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금을 잃어버려서 속상해요
본문
질문
스님, 제가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바보 같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절에 간다고 하니까 아들이 차비를 하라고 5만원을 줬습니다. 그래서 그 돈을 ‘부처님 전에 보시해야겠다’ 하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 절에 왔는데 보시함에 넣기도 전에 어디서 흘려버렸어요. 부처님한테 바로 보시해야겠다 했는데, 그 돈을 잃어버리니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왜 부처님 전에 올릴 공양을 잃어버리게 되었을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이거 봐요. 그래도 댁은 그 마음으로 공양을 올렸으니까, 아무가 가져갔든 잊어버렸든 그런 걸 생각지 마세요. 너무 마음 아프게도 생각지 말아요. 그것을 어떤 사람이 가져갔든지 어디 빠트렸든지 간에 그것은 댁이 부처님 앞에 보시한 거예요. 아주 그냥 진짜로 그건 보시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 돈 값어치는 또 돌아올 거예요. 걱정할 것 없어요. 알았죠? 정말이에요. 거짓말 아니에요.
그리고 아드님의 그 아리따운 마음씨. 준 사람, 받은 사람, 갖다 흘려버렸던 사람, 진정코 밉지 않은 못난 마음, 그것도 나는 알아요. 그게 못난 마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어떤 때는요, 신도들이 돈도 없는데 남한테 빌려 가지고 천도재를 지내달라고 와요. 나는 알죠. 그 어려운 문제를 이자를 얻어서 가져왔다는 거를요. “이 이자로 인해 돈이 늘어 가니까 어려운 집에서는 갚기가 어려워. 이건 갖다가 그 돈을 도로 갚아. 내가 돈 생기면 천도해 드린다고 마음으로 주인공에 맡기고 그러고 살면 저절로 그런 돈이 생겨.” 그러고 그 돈 갖다 갚으라고 도로 주죠. 내가 틀렸나요? 이 세상에 살아나가는 고통은 그 살아나가 본 사람이라야 다 알 수 있어요. 나는 알아요. 그렇기 때문이죠.
우스운 얘기를 하면 모두들 웃기도 하고 그러지마는, 인생이 돌아가는 이 삶이 하나하나가 그렇게 닥치는 대로 좋은 것도 있고 언짢은 것도 있다는 얘기죠. 살아나가려면 그럴 때 그것을 그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언짢으면 언짢은 대로 수용할 수 있는 그 마음씨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아시겠죠?
- 이전글진짜 외계생명체가 있는 것인지요? 21.10.25
- 다음글새해에는 힘차게 살아가고 싶어요 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