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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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희 아이가 이번에 시험을 봤습니다. 그렇지만 부모로서 아이에게 어떠한 삶이 가장 적합한 것인지 모른 채 단지 좋은 대학과 학과에만 매달리지 않았나 하는 자책이 듭니다. 물론 아이가 원하는 삶이라면 어떤 것이든 이끌어 주고 싶은 게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겁니다. 그렇지만 나 자신도 나에게 가장 올바른 것이 뭔지도 모른 채 그냥 흐르는 대로 살아가고 있으니 아이들을 이끌어 준다는 것이 참 난감합니다. 스님, 어떻게 해야 아이들의 장래가 밝아질 수 있도록 부모로서 손색이 없이 아이들을 이끌어 줄 수 있을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선(禪)과 학(學)은 둘이 아닙니다. 몸과 자기 불성도 둘이 아닙니다. 콩씨와 콩싹이 둘이 아니듯이 떼려야 뗄 수가 없죠, 그거는. 콩싹이 없어도 콩이 없고, 콩이 없어도 콩싹이 없으니까요. 진짜로 ‘아이고, 나는 바빠서 할 사이가 없어서 못합니다.’ 요러는 사람도 있거든요, 또. 그럴 때 보면요, 난 저절로 웃음이 나고 아주 죽겠어요, 그냥. 아니, 세상 살아나가는 게, 자기가 태어나서 살아나가는 게 자기가 태어났으면 콩씨가 콩싹을 형성시켜서, 자기가 또 콩씨를 만들려고 이렇게 하는 건데, 그러고는 살아나가는데 아이, 글쎄 누가 백일기도를 하랬나요, 누가 삼천 배 절을 하랬나요, 네?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좀 앉아서 ‘주인공(主人空), 너만이 네가 있다는 증명해 줄 수 있어.’ 하고 관(觀)하고, 또 여유가 없으면 그냥 서서 일하면서도 그렇게 관하고, 앉으나 서나 변소에 가나, 더럽고 깨끗한 게 불법엔 없으니까 변소에 가나 어딜 가나 자기가 있는 자리에 있으니까 다 그냥 통하는데 뭐가 바빠서 못합니까, 글쎄. ‘난 참, 아이 바빠서.’하고 이렇게 모르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바깥으로만 끄달리던 분들도 안으로 관하기가 그렇게 어렵답니다, 그렇게.
그러니 여러분은 진짜 내가 있으니깐 모두가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시고, ‘콩씨와 콩싹은 떼려야 뗄 수가 없구나.’ 하는 걸 생각하시고, 또 자손들도 그렇습니다. 업으로 자손을 낳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원수로 자식이 생기는 수도 있고 또 선업으로 자식이 생기는 일도 있고 천차만별입니다, 그 자식이라는 게. 그렇다면, 자손들도 원수로 태어났다면 말도 못하게 가슴에 못을 박게 됩니다. 또 선업으로 태어났다면 그 가슴에 그렇게 좋은 결과를 주어서 흥락하게 만듭니다. 또 원수가 아니고 업장으로다가 만났다 이런다 하면, 극하게 그렇게 나가서 그냥 온통 그 속을 썩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녹이려면 말로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때려도 아니 됩니다. 말로 한다면 오히려 더 빗나가요. 아주 듣기도 싫어하고요. 그리고 만약에 때렸다 하면 ‘아이, 요놈 때렸어!'' 하곤 그냥 또 나가죠. 여러분도 참 경험 많이 하실 겁니다. 그런데 요거를 녹이는 방법이 어떤 거냐. ‘업장이 생기게 한 것도 너고 업장이 안 생기게 한 것도 너고 그러니까 나는 더불어 같이 공(空)했어. 나는 내가 살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저지른 것도 아니고, 모두가 너만이 해결을 할 수 있어.'' 그러곤 그냥 딱 거기다가 맡겨 놓고 지켜보기만 하라 이런 겁니다. 개미도 나가서 자기가 배가 고프면 먹을 줄 아는데 어찌 사람이 나갔는데 자기 살 궁리 안 하겠습니까?
그래서 자식들을 위하고 부모를 위한다 하더라도 자유스럽게 놔두고 행해야지, 말로나 행동으로 억압하고 이렇게 한다면 마음이 넓어지려야 넓어질 수가 없습니다. 가만 내버려두세요. 저 산천초목의 모든 푸름도 가만히 보세요. 제 이파리가 져서 떨어지고 져서 떨어지는 것이 거름이 됩니다. 그런데 또 거기서 잘 자라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오히려 망가뜨려 놓는단 말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시대니만큼 그것도 망가뜨린다고만 할 수도 없죠. 잘못되고 잘되는 것은 물 흐름에 의해서 돌아가는 거니까요. 말하자면 마음들에 의해서 돌아간다 이겁니다. 마음 떠나서는 계발할 수 없고 마음 떠나서는 원력을 세울 수가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밉다 곱다를 떠나서, 또는 잘한다 못한다를 떠나서 또는 자식이 잘못한다 잘한다를 떠나서, 또 자식을 장가들이고 시집보내는데 억지로 부모 뜻대로 강요해서 자식들의 마음을 버려놔 가지고 그르치게 만들거나 또 죽게 만들거나 병들게 만들거나 이런 법이 없도록 여러분께서 극히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또 한편으로는 돈을 많이 줘서 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려움을 몰라요, 귀한 거를 모르고. 얼마나 어렵게 돈을 벌어서 사는지 그런 걸 또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마구 사는 거죠. 그러면 장래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돈을 주는 것도 너무 적게 줘도 안 되고 너무 많이 줘도 안 된다 이겁니다. 그러고 항상 마음으로 그렇게 같이 불이 들어오게, 항상 같이 들어오게 하십시오. 한 방에서 같이 사는 식구인데 착이라고 할 건 없지만 어찌 사랑이 없겠습니까? 그러니 진짜 사랑을 하려면 ‘너의 주인공과 내 주인공이 둘이 아니거늘 어찌 너한테는 불이 안 켜지랴. 다 한마음으로, 밝은 마음으로 대치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것도 주인공 바로 너뿐이 아니냐.'' 하고 자꾸 관해 준다면 나갔던 놈도 그냥 기를 쓰고 들어올 겁니다, 아마. 이거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지금 자식들이 잘못한다 어쩐다 하지 말고 여러분이 참으로 자식들을 위한다면, 위하는 게 돈을 많이 주고 잘 입히고 잘 먹여서가 아니라 내 말 한마디에 정을 주고 말 한마디에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렇게 말 한마디 생각 하나를 잘할 수 있다면 이탈을 하지 않고 모든 자손들이 한마음 한뜻이 돼서 화목하게 살 수 있고, 또 사회도 문란하게 어지럽히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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