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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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 얼마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조그마한 장사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경기도 안 좋고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대부분 본전도 못 건지고 망한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새로 시작할 수도 없고 그냥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무나 막막하고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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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 중에는 병고로 인해서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회사를 하다가 망해서 오시는 분도 있고, 장사를 하다가 망해서 오시는 분도 있죠. 그런데 장사를 할 때는 육안으로나 심안으로나 다음 세 가지를 모두 종합해서 잘 챙겨 봐야 합니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며 거기에 맞는 어떠한 장사를 해야 좋겠느냐, 또 이자를 갚아야 하는 남의 돈을 얻어서 할 것이냐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무리 남는다 하더라도 남의 돈으로만 시작을 한다면 이것저것 갚고 나면 본전이 밑져 들어가고 그러기 때문에 잘 안되죠? 또 한 가지는 장소 문제입니다. 그 물건하고 장소하고 맞춰야 하는데 사람이 얼마만큼 쓸 수 있는 자리인가 하는 것을 한번 잘 보라고 해서 눈, 귀, 육근(六根)이 모두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육경(六境)과 육식(六識)을 다 종합해서 가지고 있으니만큼 그것을 잘 잡아야 될 거 아닙니까? 그거를 겉에서, 보이는 세계에서 잘 잡아 놓고, 마음으로써 ‘모든 것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주인은 바로 너밖에 없다.’ 하고 모든 것을 거기다가 맡겨 놓는 이 도리가 그대로 참선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그대로 중용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지금 시작을 하는 분도 있겠지만 망한 분도 있습니다. 그러면 실패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다시 편안하게 할 수 있겠느냐? 누구든지 첫째, 내 마음을 안정시켜야만이 그것이 참선이자 좌선입니다. 내 마음이 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믿지 못한다면 마음조차 편하지 못합니다. 내 마음이 편하지 못하면 몸속에 든 의식들이 다 편안치 못합니다. 수십억의 의식들이 말입니다. 내 마음 쓰는 대로 몸속에 들어 있는 의식들은 따라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을 가져오고, 망하게 되면 그냥 물질만 망하는 게 아니라 몸까지도 빼앗기고 맙니다. 그러니까 조심하라는 겁니다.
캠핑 나왔는데, 다 무너지고 도둑을 맞고 걸머진 거를 다 집어 갔어도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는 법이 있죠. 믿음이 진실하고 넉넉하다면 그걸 다 잊어버리고도 허허 웃을 수 있습니다. 허허 웃을 수 있어야, 웃을 수 있게끔 다시 돌아옵니다. 내가 아둥바둥하고 ‘이건 다 넘어갔으니까 다 죽었다.’ 하고 생각을 하면 그냥 생각하는 대로 몸이 망가지고, 몸이 망가지는 대로 가정이 불안하고, 헤어지게 되고 정말 죽게 되는 거죠. 이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기묘한지 아십니까?
예전에 제가 가끔 말씀을 드렸지만 개구리가 개구리 알을 끌고 쭉 기어 올라가요. 그래 ‘저게 왜 그러나?’ 그러고 그냥 물끄러미 보기만 했습니다. 그랬는데 그렇게 끌고 간 지 몇 시간도 안 돼서 그냥 난데없는 소나기가 그 일대를 다 휩쓸었습니다. 하다못해 개구리도 비 올 거를 알고 제 새끼를 살리기 위해서 높은 곳으로 끌고 가서 올려다 놓는데, 하다못해 옥수수도 그 해에 어떠한 문제가 생길 걸 미리 알고 뿌리를 넓게 잡아서 쓰러지지 않게 자기 몸을 딱 세우는데, 하물며 사람이 내일 일을 생각 안 하고 오늘 덤벙대고 그냥 살 수 있겠습니까? 이 날아다니는 새들도 때에 따라서는 남의 집 얘기를 하는 수가 있습니다. “아이, 저 집은 너무 마음이 가난해서 생기는 게 없어.” 하고 새들이 안타까워서 지저귀고 이러지만, 사람들은 그 소리를 새소리로만 듣거든요.
그러니 어떻게 해야만 그 모든 것을 서로 통신할 수 있는 한마음이 될 수 있을까? 항상 얘기를 했지만 공생(共生)·공용(共用)·공체(共體)·공식화(共食化) 하고 돌아간다고 그랬죠. 그리고 태양열을 끌어 쓰듯이, 자유자재권을 가지고 우리 마음 씀씀이에 의해서 어떠한 거든지 끌어 쓸 수가 있는 그런 재료가 여러분 앞에 다 주어져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속에 어떤 병이 들어도 광력, 전력, 자력, 통신력 이 네 가지로써 치료도 할 수 있고, 바깥 경계의 모든 것도 조절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이 여러분한테 주어져 있는 겁니다. 이것이 말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기 때문에 실천을 하시라고 실천 공부를 시키는 겁니다. 실천하시라!
이 모든 것을 알고 실천하면서 자유스럽게 살려면 나부터 알아야, 나의 직결돼 있고 가설돼 있는 이 근본부터 알아야 그 줄을 붙잡고 모두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마음의 근본자리는 보이지도 않고 빛깔도 없고 아무것도 없죠. 허공은 안 그렇습니까? 잡히지도 않고 빛깔도 없지만 허공은 있듯이, 마음도 보이지도 않고 아무것도 없지만 역력하게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움죽거리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실천을 하는 공부, 즉 말하자면 어떠한 거든지 재료로 삼고, 모든 것을 거기에 일임하면서 ‘너한테서 나온 거니까 너밖에 해결할 수 없다.’ 하는 물러서지 않는 믿음을 가져라. 그리고 어떠한 용도든지 서슴지 말고 거기에 맡겨 놓고 그것을 실험하고 참구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미래를 살리는 길입니다. 아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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