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툭하면 손을 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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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 제가 맏딸이고,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결혼해서 각각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인연인지 살림이 어려워지면 자기가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툭하면 제게 손을 내미는 겁니다. 몇 번은 그냥 도와줬는데 너무 제게만 의지하니 너무 속이 상하고 답답합니다. 동생이라 모른 척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도와주면 정신 못 차릴 것 같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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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은 여러분의 고귀한 생명과 삶을 헛되이 보내지 마십시오. 우리가 살아나가는 데에 마음을 착잡하게, 또는 어둡게 두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모습만 바꿀 뿐이지, 우리의 이 삶은 영원한 것입니다. 영원하기 때문에 영원히 남한테 얻으러 다니지 않고, 영원히 남한테 짓밟히지 않고, 영원히 담 밑에 돌아가면서 눈물을 흘리고 남한테 짓밟히고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바로 올바로 진실하게, 남을 주더라도 무주상 보시로서 주어야, 내가 준다는 상(相)을 두지 않고 주어야 합니다. 상을 두지 않는 그 물건이 바로 나한테 다 있는 것입니다. 그건 왜냐하면 그것도 한 통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분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여기 와서 설법을 한 서너 번 들었답니다. 근데 부모가 일찍 돌아가시고 맏이로서 동생 일곱을 다 키웠답니다. 밥 장사를 하고 물 장사를 해서 말입니다. 그랬는데 그 키워 놓은 동생들이 언니는 그 고생을 해서 동생들을 공부시키느라고 공부도 못하고 그렇게 했건만 그렇게 고생하고 자기네들을 공부시킨 걸 모르고, 그것이 피 나오는 핏방울인 줄 모르고 자기네들은 아무렇게나 구경 다닐 것 다 다니고 없으면 손을 벌린답니다.
그래서 동생들은 그렇게 자기처럼 고생하지 않고 잘 공부해서 짝들 만나서 잘사는데도 때에 따라선 조금만 부족하면 와서 막 압박을 하고, 언니는 그렇게 벌어서 쓰면서 왜 주지 않느냐고 그런답니다. 그래서 ‘사람이 올바로 그 뜻을 알고 나간다면 좋겠는데….’ 하고 아주 괴로워했답니다. 그런데 내 설법을 듣고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얘, 쟤가 쓰는 것이 바로 부처가 쓰는 거고, 저 애가 바로 나이기 때문에 내가 쓰는 거니까 그냥 내가 써 보자.’ 하고서 자기도 없는데, 장사를 하기 때문에 빚을 져 가면서 사는데도 ‘이것도 시주다.’ 하고선 집어 줬더랍니다. 주니까는 그렇게 마음이 편안하더랍니다. 그렇게 마음이 편안하다 보니까 그저 조그마한 거라도 또 뭐가 팔려서 고걸 메워 나갔답니다.
그랬다고 하면서 “너무도 고맙습니다. 내 마음을 이렇게 넓게, 부드럽게, 사랑할 수 있고 둘로 보지 않게 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이날까지 그 불쌍한 동생들을 키워 왔건만 오늘날에 보니까는 내 동생이 언제 적의 내 동생도 아니고 내 동생 아닌 것도 아니고, 모두가 남들이 남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또 돈도 쓸 때 쓰는 것이지 그렇게도 내가 안 써야만 하겠다고 할 필요도 없고, 내가 타이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건만 왜 내가 그렇게 내 속을 썩여 가면서 그렇게 싸움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제 싸움 안 하렵니다.” 그러면서 고마워하더군요. 그러니 우리가 남을 주어서 쓰는 것도 자기가 쓰는 겁니다.
그러나 공자, 노자도 말씀하셨듯이 얻으러 온 사람도 주지 않을 사람은 주지 않아야 된다 했습니다. 그건 나도 똑같이 말합니다. 왜 그러냐? 그 뜻을 모르고, 고마운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함부로 하는 사람 앞에는, 남한테 기대기만 하는 사람, 이런 사람한테는 천만 냥을 보태 주어도 그건 온데간데가 없고, 오히려 반성하는 기간이 늦어져만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주지 않는 것도 덕이 되고 공덕이 되고, 주는 것도 공덕이 되고, 모든 것이 공덕이 된다 하는 것은 우리가 이 한 점의 마음 여기에, 이 중심에 바로 부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체에 우리가, 만법의 만 부처가, 만 생활이 다 이 한 점의 마음에 들어 있기 때문에, 모든 게 나고 들고 하는 것이 이 한 점에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그렇게 살펴서, 오관을 잘 살펴서, 내 한 점의 마음을 알아야 오관으로서 모든 걸 해 나가는 데 정밀하게 해 나갈 수 있는 거지만 우리가 깨닫지 못했다 할지라도 올바로 진실을 안다면 그게 바로 깨달음의 길입니다.
그러니 나부터 진실하고 나부터 알아야 모든 살림살이가 적당하고 소소영영하게 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은 사람이 돼 가지고 어렵다고 하면서 자기 뒷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지 않습니까. 내가 나기 이전을 알아야 내가 전에 살던 걸 알지 않습니까.
우리가 고려시대도 있었고 고구려 시대도 있었어요. 몽고가 쳐들어올 때도 있었고, 또는 그 시절이 아니라 할지라도 사람이 되기까지, 이런 공부를 할 수 있는 이 자리에 인연이 닿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겪었겠습니까. 이렇게 인연이 닿은 것은 바로 그런 인연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닿은 것입니다. 이것은 우연히가 아닙니다. 절대 우연이라는 건 없습니다. 그러니 모든 인연에 관한 것도, 내 마음에서 올라오는 모든 것들도 진짜 나를 알게 하기 위한 거름인 줄을 알고 열심히 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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