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거스르는 향이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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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바람을 거슬러 가진 못하는데 거슬러가는 향도 있습니까? 그리고 어떻게 수행해 나가야 그러한 경지에 이르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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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질문 잘했어요. 그래서 부처님께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섯 가지 마음의 계향(戒香)을 마친다면 자재천(自在天)에 들어 아주 자재로이 계율을 더했다 덜했다 할 것도 없을 것이고 지옥에 떨어진다 안 떨어진다도 없을 것이니라. 성불을 한다 못한다도 없을 것이니라. 여자 남자도 없을 것이니라. 길고 짧음도 없을 것이고 어제 오늘 내일도 없을 것인데, 그 까닭은 수행을 다 끝마쳐야 되느니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내가 나왔으면 일체를 내 탓으로 돌리고 일체 만법을 돌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다면 증오도 미움도 없을 것이고, 세상 법에 누(累)가 되게 하지도 않을 것이며, 계율을 지킨다 안 지킨다도 없이 계율을 지키게 될 것입니다. 둘째,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니까, 모든 게 나로 인해서 생기고 들고 나고 하는 걸 알게 돼 있는 것이죠. 그래서 잘못되는 것도 거기서 나온 것이니 잘되게 나오는 것도 그 자리라고 믿고, 잘되는 거는 감사하게 놓는, 패기 있게 물러서지 않는 그 마음이 들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 마음이 듦으로써 지혜로운 마음이 생긴다 이겁니다. 그래서 내면세계와 물질세계를 둘로 보지 않는 관찰 체험, 그렇게 해 가는 것이 셋째입니다.
또 넷째는, 그렇게 둘이 아니게 관찰을 하고 체험을 하고 가니까 그냥 자동적으로 자생중생의 수억겁을 거쳐 나오면서 얽히고설킨 그 무명이, 묶여 있던 것이 스스로 풀어진다 이겁니다. 묶였던 게 스스로 풀어지고, 풀어지니까 여여하게 다스리고 나갈 수 있다. 그러니까 바깥에서 들어오는 것도 나에게 닿기만 하면 그 무명이 무너진다 이거예요.
다섯째, 해탈지견향(解脫知見香)! 삼라만상, 그 만물만생을 마음으로 항상 느끼죠? 느끼고 보살핌이 항상 밝아요. 여여하고 항상 밝고 걸림이 없어요. 그래서 구족(具足)함을 해탈지견향! 거기까지 마쳐야만이 여자 남자도 없고, 더하고 덜함도 없고, 즉 말하자면 성불을 한다 못한다도 없고, 지옥에 떨어진다 안 떨어진다도 없고, 계율을 잘 지킨다 못 지킨다도 없이 자재천(自在天)에 들어서 자유롭게 나툴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고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는데, 거슬러 가는 향이 있느냐고 물었죠? 그랬는데 그것은 다섯 가지 계향을 마치고 난 뒤에도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믿음이요, 둘째는 전체 놓는 겁니다. 우리들이 지금 놓고 가듯이 말입니다. 어떤 거든지 다 놔서 다 버리는 거다 이겁니다. 다 놓는 거예요. 다 놔서 다 얻는 것을 둘째라고 한다, 다 놓게 되면 하나도 버릴 게 없다는 문제가 나와요.
셋째는 다 놔서 다 얻었다면 모든 일체 중생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천차만별로 달라고 하더라도 조건 없이 줄 수 있는 그런 것이 완결돼야 바로 바람을 거슬러 가는 향도 있는 것이죠. 그렇지 않다면 그냥 바람 부는 대로 흘러가기만 할 수밖에 없잖습니까. 바람을 거슬러 가는 향도 그 다섯 가지의 계율(戒律)을, 마음의 계향을 다 마치고, 또 세 가지 조건까지도 마치고 난 뒤에야 거슬러 가는 향이 있으니 그때 가서는 거슬러 간다 거슬러 가지 않는다도 없는 것이죠. 사방팔방에 모든 향음이 어느 법계에나 어느 중생에게나 닿지 않는 데가 없기에 종소리가, 종을 치면 종소리가 났는데 그 종소리를 일체 만물이, 만물만생이 다 듣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그 모두가 우리 마음의 문제라고 하는 겁니다. 마음을 계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문제요. 발전시키려면 이롭게 발전을 시켜야 됩니다. 그럼으로써 그렇게까지 마친 사람에 한해서는 사방이 툭 터졌을 것이요, 지붕도 없을 것이요, 땅도 따로 없을 것이요. 그러니 평등공법(平等空法)이면서 활궁공법(活宮空法)이면서 또는 수레공법입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을 때는 평등한 공법(空法)이요, 맷돌 얘기 가끔 하죠? 맷돌 추는 움죽거리진 않아요. 곡식을 갈아 낼 때에 맷돌 추가 움죽거리는 게 아니라 힘만 가하죠.
그런데 마음으로 다스려서 거기 놓는다는 게 어느 물건이든지 다 맷돌에다 넣어서 갈아 내는 형국입니다. 그러니 그 추는 바로 움죽거리지 않는 불성을 말하고, 움죽거리고 돌아가서 갈아 내는 것은 법을 말하고, 또 할 수 있는 마음 자체의 다스림은 바로 갈아 내는 이걸 말하죠. 그래서 그걸 종합해서 주인공이라고 이름했으니 진짜 여러분의 실상이면서 실체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자신을 무시하지 마시고 ‘나는 몰라서 그렇고, 업보가 많아서 그렇다.’는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세요. 자꾸 의식적으로 돌아가니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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