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으로 돌려지지 않아
본문
질문
스님,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막상 극한 상황에 부딪치게 되면 내 탓으로 돌려지질 않습니다. 모든 게 상대 탓인 것만 같고 저는 억울하게 당하는 것 같기만 하거든요. 그래서 자꾸만 상대를 미워하면서 스스로 힘들어하게 됩니다. 생각으로는 이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따로 놀게 됩니다. 저의 공부가 부족한 탓이니 저를 한번 꾸짖어 주십시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우리 마음에서, 들이고 내는 그 작용을 내 마음에서 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죠? 알고 있으면서도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지 않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면, 알고 짓고 모르고 지은 억겁 전년서부터 지어 내려온 그 얽히고설킨 사연을 남의 걸로만 돌린다면 괴로움이 사라질 수가 없습니다, 모든 점에 있어서. 그러면 그것이 바로 끄달림이 되는 것입니다.
나에게 주고 뺏고 하는 그 모든 부딪침에 의한 것을 내가 내 탓이라고 돌렸을 때, 모든 것을 나의 탓으로 돌렸을 때, 알고 짓고 모르고 지은 것이 바로 내 탓이로구나 하고 나의 주처에 한생각 돌렸을 때, 바로 그 괴로움도, 외로움도, 고독함도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는 마음을 쉬게 됩니다. 남이 나를 때렸다, 나를 성가시게 한다, 나를 도둑으로 몬다, 나를 증오한다, 나를 원망한다 이런 것들을, 한마디로 말해서 모든 것을 일체 자기 탓으로 돌리고 자기 주인공에다 몰락 다 놔 버린다면 모두가 잔잔히 쉬게 되고 나는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끊어지지 않고 미움에서 미움으로서 얽힌다 해도, 끊어지지 않고 나를 증오하고 미워한다 해도 나에게 돌리고서 그것을 미워하지 않는다면, 역시 그 미움은 돌아오지 않기에 더러운 물방울 하나 묻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항상 그르고 옳음에 있어서, 나쁘고 좋음에 있어서 이것을 항상 따지고 돌아간단 말입니다. 나쁘고 좋다, 또는 이건 나쁘니까 안 먹고 이건 좋으니까 먹고 이런 것을 따지고 여러 가지 문제를, 크고 작다 이런 거를 논의하고 따진다면 결국은 어떠한 조그마한 부딪힘에도 나는 쓰러지게 돼 있다 이겁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내가 나쁘고 좋은 걸 몰락 놔 버렸을 때, 나쁘다 좋다 둘이 아닌 그 중심이 완벽하게 섰을 때는 어떠한 끄달림에도 쓰러지지 않게 돼 있죠. 어떠한 바람에도, 어떠한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모든 것을 마음 주처에다가 다 몰락 놔 버리세요. 그런다면 그 사량의 분별과 더불어 산란함은 다 사라지고 참 조용하게 자기가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 이전글일체유심조라는데… 21.10.25
- 다음글애들을 바르게 키우고 싶어요 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