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는 법과 굴려놓는 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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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현대불교신문을 통해 마음공부를 접하게 된 불자입니다. 스님께서는 어떤 어려운 경계가 닥쳤을 때 무조건 주인공에 놓으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굴려서 놓아야 한다고 하시는데 저는 초발심자인지라 많이 헷갈립니다. 놓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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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마음을 닦는 법이란 먼저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고 마음을 다스릴 줄 안다면 바로 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굴려놓을 줄을 안다면 굴려놓고서 다시 끄집어내서 착을 가지고 쥐고 놓질 못해서 다시 쥐고 나오는 그러한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이것이 진실로 들어가는 지름길입니다. 가정에 어떠한 애고가 닥쳐도 타파해나갈 수 있는 것이 바로 놓고 가는 도리입니다. 지혜롭게 바로 돌려놓는 그 자체를 말하는 겁니다.
우리가 굴려놓는다고 하니까 다른 뜻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마음이라는 것은 체가 없기 때문에 경계가 닥쳐오는 것도 체가 없는 데서부터 체가 있는 데로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이 꼬여 들어가는 것도 마음으로부터 일이 벌어져 가지고 바깥으로 어지럽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어떠한 일이든 그것은 마음으로 하는 거니까, 마음으로 꼬여진 거니까, 마음에서 모든 게 벌어지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상대가 되고, 상대가 벌어지고 얽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으로 해결을 할 수밖엔 없다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생활 속에서 어떠한 문제가 닥쳐오더라도 미리미리 대처를 해서 카바를 해나갈 수 있는 그런 여건이 필요하다 이겁니다. 버스 지나간 뒤에는 이미 늦어지는 겁니다. 버스가 이미 지나갔는데 아무리 버스 보고 다시 돌아와서 내 앞에 서라고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도 당당하고 에누리가 없고 지혜롭게 하라고 가르치셨지 허무맹랑한 걸 가르쳐 주신 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리하게 욕심을 내거나 아무 생각 없이 보증을 서거나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르지 말고 자기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장소도 마련하고, 어떻게 해야 사람이 많이 다니는지, 요런 물자는 어느 지점에다 가게를 내야 잘 될 건지, 지금 현 사회에서는 어떠한 것이 제일 잘 먹혀 들어가는지, 어떠한 것을 잘 쓰고 들어가는지를 모두 잘 살피면서 모든 것을 해나가야지, 그것도 보지 않고 아무 데나 그냥 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돈 꾸고 뭐 해서 그냥 딸깍 망해 가지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살고 있는 집까지 다 뺏기게 되는 그런 행동은 없어야 되겠죠. 이것이 모두 여러분이 지혜롭지 못한 탓에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내 마음을 다스려 나가면 벌써 스스로 구덩이에 빠지지 않게끔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만드는 겁니다. 이건 자동적입니다. 그러니깐 이 마음공부 하고 가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당신이 마음먹는 데에 따라서 법이 된다 이 소립니다. 그런데 믿고 맡기고 그냥 하지 못하고, 믿고 맡겼다고 하면서도 불안하니까 그거를 다시 끌고 나와서 또 그거를 생각합니다. 놨음에도 불구하고, 맡겼으면 맡긴 대로 지켜봐야 할 텐데,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에게 일을 부탁할 일이 있으면 그 사람을 믿고 맡겨야 그걸 받은 사람이 일을 알맞게 충실히 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일을 맡겼다 다시 뺏고 또 일을 맡겼다 다시 뺏고 이러면 일을 제대로 해낼 수가 없지 않습니까? 바로 그와 같습니다. 그러니깐 다시 말해서 이미 맡겼다면 그대로 지켜볼 일이지 그거를 도로 뺏어들고 나오지 말라 이 소립니다.
