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으로 등불을 밝혀야 하는지요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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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으로 등불을 밝혀야 하는지요

본문

질문

이제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각 사찰에서도 갖가지 등을 만드느라 바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등불을 밝혀야 하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죠. 사월 팔일이 돼서 모두 등을 쫙 켜 놨습니다. 애를 못 낳으니까 애를 낳게 해 달라고 젊은 보살들이 등을 켜 놓기도 하고 그렇게 수천 명이 등을 달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스님이 뭐라고 그랬느냐 하면 “등불은 등불이로되 등불이 하나도 없구나.” 이랬습니다. 그랬는데 가만히 보니까, 한 구석 끄트머리에 가난한 어느 농부가 있는 것입니다.
 
아주 찢어지게 어려워서, 남들은 눈에 빠진 버선을 벗고 새 양말을 신을 수가 있었는데, 그분은 어려워서 눈에 빠져서 젖은 그 시꺼먼 거를 벗고는 맨발로 그냥 시뻘개 가지고 등도 살 돈이 없어서 초 하나만 사 들고 온 거를 종이짝으로 둘러놓고는 글쎄 거기다가 켜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것을 본 스님이 “허허! 아무리 비가 오고 뇌성벽력이 치고 아무리 눈보라가 친다 하더라도 저 불은 꺼지지 않느니라.” 그랬답니다. 그 사람은 정말 인등을 켰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즉 내 마음의 인등입니다.

여러분이 촛불 켜는 게 불인 줄 아십니까? 내 마음의 인등을 켜야 됩니다. ‘인등’이라는 것이 무슨 요만한 그릇에다가 꼬리표나 해서 붙이고 불 켜는 게 인등이 아니에요. 항상 여러분이 일 초도 떠나지 않고 이 마음을 내는 것이 바로 인등입니다. 여러분이 마음의 불을 켜고 진실하게 스승을 따르고, 진실하게 자기 주인공을 믿음으로써 일체제불, 일체 보살이, 천백억 화신이 다 한자리에 한꺼번에 찰나에 들고 나신다 이겁니다.

내 마음을 떠나서는 절대 그것은 공덕을 받을 수가 없거니와 남을 업신여기거나 가난한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아픈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굶주린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또는 못난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이러한 마음을 가져도 절대 안 됩니다. 모르는 사람은 ‘내가 전자에 몰랐을 때의 내 모습이로구나.’ 아픈 사람을 봤을 때는 ‘내 아픔이지.’ 이렇게 생각하시고 아픈 남의 자녀들을 보더라도 주인공에다 딱 집어서 ‘아, 내 주인공하고 둘이 아니니까, 주인공만이 쟤를 정상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하는 마음을 주신다면 그것이 차차차차 나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마음의 촛불을 켜고 있기 때문에, 밝기 때문에, 그것이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영원한 생명! 그 생명 때문에 말을 좋게 하니까 향기가 나고 마음의 향을 피울 수가 있죠. 또 마음이 참 좋아서 웃으면 웃는 대로 그것이 바로 저 고요한 달밤에 달이 떠서 모든 데를 밝혀 주는 것처럼 그러한 아주 자비의 웃음이란 얘깁니다.  그런데 낮에도 구름이 가리워져서 해가 보이지 않으면, 저 해도 검은 구름이 끼면 해가 비치지 않듯이, 인간으로 치면 인간의 마음도 우울하게 검은 구름이 끼면 밝은 마음이 바깥으로도 풍기지 않기 때문에 웃음이 나오질 않죠.  그러니 내가 밝은 마음으로 모든 걸 돌려놓으면서 사는 이것이 그대로 법이란 말입니다. 그러니 초파일에 다는 등도 그렇게 내 안의 불을 켜는 그 마음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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