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밝아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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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마음공부를 하면서 내 마음이 밝아지니 상대의 마음도 밝아지고 온 세상을 다 얻을 것만 같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제가 나태해져서 그런지 어떤 때는 정말 내가 공부를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고, 부끄럽지만 사실 저의 정성이 부족해서 조상들이 도와주지 않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촛불재에는 정말 저와 저의 가족, 그리고 더불어 조상님이 다 같이 밝아지기를 발원하는데 어떻게 마음을 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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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은 ‘나는 중생이기 때문에 못한다’는 말들을 하는데 그런 소린 아예 하지 마십시오. 그런 생각조차도 하지 마십시오. 원통에서 나오는 것 원통에다 되놓는다면 스스로 굴러서 스스로 자동적으로 엽렵하게 나투면서 돌아갑니다. 어머님 만날 때도, 자식 만날 때도 그렇게 여여하게 만나도 나투고 돌아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괜히 조상의 탓이니 뭐니 하고 바깥으로 끄달리면서 부모는 살아서도 자식을 위해서 헌신했건만 죽었을 때도 겉껍데기만 생각하고 자식들은 부모 탓을 하죠. 영 자기 탓으로 돌리지 않는 겁니다. 못된 마음이죠. 살아서나 죽어서나 영원토록 그 어머니의 마음이 부처님의 마음입니다. 다른 마음이 아닙니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부모의 마음은 자식이 어디 깨질세라, 부딪힐세라, 죽을세라, 못 먹을세라, 어떻게 굶지는 않았나, 몸이나 아프지 않나 걱정해 주시는 아리따운 그 한 방울의 눈물을 어찌 그렇게 소홀하고 가볍게 보십니까? 조상의 탓을 하다니 말이 되는 것입니까, 그게? 바로 자기 탓인 것입니다. 자기가 이 세상에 났기 때문에 부딪침도 오는 것이지, 자기가 나지 않았다면 무슨 부딪침이 있으며 무슨 만날 게 있으며 무슨 상대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좋은 불법을 그렇게 기복으로써 어지럽힌다면 일체제불의 뜻이 그냥 허무하게 어지럽혀질 것입니다. 고상하고 여여하고 신비하고 당당한 그 법을 그렇게 모르다니요! 여러분이 부처인 것이요, 그대로 부처 자리에 한자리 한 것이요, 그대로 부처님 법을 용(用)하는 것이요, 그대로 한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대로 견성성불이지 어디 따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마음을 두고서 항상 가로 그어 놓고 세로 그어 놓고 자꾸 걸리는 거예요. 가로 그어 놓으면 자기가 거기에 걸려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애를 쓰고, 세로 그어 놓으면 세로 그어 놓는 대로 빠져 가지고 또 일어나질 못해서 애를 쓰고. 참 답답합니다.
깨닫고 안 깨닫고 모든 걸 놓고 가세요. ‘빨리 하겠다. 이게 느리다. 아, 조금 되더니 아주 캄캄하잖아!’ 이러는데요, 캄캄한 것도 놓으세요. 왜? 캄캄하고 환한 걸 둘 다 다 놓지 않는다면 여러분이 캄캄하고, 꺼지고 켜지는 거를 두 개를 사용 안 한다면 어떻게 살림하십니까? 여러분, 들어가면서 불 켜시죠? 그리고 그 방을 쓰지 않을 때는 불을 다 끄고 나오신단 말입니다. 이런 작용이 없다면 여러분 어떻게 사시겠습니까? 이 작용이 바로 끄달리는 게 아니라 그대로 여여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촛불재라는 것은 이 모든 유(有)의 법이나 무(無)의 법에서 내가 형성되고 살아나갈 때에, 컴컴했던 일을 다시금 내 깊은 마음으로 인해서 두뇌로 밝은 물리 지혜를 내기 위해서, 또 항상 뿌리가 깊은 밝음을 스스로 밝게 진행하도록 하기 위해서 촛불재를 하는 겁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닙니다. 이건 들고 켜고 하는 데에 방편이라고 하지마는 방편이자 진실입니다.
우리가 살다가 죽는다면 과거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현실을 살게 되고, 현실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미래가 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차원에 따라서 과거도 현실이고 미래도 현실이니 오늘, 영원한 오늘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을 사시면서 말입니다, 여러분에게 부모라는 마음이 있고 자식이라는 마음이 있는 것이 바로 전기가 가설돼 있듯이 마음의 가설이 돼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부모나 자식을 위한다면, 내 육신 안에 생명들이 잔뜩 들어서 더불어 같이 살고 있으니 그대로 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남을 원망하지 말고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려서 나를 밝힐 수 있어야 됩니다. 그리고 하다못해 1년에 한 번씩이라도 촛불재를 하면서, 또 마음으로 항상 불을 밝히면서 생활 속에서 닥치는 일체를 재료로 삼고 행주좌와로써 참선을 하실 수 있다면 더불어 밝아지는 겁니다.
지금은 생각하면서 뛰고 뛰면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 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생활 자체가 부처님 법이요, 우리들 법이 부처님 법이요, 부처님 법이 우리 법이요, 우리네들 육신이 부처님의 형상이요, 둘이 아닌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대무변하고 묘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돌아가신 양반들을 위해서도 여러분이 자기 마음을 밝히면 둘 아니게 밝아지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밝혀야만 되는가. 자기가 나온 자리에 자기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 안의 섭류를, 정신계를 도저히 모르기 때문에 언제나 자기 육신이 태어났으면 정신이 다시 태어나야 진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자식들이 나가서 어떠한 문제를 저지르기도 하고, 지금 현재 상황 속에서 별의별 일들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의 불을 밝히고 마음공부를 하신다면, 생활을 재료로 삼아서 항상 하실 수 있다면 바로 아래 자손들은 마음이 화해서 바꿔지고, 바꿔지면서 화하게 됩니다. 그 몸 안에 들어 있는 모든 의식들이, 업식으로 남은 의식들이 다 착해지고 밝아지고 보살로 화해서, 말로 하거나 욕하고 때리지 않아도 스스로 밝아짐으로써 일이 풀리고 돌아가신 부모의 영령들도 밝아져서 스스로 천도가 되죠. 자기와 더불어 말입니다. 그렇게 되는 그 마음이 얼마나 크고 광대합니까.
만약에 돌아가신 조상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공부를 못한다거나 열심히 뛰는데도 안된다거나 이런다면 그것도 업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도 본인이 촛불을 들고서 밝아지게끔 만들어 주거나 부모가 해 주거나 이런다면 그건 훨씬 더 물리가 터지게 돼 있는 겁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는 조건이죠. 내가 해 놓지 않고 내가 무엇을 받을 게 있겠습니까? 내가 해야만이 한 것만큼 받을 겁니다. 그러니까 촛불재라는 것은 아주 못났든 잘났든 또는 업보가 많든 적든 하여튼 누구나가 다 해야 될 일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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