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운명이고 필연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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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불교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도 우연은 없고 모든 것은 필연이라고 그러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이 몸을 이끌고 나가는 그 주인공도 태어날 때부터 저의 운명대로 이 필연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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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내가 수차 이런 말을 했죠. 여러분이 태어나시기 이전에 악업이든지 선업이든지 짓고 산 그 차원대로, 즉 말하자면 엄마 아빠의 정자와 난자 속에 들어가서 몸 하나를 받고 나옵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뼈, 어머니의 살을 받아서 몸 하나를 딱 받죠. 그럼 수십억 마리가 모였다가 다 흩어집니다. 다 흩어지고 그 한 몸 받은 데에 자기가 태어나기 이전의 악업이나 선업 즉, 그 의식 자체가, 업식이 거기에 포함이 됩니다. 포함이 돼서 이 세상에 등장하는 거죠. 그러면 여러분은 과거에 내가 지은 업의 인연에 따라서 좋게 한 것은 좋게 받을 것이고 언짢게 한 것은 언짢게 받을 것입니다. 모르고 저지른 것은 모르고 받게 마련이고 알고 지은 것은 알고 받게 마련이다. 이러한 것이 여러분 속에 그냥 수십억 마리가 지금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영식입니다.
그러면 그것이 어떤 때는 기쁘게도 해 주고 어떤 때는 잘되게 해 주다가도 어떤 때는 그 잘된 것이 망하게도 해 주고 어떤 때는 속상하게 해 주고 어떤 때는 병들게 해 주고 어떤 때는 남편하고 이혼하게 해 주고, 여러 가지로 고정됨이 없이 그대로 돌아갑니다. 그럼 그것을 고(苦)덩어리라고 이름하죠. 그런데 내가 말하는 것은 과거도 현실에 짊어지고 나왔으니, 짊어지고 나온 데서 나오는 데에 따라 되놔라 이거야. 자주 카세트 얘기 했죠. 카세트에 담긴 말도 내가 지금 또 집어넣으면 앞서 넣은 거는 없어진다. 그러니 연방, 넣으면 없어지고 넣으면 없어지고 넣으면 없어져서 그것이 과거에 어떠한 인과로 인해서 업을 가졌어도, 지옥고를 당해도, 악업을 지었어도 다 녹아들고 무너진다 그 소립니다. 예를 들어서 이열치열이란 말이 있듯이, 그렇게 나온 자리에다 되놓는다면 그 카세트에 넣는 것처럼 없어진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거기다가 모든 걸, 업이 있다, 나는 죄가 많다, 이렇게 수많은 이름들의 업, 팔자 운명 이런 것들을 넣지 마시고, 팔자 운명이라는 언어도 붙이지 마시고 ‘내가 죄가 얼마나 많기에 이러나?’ 하는 생각도 마시고 그런 생각이 나거든 그냥 자기 주인공에 맡겨 놓으세요. ‘모든 게 당신 속에서 나온 거니까 당신 알아서 할 수밖엔 없지.’ 하고 놓고 모든 게 좋게 되면 ‘아, 감사하구나!’ 하고 또 놓고 아, 그럭하라는데 뭐가 어려워요, 그게. 업이라든가 이런 거는 모두 과거에 지은 것이지 어떠한 물질이 아니에요. 자꾸 물질에 다가오는 거죠.
그러니까 모든 게 내 몸에, 내 가정에 다가오니까 일차적으로는 그것을 녹이는 데 이익이고 내 마음을, 내가 참나를 발견하는 데도 또 이익이고, 내 자식들을 이끌어 가는 데도 이익이고, 부부지간에도 이익이고, 모든 게 나 하나의 자가발전소에서 불 하나 켜면 내 아들이다 딸이다 뭐, 부부다 부모다 형제다 하는 데 가설이 다 돼 있거든요, 본래. 그러니까 발전소에서 치켜 올리기만 하면 그쪽으로도 다 불이 들어오게 돼 있어요. 그렇듯이 다 녹아진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니 이것이 생활 불교며 생활 참선이며 바로 이것이 좌선도 되고 참선도 되지요. 마음 편안하면 좌선이거든. 그러니까 내 마음으로 그 창살 없는 감옥에다 내 몸을 꼭 훑여 넣고 옴쭉 못하게 하는 좁은 마음을 갖지 말고 그런 거를 탁 털어 버리세요. 마음은 벽도 없고 지붕도 없고, 우주도 갈 수 있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내 집엘 갈 수 있다, 볼 수도 있다 이런 것 좀 생각해 보시면서, 앞으로 내 가정과 내 몸과 내 자식 이세를 튼튼하게 하고 부모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도 여러 가지로, 남을 원망하지 말고 증오하지 말고 욕심내지 말고 나라는 아집을 갖지 말고 모든 것은 내 탓으로 돌리면서 모든 걸 주인공에다 놓는다면, 그리고 부지런히 뛰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뛰는 그러한 발전적인 여러분이라면 아마 자유인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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