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우침에도 시간이 필요한지...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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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우침에도 시간이 필요한지...

본문

질문

내 마음의 근본을 발현해 내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요. 마음공부를 시작한 지가 몇 년 되지 않아서 근본의 참소식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인지요. 어떻게 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하루 빨리 근본을 발현해 낼 수 있을는지요. 갑갑한 마음이 밀려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오히려 그것을 잘 생각해 봐요. 생각을 잘 돌리면 공부하는 데 아주 진전을 볼 수 있어요. 여직까지 점차적으로 왔기 때문에 빨리 할 수가 있다 이 소리예요. 일 년이든 이태든 이렇게 왔기 때문에 쉬울 수가 있다 이겁니다. 그 일 년이 한 달도 될 수 있고 한 달이 일 년이 될 수 있고, 삼 년이 석 달이 될 수 있고 석 달이 한 달이 될 수 있고, 한 달이 사흘이 될 수 있고 사흘이 하루가 될 수 있고 하루가 일 초가 될 수 있다 이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얼마 동안 공부를 했다는 그런 착(着)을 가질 게 하나도 없는 거죠. 바로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백 년 할 거를, 남들이 삼 년 할 공부를 사흘에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흐리벙벙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초서부터 차근차근 생각해 보세요. 어디 나 이외의 딴 데서 척 뛰어 들어오는 게 아니에요, 성불한다는 게. 그러니까 항상 그 근본 주처에, 즉 불성 자리에서만이 모든 걸 들이고 내고 움죽거리게 하고 말하게 하고 보게 하고 듣게 하고 한다는 거를 믿고 알면 고대로 실천을 해 보세요. 그러니까 그런 작용을 진짜로 믿어야 된다 이거예요. 간절하게 믿어야 된다, 간절하게 믿는 반면에 간절하게 관할 수 있으니 모든 것은 해결이 난다 이겁니다.

그런데 간절하게 믿고 들어가긴 들어가되 그것도 무심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점차적으로 어저께 일한 거는 그냥 없어졌고 오늘 일한 것도 또 없어져요. 일을 한 사이가 어디 있어요? 만날 쳇바퀴 돌듯 하는데요. 우리 인생살이가 지금 쳇바퀴 돌듯 하는 거지, 어저께 한 거를 쥐고 있고 그러나요? 어저께 한 거는 그냥 간 곳이 없고 오늘 또 해야 돼요. 오늘 또 채워야 하고 또 오늘 찬 거는 간 곳이 없고 또 내일 또 채워야 돼요. 항상항상 가면서 놔 버리면서 가는 거예요.

어저께 한 말을 지금도 쥐고 있습니까? 쥐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놔 버렸지. 놔 버리는 사이 없이 그냥 놔 버려졌잖아요. 공으로 돌아갔잖아요. 연방 그렇게 하면서도 연방 일 초도 머무르지 않고 자꾸자꾸 없어지는 거예요. 없어지고 또 오고 없어지고 또 오고 또 없어집니다. 이러니까 물 흐르는 것과 같다고 하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 사는 자체가 물 흐름과 같기에 물 리듬과 같다고 하는 거고 파도와 같다고 하는 겁니다. 사람의 마음을 들어서 그렇게 비유한 거다 이거예요.

그러니까 점차적으로 놔 버리고 가는데 뭘 놓으라는 소리를 또 군더더기처럼 붙이느냐 이 소리예요. 지금도 항상 놓고 가잖아요. 애들은 애들이었던 모습과 생각을 놓고 어른이 되고, 어른은 어른대로 그런 것을 놓고 늙어지고 이렇게 순간순간 놔 버리는 거예요. 우린 지금 그대로 놔 버리면서 가는 거예요. 무심(無心)으로 가는 거고 무행(無行)으로 가는 거고 무설(無說)로 사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런 것에 애타게 걸리지 말아요. 놔 버린다고 하면서 놔 버리지 못해서 걸리고 그러지 말라 이거예요. 그대로 우리가 지금 하는 게 놔 버리는 거니까요. 그 놔 버리는 데다가 또 걸려 가지고 야단들이니까 그 놔 버리는 데도 걸리지 말라 이거예요. 안 놔 버리는 것도 없고 놔 버리는 것도 없다 이겁니다. 항상 놔 버리고 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말을 했다 하더라도 무설이요, 아무리 움죽거렸다 하더라도 무행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렇게 해 가면서 점차적으로 깨닫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시간이 가야 깨닫지’ 하는 생각도 말라 이거예요. 시간이 어디 고정되어 있습니까? 시간과 공간이라는 그 말이 거기 어구에 붙을 수도 없어요.

그래서 그렇게 애타게 그냥 넓혀서, 아주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또 가볍게도 생각하지 말고, 또 멀리도 생각하지 말고 가깝게도 생각하지 말고 즉 자기, 자기 심봉에 의해서 바퀴는 돌아간다는 거를 알아야 돼요. 그 심봉만을 잡아야 돼요. 그 심봉을 잡지 않으면 바퀴는 허탕 돌아가게 돼 있어요. 바퀴는 반드시 심봉을 끼고 돌아가야 돼요. 고것만 알면 됩니다. 이 세상 이치가 돌아가는 것이 바퀴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그 바퀴는 누가 가지고 있느냐. 심봉이 가지고 있다는 거죠. 심봉이 꿰어져 있지 않으면 절대로 바퀴는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는 그 사실만 알면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걸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본래 바퀴에 심봉이 꿰어져 있다는 거를 근본적으로 알아야 된다 이거예요. 그것만 알면 스스로서 우리가 놔 버릴 것도 없고 안 놔 버릴 것도 없고 그 말 자체가 거기 붙을 것도 없다 이겁니다. 그것을 알면 바로 그게 깨우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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