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안으로 똑바로 들어가려면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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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안으로 똑바로 들어가려면

본문

질문

저는 이번 수계 법회에 참석해서 또 연비를 받았습니다. 제 팔에서 피어오르는 향내음을 맡으며 눈물이 흘렀습니다. 부처님의 팔만경설은 저렇듯 서슬 퍼렇게 마음의 도리를 설해 주고 있는데 물질에 끄달리고 관습과 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저의 모습이 한심해서 말입니다. 정말 이 길에서 물러서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겠다는 발원이 세워졌습니다. 스님, 부처님 제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마음 안으로 똑바로 들어가는 공부를 하려면 어떻게 공부해 나가야 하는지 설하여 주십시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팔만대장경을 보기 이전에 세상 돌아가는 거를 가만히 보십시오. 일체 만물만생이 죽었다 깨어나고 깨어났다 죽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오고 사계절을 통해서 수많은 생명들이 그렇게 봄이면 피고 또는 늦은 가을이 되면 단풍이 지고, 그러는 게 있는가 하면 사계절을 푸르르게 살고 있는 게 있습니다. 그렇듯이 우리 인간도 좀더 차원이 높으면 사계절을 푸르르게 살 수가 있다는 얘기죠. 그리고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100% 다 사람이 되는 게 아닙니다. 인간 되기가 어렵고 또 인간은 됐으나 아주 100% 인간이 돼야만이 진짜 인간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어린애를 탄생시켜서 놓으면 그냥 인간이라고 하긴 하죠. 그러나 100% 어른 사람이 된 것은 아니죠. 그와 같이 여러분이 많지만 그 중에도 완전히 인간이 된 분이 있는가 하면 인간이 덜 된 분이 있고, 아직도 한창 자라야 할 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도를 이루어도 견성한 것은 금방 태어난 아기와 같다고 그랬습니다. 둘 아닌 도리를 알기 위해서 또 습을 녹이고 그래야 하기 때문에 또 죽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게 알기만 하면 그건 도가 아닙니다. 내가 남에게 목마른 데 줄 수 있고 내가 먹을 수 있어야만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둘 아닌 도리를 알았으면 둘 아니게 나툴 줄 알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얼마만큼 이것이 똑바로 들어가야만이 되는 겁니까? 지금 컴퓨터나 전자기계라든가 이런 것도 글자 하나만 틀려도 그것은 모두가 틀려 넘어갑니다. 숫자 하나만 틀려도 전부 틀리고요. 여러분 현재에 사시면서도 그러시죠.

그와 같이 우리 공부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우리가 행선(行禪)이라고도 하죠.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니까요. 곧장 직선적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활구(活句)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세상이 돌아가는 걸 볼 때에 팔만대장경에 어떻게 그것을 다 쓸 수가 있겠습니까? 팔만대장경이 아무리 잘됐다 하더라도 삼세(三世)를 돌아가면서 이 모든 병풍 둘러치듯 한 이 세계, 우주 만물 이 자체는 아마 ‘팔만대장경은 저리 가라’ 할 겁니다. 왜? 팔만대장경 자체가 그냥 고정되게 써 있지는 않지만, 여러분이 볼 때는 글자로 보이거든요. 글자로만 보기 때문입니다. 그 글자 뒷면에, 백지의 뒷면에 또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동방 너머 세계가 있고, 서방 너머 세계가 있고, 남방 너머 세계가 있고 모두 이렇게 있듯이, 이 너머 세계가 다시 또 있고 또 있는 것을 알지 못하니깐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것을 똑바로 직결로 들어가지 못하면 통과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 문에 들어설 수가 없어요. 이것을 학술적으로 하고 경을 읽어서 한다면 문이 있는 것을 찾지만, 문이 있는 것 뒤에 문 없는 문이 있다 이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문 없는 문을 찾기 위해서는 똑바로 들어가지 않으면 통신이 되질 않아서 연결이 되질 않아요.

