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복으로 믿지 말라 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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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우리가 어디에든 지극 정성으로 빌면 병이 낫기도 하고 해결되는 일도 많은데 스님께서는 왜 그렇게 기복으로 믿지 말라고 강조하시는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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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인간은 고등 동물이고 또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기는커녕 만날 그냥 뜬구름처럼 헤어졌다가 모였다가 하면서 이 물바퀴 소용돌이 속에서 그냥 부딪치고 부딪치고 부딪치고 그러니까 항상 고통스럽게 사는 겁니다. 여러분 속에 의사도 있고 관세음도 있고 지장도 있고 칠성도 있고 산신도 있고 지신도 있고 용신도 있고 거기 다, 약사도 있고 그 주인공 안에 일체제불이 다 계신 겁니다. 또 일체 중생이 다 거기 있고, 일체 의사가 다 거기 있고 간호원도 있고 전부 있어요. 그런데 왜 딴 데 가서 찾습니까? 보이지 않는 데 약이 수두룩하고 보이지 않는 데 의사가 있고 아니, 별게 다 있는데, 가난하면 가난을 극복하고 일으켜 세워 줄 수 있는 관세음이 있고, 바로 그 주인공 안에 전부 다 있는데 왜 따로따로 찾습니까?
그림을 보고 찾고 그림을 보고 믿고 말을 듣고 믿고 또는 이름을 보고 찾고, 칠성에 가서 빌어야 명이 길고 약사한테 빌어야 병이 낫고 또 좋은 데로 가려면 지장을 찾아야 하고, 명이 길려면 칠성에 가서 빌어야 하고 또는 무슨 사건이 나면 산신에 가서 빌어야 하고 어린애를 못 낳아도 산신에 가서 빌어야 하고... 도대체 이게 뭡니까? 아니, 만물의 영장이기 이전에 귀신들이지, 그게 사람이 귀신 노릇을 하니까 귀신이 있는 거지 사람이 귀신 노릇을 안 하고 사람 노릇을 하는데 무슨 귀신이 있겠습니까?
또 무슨 부적이다, 팔자 운명이다 또는 ''내일 이사 가면 어떨까?'' ''부적을 써다 붙여야지.'' ''내 몸이 아프니까 이거 어디서 사고가 났나?''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그런 사람이 돼서는 안 됩니다. 즉각 알아야지. 병이 나면 즉각 ''어허, 내 몸속의 악업 선업으로 뭉쳐진 과(果)로서 나온 거지. 아이고, 그 과로 내 몸에서 나온 건 바로 내 몸 안에서 한마음으로 고쳐야 되는 것이다.'' 하고 알아야 한단 말입니다.
여러분이 다니다가 넘어지면 여러분이 일어나지 누가 일으켜 줍디까? 그리고 대신 먹어 줍디까, 대신 아파 줍디까, 대신 죽어 줍디까? 대신 자 줍디까, 대신 똥 눠 줍디까? 아니, 대신 누가 해 줍디까? 이 세상에 자기가 혼자 왔다가 가을이 되면 혼자 낙엽 떨어지듯이 갑니다. 그랬다 다시금 이 세상에 나올 땐 봄이 와야 다시 잎이 피듯이 잠시 중지됐다가 또 나오거든요. 그런데 잠시 중지가 아니라, 의식에 끄달리고 물질에 끄달리던 의식이 그냥 남아서 들어간 사람은 어디로 자기가 갈 바를 몰라요. 그래서 저런 나무한테도 지접을 하고 또는 어디 집 짓는 데 가서 지접을 하고 대감도 되고 거기 그냥 어떤 약한 사람한테, 그렇게 그냥 기복으로 믿는 사람한테 들어가는 겁니다. 그 집으로 들어가고 저 집으로 들어가서 괴롭히는 거죠.
이래도 기복으로 믿으시겠습니까? 그리고 중심을 두지 않고 자기 주인공을 모르는 사람 앞에는 집이 빈집과 같아 오고 가는 사람들이 다 들어와서 자요.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들어와서 자면서 거기서 그저 집이 헐어지건 말건 들어와서 그냥 북덕거리고 있다가 또 나고, 또 북덕거리고 있다 나고 그렇기 때문에 집이 그냥 얼른 망그러집니다. 그런 거와 같아요, 이 몸뚱이가. 그러니 이 몸뚱이 속의 그 생명들이, 즉 말하자면 의식 자체가, 딴 데서 들어오는 유전성이나 세균이나 이런 것도 여기 주인이 없어 가지고 뭐 다스리지 않으니까 즉, 부모가 없어 가지고 고아들이 한데 모여서 저희들끼리 북덕거리는 거와 똑같아요, 지배인이 없으니까. 그래 가지고는 바깥에 있는 거 다 끌어들여서 서로 춤을 추니 이 몸뚱이가 뭐가 되겠습니까?
그런데 여러분은 ''저이는 뭐, 저런 말이 어디서 저렇게 나오나?'' 이러겠지만 이게 진리예요, 전부. 내가 없는 말 하지 않아요. 여러분은 첨단을 넘어가는 공부들을 하신 분들인데 아니, ''우리가 지금 세상에서 찰나 생활을 하고 있구나. 이게 한 바가 없이 그냥 자꾸 자동적으로 돌아가는구나.'' 아, 이걸 왜 몰라요? 거기에 업이나 운명이나 팔자나 이런 거 붙을 사이가 없어요. 그렇게 생각을 하고 그 도리를 알아야죠. 한생각에 달려 있는 겁니다.
그래서 왜, 아주 약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은 얕보여서 주먹으로 한 대 맞는 수도 있죠. 저 사람은 정말 아주 너그럽고 저 사람은 참 사람다운 사람이다 할 때는 거기 손 못 댑니다. 그러나 덤벙덤벙하고 그저 사기나 치고 이러는 사람들은 주먹 아니라 발길에 차이고 그냥 모가지도 눌리고 그런다고요. 그런 거와 같이 그렇게 주인 없이, 주모가 없이 내가 흔들린다면 보이게 보이지 않게 사방에서 끄달리는 겁니다. 그러니 자빠져도 코가 깨지죠. 그러니 될 듯해서 하는데도 안되는 거야. 이게 뭐냐? 그게 과(果)다 이거야. 내가 나오기 이전의 인(因)으로 인해서 지금 현상에서 과로 뭉쳐 있다.
이걸 다 녹이려면 ''주인공, 당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 하고 거기다 다 놔야 그것이, 전자의 그 인으로 인해서 과가 된 것이 다 녹아서 마음이 전부 한마음으로 뭉쳐져서 천백억화신으로 화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몸뚱이 속에 있는 마음들이 보살로 화한다 이거죠. 그러니 모든 걸 내 주인공밖에는 믿을 곳이 없고 내 주인공밖에는 나를 이끌어 갈 수 없다는 그 믿음과 더불어 어떠한 용도에 따라서 온다 하더라도, 어떠한 큰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모든 것을 거기에 맡겨 놓고 ''거기서밖에 해결 못해.'' 하는 그 믿음을 진실하게 가져야 합니다. 바깥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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