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심이 많아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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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분별심이 많아서 참 괴롭습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선, 악을 따지는 경향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내 맘에 안 맞으면 버럭 화를 내게 되고 잘잘못을 추궁하게 되고 그럽니다. 오랜 세월 쌓아 온 습관이라 그런지 놓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 도움 말씀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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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악한 거, 선한 거’ 이러는데 이 악한 것을 쓸 때는 어떻게 되고 선한 것을 쓸 때는 어떻게 됩니까. 주는 거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악한 걸 주면 나쁘다고 한다거나 이런 거요. 그런 걸 여러분이 다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그냥 여여하게 살 수 있는 겁니다. 다 알고 계시잖아요? 악한 거는 나쁘고 선한 거는 좋다는 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남한테 악하게 하지 말라.’ 하는 거죠. 내가 악한 거를 받는다면 좋지 않으니까 ‘너도 악한 걸 받는다면 좋지 않을 거다.’ 하는 걸 알고 있잖아요. 알고 있으니깐 여러분이 다 그대로 부처고, 그대로 법신이고, 그대로 화신이에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어떠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냥 속으로 끓이고 그러지 마세요. 겉으로 ‘야이, 이 녀석아!’ 이렇게 하듯, 그냥 웃고 화를 내는 그런, 웃고 화내는 사람 못 봤죠? 그런데 그대로 넉넉하게, 속으론 아무 걱정이 없이 그 상대방한테 그냥 화를 내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화내는 게 아니라 그대로 상대방이 듣고 그 잘못된 걸 잘 이끌어 가게 하기 위해서 그런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쑥불쑥 화가 나서 그러는 것은 또 따로 이유가 있죠. 그러니까 그렇게 불쑥불쑥 화내지 마시고, ‘아휴 인제는 다 죽었다.’ 이러지 마시고요, ‘우리가 무슨 죄가 많기 때문에 이런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 일에도 개의치 마시고요, 우리가 업이다, 유전성이다, 영계성이다, 인과성이다, 세균성이다 하는 것도 이것저것 그냥 다 몰락 놓는 겁니다. 그것 다 버리고 그냥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그냥 편안하게 한군데만 믿고 오직 그냥 다 몰락 놔 버리세요. 그런데 예를 들어서 이사를 가야 할 텐데 ‘아, 여기에 삼살방이 들었대.’ 이렇게 하니까 정말 삼살방이 드는 거예요. 자기가 말로 그렇게 지어 가지고 그렇게 들게 하는 겁니다. 자기가 ‘이건 도무지 풀릴 수가 없어.’ 한다면 풀릴 수가 없게 돼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풀릴 수 없다, 있다’ 하는 거를 다 제거해 버리고 ‘그냥 난 너만 믿어. 네가 네 몸을 형성시켜서 이끌어 가지고 가는 거니까 너 알아서 해. 죽이든지 살리든지, 살리는 것도 넌데 죽이는 것도 너지, 뭐. 너 알아서 해.’ 하고선 거기다 다 몰락 놓고만 사신다면, 차차 살다 보면 ‘아하! 이런 것이구나. 이렇게 느끼는 거구나. 이렇게 느끼고 이렇게 알게 되는 거구나. 아하! 야 참, 이거 묘하다.’ 이렇게 자꾸자꾸 한 건 두 건 알게 돼요. 알게 됨으로써 뿌리가 깊이 박히죠. 그럼으로써 나중에는 아무 데엘 갖다 세워 놔도 흔들리지 않아요. 그렇게 된다면 아무 걱정이 없이 살 수 있겠죠.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거 거짓말로 알지 마세요. 그래서 악이다 선이다 이러는 것도 다 놓고, 놓는다기보다 놓는다는 말도 없이 그냥 여여하게 사시라는 말입니다. 그냥! 내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어서 ‘그냥’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잘했든지 잘못했든지 좋게 다가오는 거든지 나쁘게 다가오는 거든지 그냥 좋으면 좋다 언짢으면 언짢다, ‘언짢은 것도 너니까, 너가 알아서 다 좋게 해. 좋게 살게 너만이 할 수 있잖아, 네가 형성시켰으니까.’ 하고선 그냥 편안하게 살아요. 아주 철부지 애처럼, 아주 철딱서니 없는 애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철딱서니 없는 애가 막 뛰어가는데 저기 낭떠러지가 있거든요, 근데 그 애는 낭떠러지인지도 모르고 막 뛰어요. 그렇게 뛰어가니깐 어른이 탁 잡죠. 어른처럼 그렇게 살면 자기가 아는 척하고 잘난 척하고 그러질 않는데, 철부지처럼 살기 때문에 ‘저건 철부지니까 내가 뭐 일거수일투족 다 도와줘야 될 거야.’ 하고 다 이끌고 다녀요. 온통 모두 그냥 보디가드도 돼 줄 수 있고 지켜 주고 이끌어 주고 해결사도 돼 주고, 그러니까 그것이 관세음보살도 돼 주고, 지장보살도 돼 주고, 칠성 부처도 돼 주고, 주해신도 돼 주고, 주산신도 돼 주고, 어떤 거 안돼 주는 게 없이 다 응신으로서 돼 줘요.
근데 내가 하는 줄 알고 내가 잘났다고 하면 그거는 다 돌보지를 못하죠. 저거는 잘났다니까 잘난 대로 살게 그냥 둡니다. 그냥 철부지같이, 낭떠러지가 돼도 그냥 그 한군데만 믿고 가는 사람 있죠? 그러면 다 이렇게 잡아 줘요. 그러나 자기가 안다고 자기가 하고 아만 아상을 가지고 고개 빳빳이 세우고 가는 사람은 하나도 누가 거들어 주질 않아요. 그러니까 그런 줄 아시고요, 여러분도 이러니저러니 분별하지 마시고 어린애처럼 그렇게 살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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