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도 맡기기만 하면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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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학생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철역에 내려서 절에 오려면 횡단보도가 있습니다. 그걸 건너다 보면 신호등이 있는데요, 볼 때마다 항상 빨간 불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고 그냥 도로를 가로질러서 오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건너가면서도 ‘이것도 다 주인공이 하는 거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듯 좋지 않은 일을 하면서 맡기기만 해도 되는지요? 그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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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은 고등 동물인 인간이기 때문에 사회 상식이나 인간 도리에 어긋남이 없이 나쁘고 좋은 것을 안다는 겁니다. 본래 그렇기 때문에 모르고 저지른 죄가 있다면 회개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 모르고 저지른 것이 테이프에 녹음 돼 있다 하더라도, 자기가 알았다면 그것이 지금 녹음된 겁니다. 그러니 자기가 알고 있는 그것을 바로 지금 현재의 회개하는 마음으로 지워라 이겁니다. 즉 말하자면 그 테이프에다 다시 녹음을 한다면 바로 그 앞서 것은 없어지지 않나 이렇게 봅니다.
그러면 그 도로를 잘못 건너고 하는 그런 것도 자기가 저지르고 주인공에다 모든 걸 놓으면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하는데, 이왕 저지른 걸 어떡하느냐 이겁니다. 이왕 저지른 거라면 다시 앞으로는 저지르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이왕 저지른 거라면 바로 앞으로는 저지르지 않는다고, 그 마음에서 순수하게 깨달았으면 가면서 그 녹음테이프에다 다시 녹음을 한다면 그 모든 게 없어진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에다 모든 걸 맡겨 놔라. 안되는 건 믿고 놓고, 되는 거는 감사하게 놓고, 모르는 거는 모르니까 놓고. 그래서 모든 것을 몰락, 자기가 한 발 한 발 떼 놓는 거를 다 놔라 이랬는데, 또 잘한 것도 감사하게 놔라 이랬는데 하물며 잘 안된 거를 갖다가 놓지 않아서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녹음테이프는 24시간 그대로 있는 것도 아니에요. 일 초도 못 돼서 또 녹음이 되고, 일 초도 못 돼서 녹음이 또 되고, 그러니깐 앞서 녹음된 거는 자꾸 없어지면서, 또 녹음이 되면서 없어지면서, 되면서 없어지면서, 이렇게 되지 않습니까? 우리 인생도 그렇게 지금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생각할 때 ‘아이구! 그놈의 거’ 하고 가슴에 담아두니 그렇게 해서 자기 가슴에 못이 되고 그것이 몇 해를 두고, 10년 20년이 가도록 있다는 겁니다. 그거는 자기 생각이지, 세월이 자기가 그렇게 붙들고 있는 그것대로 그렇게 가만히 있나요? 그러니깐 또 걸리는 거죠. 그러니 세월 가는 대로 그것도 놔라 이겁니다. 어차피 잘못된 거를 알면 벌써 잘해 나갈 것을 예약하는 마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 거기다 놓고 그러면 그것은 없어지고 또 그게 들어오고, 앞으로 잘해 나간다면 잘해 나가는 것이 녹음이 또 돼서, 앞서의 녹음이 죄 지워져 버리고 잘하는 것이 녹음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잘하는 것은 잘하는 것대로 녹음이 되고, 또 그 다음에 남이 잘못한 걸 보고 원망한다 하면 또 그놈의 잘된 녹음은 지워지고 원망하는 것이 또 녹음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모두 원망하고 이런 거, 잘못되고 잘되고 하는 것 모조리 놔 버리세요.
그리고 자기가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내 마음의 근본인 그 상식을 알아야 하고, 나와 더불어 이 세상이 돌아간다는 걸 알고 모든 것을 겸손하게, 위로는 부모를 섬길 줄 알아야 하고 아래로는 자기 아래 사람들을 섬길 줄 알아야 하고, 자기 몸으로 비유한다면 바로 자기 육신을 올바로 잘 끌고 다닐 줄 알아야 하고, 자기 마음을 잘 쓸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이렇게 봅니다.
그러면 내가 잘못해도 거기다 놓기만 하면 됩니까 한다면 그건 억지지 그거는 말이 안 되죠. 도둑질 열 번 하고도 신부한테 고하기만 하면 된다고 그랬거든요. 신부한테 고하면 죄가 다 사해진다고 그러니까 아, 이건 잘못해 놓고 만날 고하네. 근데 그게 나는 모두 시원치 않았어요. 고하면 뭘 합니까? 찌꺼기는 연방 남아 있는 거를.
그렇게 남한테 사해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나한테, 나한테서 나온 거니까 나한테다 놔 버려라 이겁니다. 그러면 벌써 나한테서 잘못된 거니까, 잘못되게 한 놈도 나니까 앞으로 내가 이렇게 잘못되지 않겠다 하는 거를 다짐하면서 또 거기다 놓는 거거든요. 그러니깐 이건 잘못될 일이 없는 거예요. 그게 정말 고해성사지, 내가 잘못한 걸 타인에게 고한다고 해서 그게 고해성사가 아닙니다. 어디서 나온 건데 어디다가 고해를 합니까? 여기서 나온 거 여기다가 반성을 하고 여기다가 놔야지. 그리고 고해하기 이전에 잘못하지 않으면 고해할 것도 없잖아요? 그러니 잘들 생각해서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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