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믿고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본문
질문
저는 무슨 팔자인지 저보다도 더 믿고 사랑했던 사람이 저를 버리고 떠나버렸습니다. 제 욕심은 오직 그 사람 하나밖에 없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나 봅니다. 이제 저는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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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물론 자기를 믿어야 합니다. 자기를 믿는다는 것은 여러분이 지금 움죽거리게 하는 장본인이 누구냐는 얘깁니다. 추우면 뜨듯하게 입히고 얼굴이 더러우면 씻겨 주고, 그렇게 자기 몸뚱일 이끌어 가는 바로 운전사, 주인이 누구냐는 얘깁니다. 자기 마음내는 법입니다, 바로 자기를 끌고 다니는. 어디 다니실 때 차 타고 다니시죠? 차는 여러분의 몸이고 운전사는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여러분 마음이 마음을, 마음내기 이전 영원한 생명을 포괄해서 삼합이 한데 합쳐진 바로 주인공을 믿으라는데도 왜 못 믿습니까? 왜 못 믿어요? 허공을 믿으래야 믿겠습니까, 이름을 믿으래야 믿겠습니까, 형상을 믿으래야 믿겠습니까?
여러분이 다섯 가지 대신 못해 주는 게 있어요, 아무리 사랑한다 하더라도. 똥 누는 거와 자는 거 먹는 거 아픈 거 죽는 거, 이것을 대신 못해 줍니다. 그런데도 영원한 사랑이라고 할까요? 여러분이 변소에 가도 같이 있고 울어도 같이 울고 웃어도 같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영원한 내 친구, 내 하나님, 내 님부터 알아야 하늘님을 알고 한울님을 알죠. 하늘님이라는 것은 지혜를 말하고 천체를 말하는 거고, 한울님이라는 건 천체 소리를 듣는 걸 말하는 겁니다. 이게 거저가 아니에요.
모두가 그렇게 속이 좁게 생각을 한다면 어떻게 이 삼라대천세계 우주 전체를 탐험을 하고 집어먹을 수가 있겠습니까? 욕심을 부리려면 다 버리고 다 얻으라고요, 네? 마음은 체가 없어서 아무리 버려도 버려도 버림이 없고 아무리 가져도 가져도 가진 게 없습니다. 모두가 자기 주인, 그 주인공을 진실히 믿고 거기다 맡기고 사세요. 안되는 게 있으면 ‘아, 내 주인공밖에 해결할 수 없다.’ 또는 되는 게 있으면 ‘감사하구나.’ 또 정히 내 몸이 아프면 ‘내 주인공밖에는 나를 낫게 할 수 없어.’ 하는 믿음을 진실하게 가질 때, 그리고 거기다 맡겨 놓고 평상시의 이 생활을 다 거기서 하는 거라고 믿을 때에 바로 그것이 지켜보면 관이고 실험을 하면 체험이에요.
옛날에 내가 이렇게 생각했죠. ‘풀 한 포기, 저런 나무 한 그루, 벌레 하나, 질척질척하고 더럽고 그런 게 없었더라면 내가 어떻게 이 진리를 파악했을까. 모두가 풀 한 잎, 그 더러운 물 한 방울이 전부 내 스승이로구나!’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모두 업신여기고 깔보고, 모두 더럽거나 못사는 사람, 병신, 가난한 사람, 이런 걸 봐도 모두 자기는 업신여긴다고 안 하면서도 어느 한구석에 그냥 샘처럼 솟아오르는 그런 게 있죠. ‘나는 이만하면, 그냥 그저….’ 그런 생각도 없이 그냥 깔보게 됩니다, 그냥그냥.
그러니까 스스로 둘이 아닌 도리를 우리는 알아야 된다. 그런 모습도 모든 게 나 아님이 없고 모르는 사람을 볼 때는 몰랐을 때 내 모습, 당신이 잘났으면 나도 잘났고 당신이 아주 못났으면 나도 못났고, 항상 그 그릇이 돼 주는 이런 아량과 사랑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모두 말로만 사랑 사랑 하지, 사랑이라는 것을 모두 말로만 하지 실천하지 않아요. 이기적인 사람들이에요, 모두. 모두 자기한테 조끔만 손해가 가면, 장가를 들었다가도 부인이 다리 하나가 부러지고 그렇게 한 일 년 지나니까 스스로 그냥 배신이 돼 버리고 마는 거죠, 뭐. 이렇게 사람이 신의가 없고 진실이 없고 가면의 사랑이라는 말만 가지고 사는 사람을 어떻게 믿고 이 세상을 살 수 있을까요? 그래서 나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나 자체 즉, 현재의 의식은 자요, 그 의식이 일어나기 이전은 부요, 부와 자가 한데 상봉할 때 비로소 자비와 사랑은 언제나 샘솟듯 하고 또 싹틀 수 있고 광대무변할 수 있고, 그것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이 천지를 다 줘도 바꿀 수 없는 거죠.
그러니 우리가 진짜 믿는다면 벌써 자기 내면의 그 한마음으로서 모든 것이 나오는 걸 리드해 나갈 수 있는, 내 마음이 지배인이 되고 바깥으로 들어오는 것도 ‘내 탓이지. 바로 내가 있으니까 부딪치지. 내가 있으니까 내 따귀를 때리지. 내가 있으니까 모든 게 불리한 조건 또 사랑스런 조건, 잘되는 조건 이런 것이 들어오지 않나. 이게 모두 내 탓이로다.’ 하고 돌리면, 그리고 믿으면 모든 게 하나도 엇갈림이 없으니 그것이 바로 용광로에다가 헌쇠 넣는 작업과 똑같다 이겁니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자기 마음을 그렇게 얽매여 놓고 창살 없는 감옥에서 한 치도 못 빠져나가는 그런 옹졸한 사람이 돼 가지고 여기도 걸리고 저기도 걸리고, 그래서 안되는 게 많고 되려고 하다가 안되고, 이거는 이렇게 가려고 하면 저렇게 가지는 이런, 삶의 보람 없는 이런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이겁니다. 여러분이 자유인이 돼서 펄펄, 당당하고 떳떳하게 이 세상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우선 나부터 알자. 나부터 믿자. 나한테, 주인공한테 모든 것을, 살아나가는 것을 모두 맡기고 살자. 나는 그 주인공에 의해서 이끌려 다니는 사람이니까. 시자일 뿐이고 저런 차와 같은 거니까. 그래서 그것을 알고 보면 나중에 둘이 아닌 도리를 또 배우게 되니 열심히 자기 자신의 주인공을 믿고 나가신다면 벌써 마음부터 편안해져요. 우환이 오지 않으니 좋고 또 우환이 오는 것도, 가난이 오는 것도, 병고가 오는 것도 전부 이거는 내 실험할 수 있는 재료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한번 그거를 자꾸자꾸 거기다가 맡겨 놓고 지켜보면서 실험하고 체험해 보세요. 그러면 지금 닥친 이 상황이 내 인생에 좋은 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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