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고 있는 가족 돕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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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한마음공부를 해나가고 있는 처사입니다. 제 나름대로는 마음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가족들의 고통을 보고 마음을 내봐도 저의 힘이 미약해서인지 너무도 힘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저와 연관된 인연들의 고통을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큰스님께 여쭙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여러분이 고통을 알아야 고통이 고통이 아닌 줄 압니다. 목마르고 춥고 떨릴 때 뜨거운 엽차 한 잔을 마셔보십시오. 춥고 떨릴 때 말입니다. 엽차를 마실 때에 뜨겁고도 시원하죠? 뜨거운 걸 알기 때문에 시원한 겁니다. 뜨거운 걸 모르면 시원한 것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생활하시면서 애고가 닥치고 병고가 닥친다 하더라도 그걸 재료로 삼아야지, 허공을 허우적거리듯 나는 이제 죽었다 하고 신경질을 내고 온통 야단을 하면 몸 상하고 집안 망하고 식구들이 전부 제각기 헤어집니다. 마음들이 말입니다. 한 사람의 마음이 잘못됨으로써 모든 식구들이 다 망가지고 병들고 가난하게 되는 반면에 한 사람이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면 모든 식구들을 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부모라는 이름, 자식이라는 이름, 형제라는 이름에 끄달리지 마세요. ‘무슨 병이다, 무슨 안 좋은 일이다, 이것은 해결 못한다.’ 라고 지레 겁을 먹고 그 이름에 끄달리다가는 정말 뒤죽박죽이 될 겁니다. 어떨 때는 공부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그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가족들이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생각을 내지 못한 채, 자기도 거기에 붙어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방방방 뛰면서 함께 고통을 부여잡고 그냥 괴로워하기만 하는 경우를 봅니다.
여러분이 지혜가 풍부해야 조건 없는 자비를 베풀지, 지혜가 풍부치 못하면 조건 없는 자비를 베풀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자식들을 위하고 부모를 위한다 하더라도 마음에서 벌어진 일이니 마음으로 벗어나게 해야지, 말로나 생각으로 더욱더 억압하고 얽히게 한다면 해결이 되는 게 아니라 되레 꼬이게 되는 거지요.
뜨거운 것을 알아야 시원한 것을 안다고 했듯이 그 고통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안다면 시원하게 대처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온 줄 모르니까 허우적거릴 수밖에요. 어디서 온 지를 알게 하기 위해서 주인공에 놓고 관하라고 일러주는데도 ‘주인공 잘되게 해주시오’ 라고 말로만 한다면 거기 근처에도 못 갑니다. 진짜로 인간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해서 이렇게 끌려서 돌아가는지, 어떻게 팔자운명이 오는 지를 안다면 대처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어디서 오는지를 일러줘도 믿지 않는 겁니다. 삼천대천세계의 근본과 인간의 근본을 한데 합쳐서 주인공이라 했으니 그 자리에 믿고 맡기라고 해도 믿고 놓을 생각을 안 하고,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당신밖엔 해결할 수 없다’ 하고 거기다 맡겨놔야 되는데 ‘해 주시오’ 하면서 그냥 바깥으로 끄달리게 되니까 속에 의식들이 난장판이 될 수밖에요.
나뭇가지를 여러 개 모아서 묶으면 부러뜨릴래야 부러뜨릴 수가 없고 어느 거든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는데, 하나하나 흩어지면 그냥 부러지게 돼 있습니다. 그와 같습니다.
그러니 그 괴로워하는 마음을 부여잡고 있지 마시고 지극하게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밀고 나가보세요. 물론 한순간에 그 괴로움과 고통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그 고통속에서 여여할 수 있는 마음이 된다면 다가오는 모든 시름과 괴로움이 단지 나를 속박하고 억압하는 걸림돌이 아니라 나를 공부시키기 위해서 이끌어주는 주인공의 자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 지극하게 마음을 내세요. 처사님의 주인공에 대한 믿음이 얼마만큼 크고 지극하냐에 달려 있는 거니까요. 괴로워하기보다는 그 고통을 깨부술 수 있는 한생각을 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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