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토록 마음의 등을 켜고 싶어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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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토록 마음의 등을 켜고 싶어

본문

질문

지난주에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서 절에 가서 불을 밝히고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하루만을 정해서 불을 밝힐 것이 아니라 일 년 내내 내 마음의 불을 밝혀야 진짜 부처님의 제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참 기특한 생각을 한 것 같은데 스님, 영원토록 마음의 등을 켜고 살아갈 수 있으려면 어떻게 공부해 나가야 할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그렇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는 영원한 인등을 항상 켜고 있는 겁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영원한 오늘, 오늘조차도 내세울 수 없는 내 마음의 등불, 이 등불로 앞장을 설 수 있고 밝혀 줄 수 있지만 이 등불이 없다면 컴컴한 암흑 속에서 우리는 헤매고 돌지 않으면 안 되는 신세로 억겁을 거쳐 온 그 습을 하나도 떼지 못할 겁니다.

종 문서는 내려놓고 다니나요? 짊어지고 다니지. 작년 콩씨를 심었을 때 그 콩나무로 다시 화(化)한 것뿐이지. 그리고 콩나무는 콩씨를 또 짊어지고, 보이지 않는 콩을 짊어지고 가기 때문에 여러분이 종 문서를 짊어지고 다니는 거지 과거의 업이 있어서 짊어지고 다니는 게 아니다 이겁니다.

그래서 과거의 나를, 나 나기 이전을 나 있는 데서 찾으라는 겁니다. 모든 화두도, 자기가 나왔기에 색이 공이요 공이 색이지 자기가 그대로 그릇이 빈 그 자체가 바로 화두며 자기가 거기에서 한 점의 불씨를 얻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딴 데서 오는 것같이, 딴 데서 주는 것같이 생각을 하는데 물론 자기 불씨가 밝아져야 그 불씨를 보고서 부처님께서도 같이 한마음이 돼 주시겠지만 암흑세계에서 그대로 돌고 부처님의 불빛을 보려고 안 하는데 어찌 부처님이 자꾸 도망가는 놈을 붙잡아다가 ‘이 불빛을 봐라, 불빛을 봐라.’ 하겠습니까?

여러분도 자식을 기르고 계시지만 자식을 기르는 데도 억지로 할 수 없는 일이 여간 많지 않습니다. 말로 하고 모습으로 야단을 치고 그래서 되는 게 아닙니다. 내 한마음 주인공이라는, 이름해서 그 한 점의 마음에다 전화통 돌리듯이 거기다 맡겨 놓고 ‘아, 내 한마음이 바로 애의 한마음이니 내 한마음이 이러한데 애의 한마음도 자기 육신을 끌고 길잡이가 돼서 잘 갈 수 있을 거다.’라는 걸 진짜로 믿으면, 그대로 나와 같이, 내 맘과 같이 생각한다면 잘 갈 것을, 괜히 말로 욕하고 때리고 온통 야단을 벌이니까 집안만 혼란해지고 일은 일대로 제대로 안되고 가정은 파괴가 되고 언제나 상을 찌푸려야 하고, 그러니 복은 들어오지 않고 공덕도 될 수 없고 이러니 어떻게 할 겁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저 만날 이 몸뚱이를 가지고 내가 줬지, 내가 받았지, 내가 살지, 내가 아프지, 내가…, 만날 ‘나, 나, 나, 나’ 하니까 이놈의 잠재의식 카세트에 그냥 얽히고설켜서 감겨 가지고 각본대로 나오죠! 영화배우들처럼 도깨비장난처럼 그냥 각본대로, 나오는 대로 나오니까 여러분이 한탄을 하기를 ‘아휴, 내 팔자야! 나는 이 세상에 나와서 그렇게 나쁜 짓을 안 했건만 어찌 팔자 운명이 이렇게 가혹한가.’ 하고선 한탄하는 분들이 너무도 많지 않습니까? 그건 누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과거에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죠.

그런데 과거도 없는 것입니다. 왜? 오늘 여러분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작년 콩씨를 올봄에 심었더니만 콩나무로 화하고 콩나무에서 콩이 열렸습니다. 그랬으니 그 작년 콩씨가 작년 콩씨대로 따로 있고 올 콩씨대로 따로 있고 올 콩나무가 따로 있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래서 이 세상에 인생이 태어나면 그대로 화두요, 내 몸 나온 것이 화두요, 생활이 그대로 참선이에요. 생활이 그냥 참선이니까 숨 들이쉬고 내쉬는 게 그대로 참선이요, 그대로 한 치도 일분일초도 끊어지지 않는 것이 시공이 없는 이 진리란 말입니다.

그러니 마음의 밝음! 그래서 마음의 등이라는 것은 아무리 소낙비가 쏟아지지 않아 천하없어도, 바람이 불어서 온통 나무가 쓰러지고 불이 다 꺼져도 마음의 불이라는 것은 꺼지질 않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모든 것이 여러분의 마음이거든요. 마음의 태양! 마음의 등불! 그 등불은 끊어짐이 없이 지금 켜져 있는 것입니다. 죽으나 사나 지금 그 등불은 꺼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등을 항상 켜셔야 합니다. 이러한 등을 켜시는 것이 우리에게 공덕이 될 뿐만 아니라 삶의 보람을 갖게 되고, 인간의 도리를 다하게 되고, 세세생생에 이 고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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