그래서 나는 여러분을 이끌어 갈 때에 ‘당신이 태어나지 않았으면 모두가 없고 당신이 태어났기 때문에 모두가 있는 거다. 그러니까 너부터 알라.'' 이겁니다. 여러분, 각자 여러분이 나로부터 생긴 거지 내가 없다면 아무것도 없는 겁니다. 이게 똑바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또 내가 있기 때문에 바로 나를 이끌어 가는 나의 선장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놓으라니까 “다 놔지지 않습니다.” 이러거든요. 왜 다 놔지지 않습니까? 모두 자기가 하는 건데요.

모두 그 껍데기 속에 알맹이가 있습니다. 알맹이와 껍데기가 둘이 아니게 만날 자기가 하고 있습니다. 잘했든 못했든 말입니다. 울게 된 것도 자기가 한 거, 웃게 한 것도 자기가 한 거, 즐거운 것도 자기가 하는 거, 슬픈 것도 자기가 한 거, 자기가 있으니깐 된 겁니다. 그 모두가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간단히 나로부터 생각하세요. 잘하든 못하든 울든 웃든, 어느 누가 하는가? 그래서 자기로부터 상대가 생겼고 세상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자라면서 ‘어! 이런 거구나!’ 자라 가지고 ‘아! 세계는 이런 거구나!’ 또 어른이 돼 가지고 ‘아! 세계는 우주화가 됐구나!’ 이렇게 아는 겁니다. 자기가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움죽거리고, 보고 들이고 생각하고 하는 게 다 자기가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자기 아닌 자기가 하는 거죠. 부처님께서도 자기 그림자와 자기가 서로 싸운 겁니다. 둘 아니게 싸운 거죠. “너는 내 껍데기 아니야?” 껍데기가 하는 소리가 “너는 내 알맹이 아니야?” 하고 말입니다. 얼른 쉽게 말해서 지금 공부해 내려가는 그 모두는 여러분 자신이 하는 겁니다. 남이 해 주는 것도 없고, 남이 주는 것도 없고, 뺏어 가는 것도 없습니다. 여러분을 약하게 보지 마시고 당당하게 좀 가지시고 내가 없다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서 알아야 합니다.

무조건 나를 아주 얕게 생각을 하고 나는 빼놓고 부처님을 위에 모신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거는 백날 가도 부처님 속에 같이 한자리를 못합니다. 얕보지도 말고 높이 보지도 말고 평등하게 나와 둘 아니게 보세요. 그러면서도 바로 과거에 살던 자기 조상이기 때문에 그 자기 조상으로 인해서 자기 조상을 상봉을 한다면 바로 그게 견성입니다. 일체제불의 마음과 더불어 같이 할 때 그때 이제 성불이고요. 일체 만물만생과 더불어 응신이 돼서 나툴 때, 그때에 바로 열반경지까지, 구경경지까지 이르게 되는 거죠. 말하다 말고 저 넘어갔습니다, 말하다가요.

그래서 우리는 울어도 자기요 웃어도 자기요, 못해도 자기요 잘해도 자기요, 망해도 자기요 승화가 돼도 자기예요. ‘몽땅 놔버려야 한다.’ 이런 것도 말입니다, 본래 몽땅 놓고 가는 겁니다. 왜냐? 내 몸속에 그렇게 자생중생들이 잔뜩 들어 있어서 같이 더불어 돌아가니깐 그놈의 게 전부 공(空)했죠, 네? 혼자 하는 게 한 알갱이도 없어요. 혼자 보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고, 말하는 것도 없고 혼자 하는 게 하나도 없으니, 이거는 내가 했다고 내놓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다 얻을 수가 있다는 겁니다. 다 얻어야 다 줄 수가 있는 거지 다 얻지도 못해 가지고 어떻게 남을 줄 수가 있습니까? 그래서 똑바로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 이런 말을 또 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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