여러분이 될 수 있으면 잘 집어먹고 잘 알아듣고 수행을 잘 하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겁니다. 부처님께서 삼천 년 전 그 때 그 시절의 용어를 가지고 말씀하신 것이 우리 지금 시대 사람들에겐 상당히 어려워서 그걸 뜻으로 파악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은 지금 용어로써 보고 나가고 듣고 나가는 데서 그냥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니 말로만 듣고서 그냥 넘기지 마시고 나라에 위기가 닥쳤든, 가정에 위기가 닥쳤든, 어떠한 개인적인 문제로 위기가 닥쳤든 그거는 마음먹기에 달렸지 않겠습니까? 다가오는 걸 타파해나가고 실천을 하려면 지혜롭게 굴려서 자꾸 갈아 써야 합니다. 갈아놓고 갈아 써야죠. 사람 몸도 헐면 다른 새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죽는 겁니다. 기계도 녹이 슬고 망가지면 다른 기계로 바꿔서 새로 들여놓습니다. 그러니까 녹이 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좀더 열심히 일체를 내려놓고 관하면서 지켜보라고 하는 겁니다. 내가 옷을 갈아입고 싶다고 할 때까지 어디에도 녹이 슬지 않고 입을 수 있게, 빛 바래지 않고 녹슬지 않고 오래 쓸 수 있게끔 모든 것을 다 몰록 그 자리에 돌려놓는 작업을 하면서 더 열심히 마음공부를 하시라는 겁니다. 그걸로 인해서 온 가정이 다 살 수 있는 건데 녹이 슬게 하고 빛이 바래게 하고 잘 돌아가지 않게 만들어 놓는다면 어떻게 한 가정인들 다 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좀 놔둘 기계라면 미리미리 기름을 발라서 녹이 안 슬게 하듯이 우리 마음도 역시 그렇게 미리미리 단도리를 하라는 겁니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 속에서 세파를 겪으면서 살아나가려면 너무나 닥치는 게 많으니까 ‘그런 일들이 모두 닥치지 않게 하는 것도 너밖에 없다.’ 하고 미리 봉을 박아놓는 겁니다. 봉을 박아놨어도 앞서에 봉을 박지 못해서 오는 것은 다가오게 돼 있지만 닥치는 대로 오고 난 뒤에 봉을 박아도 되는 겁니다, 진실로 맡겨놓는다면 말입니다. 그러니까 거기다 자꾸자꾸 돌려놓고, 나쁜 것이 돌아올 때도 거기다가 굴려놓는 겁니다. 자꾸 돌려놓는 겁니다. 내 기준에 맞게 좋게 생각을 해서 굴려놓는 겁니다.
예전에도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만, 이성계가 꿈을 아주 나쁘게 꾸고 나서 무학대사를 찾아가서 그 꿈 얘기를 물으니까 지혜로운 무학대사는 그 꿈 얘기를 듣고서 묵묵히 한참 있다가 대답을 하기를, 꽃이 피었다가 우수수 떨어지는 꿈을 꿨으니 그 얼마나 언짢습니까? 까마귀가 그냥 울고 가는 꿈을 꿨고, 대문에 허수아비 모가지를 매서 대롱대롱 매달아놓은 걸 봤고, 색경이 걸렸던 것이 그냥 와르르르 떨어져서 깨지는 꿈을 꾸고 그랬으니, 생각해보십시오. 이성계가 얼마나 언짢게 생각했겠는가 말입니다. 우리의 상식으로서는 비할 수 없이 언짢은 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거꾸로 다니고 바로 다니고가 없습니다. 이거 우리가 바로 다닌다고 볼 수는 없는 겁니다. 때로는 거꾸로도 되고 때로는 바로도 됩니다. 그러니 꿈조차, 꿈이 고정됨이 있겠습니까? 그건 마음먹기에 달려있죠. 그러니까 까마귀가 울고 간 것은 지금으로 친다면 청와대에 들 꿈이고, 가옥 가옥이니까 말입니다. 색경이 와르르 깨진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소문이 난다는 것이고, 꽃이 피었다가 우수수 떨어진 것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고, 허수아비가 목을 매서 대문 밖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은 모든 만민이 쳐다본다는 것이라고 무학대사께서 이렇게 꿈 해몽을 해줬더랍니다. 하하하. 그러니 그렇게 해서 임금이 되기도 했더랍니다.
그런 것과 같이 우리가 구정물을 새 물로 바꿔서 먹으려고 하는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물뿐이 아닙니다. 물은 어디에도 들어갑니다. 물 안 들어가는 데 없지요? 일체가 물 안 들어가는 데가 없습니다. 인간도 피가 없으면 바로 죽습니다. 피도 물이니까요. 모두가 물 안 들어가는 데가 없듯이 우리 마음 자체가 바로 굴려서 놓고 바꿔놓는 데 의미가 있고 묘미가 있고 아주 지혜로운 실천이 나오는 겁니다. 놨으면 진짜로 믿고, 도로 뺏어 가지고 나오진 마십시오. 허허허. 진짜로 믿어야 합니다. 누굴 믿습니까? 허공을 믿습니까, 이름을 믿습니까? 뭘 믿습니까? 못났든 잘났든 자기를 끌고 다니는 자기 마음의 주인을 진짜로 믿어야죠. 자기 마음의 주인만이 자기를 이끌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이겁니다. 그거부터 알아야 모든 일체제불의 마음도 거기에 한 찰나에 들고나고 들고나는 겁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일체를 놓고 가는데, 초심자들에게 돌려놓으라고 하는 것은 놓고 난 후에 벌어지는 결과에 대해 믿지를 못하니까 안 되는 일은 되게끔 돌려놓고, 언짢은 일은 좋게 잘 돌아가도록 돌려놓으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 내면에 굳건히 내 주인공을 세우고 나쁘고 악한 거든지, 그런 게 다가올 때는 마음 한생각을 잘 내서 굴려서 거기 놓고, 자기가 선행을 했든 좋은 일이 생겼든 모두를 감사하게 생각을 해서 굴려놓고, 그 자리에서 물러서지 말고 매사를 다 그렇게 한군데서 들고 나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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