년째 관절염으로 병상에 계세요. 저는 다른 일보다도 엄마나 동생들 생각을 많이 하는데 나와 남이 둘이 아니고 또 저와 엄마가 둘이 아니고 동생들과도 둘이 아니고 일체가 다 한자리에서 돌아간다는 것을 저도 알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관하고 맡기다 보면은 제 자신이 기복으로 흘러간다는 걸 가끔 느껴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기복이라는 건 상대를 두고 비는 거를 말하는 겁니다. 상대를 두고 바깥으로 믿는다면 그건 기복입니다. 누구나가 전력은 같습니다. 생명의 근본이 다 똑같다 이겁니다. 다 똑같은데 마음 쓰는 거라든가 차원이나 모습이 다른 것이죠.

그러니까 엄마는 엄마대로 받을 수 있는, 즉 말하자면 물을 이쪽 컵에다가 부을 때에 컵을 들고 있어야 그 물이 받아지거든요. 그러면 이쪽 컵에 있는 물을 저쪽 컵으로 한데 옮기면 그냥 한 그릇이 돼 버리죠? 마음도 역시 그래요. 그래서 엄마도 동생들도 다 받는 거예요. 이걸 모르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관하는 도리는 가르쳐 줘야 돼요. 그러고 항상 관할 때에 저쪽에서 만약에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그쪽으로 내 마음을 주고, 이게 바로 손을 폈다가 오그렸다 하는 도리요, 이게 중용입니다. 그냥 작용이 아니고 그냥 활용이 아니라 바로 모두를 살리는 중용이라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엄마한테 가면은 엄마로 하나가 돼 버리고, 엄마 마음을 나한테로 넣으면 나로 하나가 돼 버리니까 더불어 가벼워지는 거예요. 이 도리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겁니다.

그러니까 마음이라는 것은 수만 개를 갖다 넣어도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수만 개를 꺼내도 줄지 않고요. 그러기 때문에 이 도리를 실험하고 체험하고 알아야 되겠기에 자기 주인공에 일체를 놓으라고 하는 겁니다. 진짜로 믿고 놓는 작업을 해라 이거죠. 나를 발견하지 못해서 父와 子가 한데 상봉을 못한다면 어떻게 父로 하나가 되고 子로 하나가 될 수 있느냐 이겁니다. 가만히 있으면 부처가 되고, 생각을 내면 법신이 되고, 몸을 움죽거리면 화신이 되는데 그 도리를 모르니까 그 도리를 알기 위해서 우리가 지금 공부를 하는 겁니다. 모두가 전부 나와 도반으로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전깃줄과 전깃줄이 한데 합쳐지니까 불이 들어오더라는 소리죠. 이게 한 쪽만 가지고는 절대로 될 수가 없어요. 갖다 이어놔야 불이 들어오죠. 그러니까 엄마한테도 관하는 법을 가르쳐 드리고 동생들한테도 관하는 법을 똑똑히 가르쳐 주도록 하세요.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계를 다 거기다 놓고 용도에 따라서 굴릴 줄 아느냐 이겁니다. 항상 얘기하듯이 근본에다 맡기되, 믿으면 맡길 수가 있지만 믿지 못하면 맡길 수가 없다 이 소리입니다. 그리고 만날 “주인공! 해 주시오. 주인공! 이렇게 나 좀 해 주시오.” 한다면 그건 어불성설입니다. 그건 있을 수가 없어요. 그건 상대성이기 때문이 자활(自活)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조금은 어렵더라도 잘 넘기면서 직발로 활을 쏘는 심력을 기르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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