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꿈을 꾸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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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오. 저의 어머니가 이상한 꿈을 꾸셨다고 해서 거기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리고자 글을 올립니다. 어머님이 눈이 많이 와서 미끄러운 와중에 집으로 가는데 큰 트럭이 달려오기에 피해서 인도로 올라갔는데 쭈욱 미끄러지면서 조카를 떨어뜨렸답니다. 너무 놀라서 잠을 깼는데 혹시 좋지 않은 징조인가 해서 질문을 드리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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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꿈을 꾸고도 그렇고, 스스로 눈물이 나는 것도 그렇고, 스스로 생각나는 것도 그렇고, 좋게만 생각을 하세요. 얼토당토않죠? 꿈은 얼토당토않게 꿨는데 얼토당토않게 좋게 생각을 해 버렸단 말입니다. 그렇게 됐다 이거예요. 그러니까 이거는 어디다가 규정이 돼서 대 놓은 게 없어요. 내가 생각해서 거기다 붙이면 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꿈을 이렇게 꿨대요. 아, 그냥 큰 거미줄에 얽힌 암흑 속에서 자기 아들이 둘둘 말려서 송두리째 들어가더라는 겁니다, 암흑 속으로. 그러니까 이 노인네가 어떻게 생각을 했느냐 하면 ‘부처님이 계신데 암흑이 어디 있고 밝음이 어디 있나. 아이구, 승진하겠구나.’ 그랬는데 아들이 승진을 했대요. 그러니 그게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한생각 그렇게 내 주는 게 나도 고맙고, 그쪽도 고맙고 얼마나 좋습니까? 네?
세상의 모든 일은 생각하기에 달렸어요, 이성계처럼. 이성계가 다섯 가지의 꿈을 꿨는데 그걸 누가 못 쓰게 인도를 했다면 임금도 못되고 아무것도 못됐을 거예요. 무학 대사가 그만큼 홱 돌려서 얘길 해 줬기 때문에 임금이 되고 길잡이가 될 수 있었죠. 여러분, 모든 거는 생각에 달렸다는 걸 아셔야 됩니다. 생각을 깊이 하고, 아주 기쁘게 생각을 하고, 사실은 기쁜 것도 없고 절망할 것도 없어요. 그냥 싱긋이 웃고 그저 묵묵히 걸어가는 자세로써 우리는 항상 즐겁게 봄이 온 듯이 삽시다.
나는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안 가고 이럴 뿐이지, 가기 싫은 것도 억지로 하라는 소리는 안 해요. 여러분이 그걸 아세요. 어떤 때는 뭘 하려다가도 세태로 보면 꼭 이게 될 거 같은데 마음에서는 그게 석연치 않아. 마음에서 석연치 않은 건 하지 마세요! 아무리 바깥으로 돌아볼 때 이익이 있을 만한 것 같아도 안에서 석연치 않으면 하지 마세요. 안에서 자신이 있을 때 탁 쥐어야 문제가 안 되지, 남들은 그냥 잘된다고 하지만 안에서는 석연치 않거든. 그럴 때 잡으면 망하기 일보 직전이에요. 여러분 사는 데 고초가 좀 덜어질까 해서 이런 말도 하고 저런 말도 하는 겁니다.
참, 여러분이 그 도리를 아신다면 내 마음속을 잘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때로는 나 아닌 내가 눈물을 흘리며 아파하고, 그렇게도 뼈저리게 깊은 사연들이 많아서, 눈물 속에 피가 섞여서, 여러분과 같이 흘리는 그 눈물은 기가 막힙니다. 내가 말로만 이런다면 벼락을 맞게요? 허허. 정말입니다! 간절히 여러분한테 말씀 한마디 해 드릴 때 내가 어떤 때는 이렇게만 얘기합니다. “알았소.” “알았소.” 이러고선 돌아설 때, 그 알았다고 하는 말 한마디를 꼭 말로 ‘알았소’ 하고 대답을 해야 되느냐. 이거 참, 중노릇하는 데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입이 써서 입맛을 쩍쩍 다시면서, 쓰면서도 싱긋이 웃으면서, 눈에서는 눈물이 흐를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은 그 대신에 근심하지 마시고, 죽을 때 죽고 살 때 살더라도 탁 놓을 수 있는, 믿고 놓을 수 있는 그 마음만 가지신다면 훨훨 날 겁니다, 아마. 걱정이 하나도 없어요.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습니까? 바람결같이 이 세상에 왔다가 바람결같이 가는 세상에. 가지고 갈 것도 아니고 짊어질 것도 아니니 무겁게 짊어지지 마세요. 가볍게 아주 탁탁 털어 놓으세요. 마음에 무겁게 짊어지면 몸도 아주 무겁고 아프고 모든 절차가 전부, 인간이 살맛이 안 납니다. 탁탁 털어 놓으십시오. 주인공에 놓으라고 일러 드렸는데도, 맡겨 놓고 사시라고 간곡히 일러 드렸는데도 그걸 놓지 못하고 무겁게 짊어지고 다니신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난들 어떡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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