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로 화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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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선원 달력 법어에 보면 ‘끊임없이 나오는 생각 되돌리면 에너지로 화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좁은 소견으로는 정말 내 한생각 되돌려 놓는 것에 그러한 에너지가 충만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질문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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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애당초 조그만 씨앗에서 싹이 나오듯, 물에서 조그만 생물체가 나오듯이, 즉 말하자면 그것이 자기의 에너지입니다. 자기의 주인공이라는 에너지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임신을 해서 어린애를 낳을 때는 반드시 정신계의 자기라는, 애당초에 태어난 그 존재가 거기에 같이 혼합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정자 난자와 같이 합해서 끊임없이 그렇게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끊임없이 나오는 그 에너지가 뭐냐? 불성이라는 겁니다, 불성. 그 불성이, 즉 말하자면 에너지로 화해서 나옵니다. 그래서 누구나가 다 에너지가 자기한테 있고, 부처님 말씀대로 불성이 자기한테 있으니까 항시 자기를 먼저 믿고 그 뜻을 알아서 거기에 관하라는 얘기입니다. 거기다 관해서 애당초부터 끝까지 살아나가는데 거기를 믿고 거기다 일거수 일투족을 다 놓으라고 하는 겁니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고 놓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냥 껍데기로만 사는 겁니다.
그러니 열심히 관하라는 게 어떤 거냐 하면 당신만이 나 아닌 나니깐, 내가 아닌 당신이 모든 걸 해 나가니까 주인공 당신만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관하라는 말입니다. 여러분이 심장과 소장 대장 눈 귀 코가 모두 열려야 됩니다. 눈도 떠져야 되고 귀도 뜨여서 들려야 되고 모두 둘 아니게 함유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둘 아니게 돼야만이 그 때 가서는 물질적인 나의 모습과 정신계의 나의 보이지 않는 모습이 둘 아니게 하나가 되는 겁니다. 하나가 돼 버리니깐 그 때는 거칠 게 없고, 말하자면 공생이나 공심이나 또 공체나 공용이나 전부 걸림 없이 둘 아니게 되니까 모두가 보이지 않는 데도 보이는 데도 둘 아니게 온화하게 한 도량을 지켜나갈 수 있단 얘기입니다. 한 도량 하면은 전체를 따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도리를 알게 되면 전체가 다 둘이 아니고 전체가 다 같이 움죽거린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말해서 에너지 불성이라고 하는 그 자리에서 다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도리를 진짜로 믿고 진실하게 관하시면 모든 게 다 둘이 아니게 조화가 돼서 자연스럽게 돌아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옛날에 임제스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지 않았습니까? “네가 주장자가 있다면 내 주장자를 너에게 줄 것이로되, 네가 만약 주장자가 없다면 너의 주장자를 뺏을 것이다.”라고요. 그러니까 임제스님이 주장자를 줘도 형체가 없기 때문에 준 사이가 없이 주는 겁니다. 준 사이가 없이 주었으니 받은 사이가 없이 받았다 이거죠. 둘이 아니니까 그냥 하나라는 겁니다.
그런데 네가 주장자가 있다면 내 주장자를 너에게 줄 것이로되 네 주장자가 없다면 오히려 뺏어 올 것이라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누구나가 다 자기 주장자를, 자기 자신을 이끌어 가는 자기 주인공을 진짜로 믿어야지 믿지 않으면 안 된다 이거예요. 왜 우리가 생리적으로 따져 볼 때도 모든 일체 의식이 더불어 한데 합쳐서 살고 있지 않느냐 이겁니다. 그래서 공체다 이겁니다, 공체(共體). 부처님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누진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오관이 다 한데 합쳐서 한 덩어리다 이거예요. 그래서 에너지는 정수리로 인해서 내가 생각하는 대로 들고 나게 되어 있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그냥 무조건 자기를 믿고 잡아나가요. 진실로 믿는다면 거기에서 에너지가, 즉 말하자면 밤이 돼서 날이 캄캄하면 에너지 창고가 되고 날이 밝으면 그 에너지로 인해서 밝음이 온다 이겁니다. 태양도 에너지로 인해서 또 밝아지는 것 아니냐는 거죠. 그러니까 모든 게 각자 생명체가 있다 하면 그건 에너지로 인해서 생긴 거니까요. 그래서 물을 조금만 주고 거름을 조금만 줘도 꽃이 살아나잖아요. 그것도 에너지이다 이겁니다.
그래서 그냥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참선이고 섰다 앉았는 것도 참선이고 일하는 것도 참선이니 참선 아닌 게 하나도 없다고 하는 겁니다. 그건 걸림이 없다 이 소리예요. 그렇지만 내면의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은 에너지가 따로 있어서 나오겠지 이러지만 따로 있어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내 한생각에 의해서 그냥 에너지로 화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승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 삶이 따로 있다 할 것도 없고, 그냥 내 자유로 자유스럽게 에너지고 뭐고 어떤 모습이든 자기가 다 될 수 있는 그런 여건이 되는 게 바로 마음공부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 공부는 마음의 중심을 세워서, 중심이 즉 부처지 딴 데 있는 게 아니다. 중심이 주장자요 중심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래서 기둥이라고 말을 하는 겁니다. 마음이, 생각나기 이전의 그 마음 중심이 바로 기둥이다 이겁니다. 여러분의 기둥이다. 그러면 그 기둥은 전체적인 기둥이지 개별적인 기둥이 아니죠. 그러니까 전체적인 그 기둥은 뭐든지 내가 요구하는 대로 불을 켠다든가 라디오를 켠다든가 물을 끓인다든가 밥을 짓는다든가 또는 발전기를 돌린다든가, 하여간 어떤 경우에도 다양하게 쓸 수 있는 그 기능의 주장자는 전체적인 걸 갖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걸 내가 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기 때문에 자기의 중심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을 진짜로 믿는다면 그것은 첨단의 언덕을 넘고도 남음이 있고 내 한생각을 용도에 따라서 지혜롭게 되돌리면 불성이, 즉 말하자면 에너지로 화해서 나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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