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본문
질문
성경에서는 하느님이 모든 걸 창조했다고 보는데 불교의 관점에서 이 우주 만물은 어떻게 생겼으며 우리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이 우주의 근본 자체가 여러분 마음에 직결돼 있습니다. 여러분 몸이 오대양 육대주도 될 수 있어요. 이 뇌를 보세요. 얼마나 복잡하고 거대하게 돼 있나. 우주 천하 만물만생이 다, 미생물에서부터 진화되는 것은 생각에, 마음에 의해서 진화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의식 자체가 바로 요런 거다 하고 모르면, 귀도 먹고 그러면 벌레는 벌레대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가 어떻게 가다 보면 벗어나게도 되겠죠. 인간도 그렇습니다. 살다 보면 차원에 따라, 전체가 차원이 크고 작은 관계상 ‘눈이 뜨여지고 귀가 뜨여지는가.’ 이러한 문제에 의해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여러분이 될 수도 있고 편안치 못하게 사는 여러분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바로 중생이다 부처다 하는 것도 백지장 하나 사이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거 먼저 생각하지 마시고 공부를 진짜 하려면 무조건, 무조건 자기를 끌고 다니는 자기 주인공을 진짜로 믿고 거기다 일체 만법, 생활을 다 맡겨 놓고 ‘당신만이 해결할 수 있고, 당신만이 나를 끌고 다닐 수 있고, 당신만이 내 가정을 이끌어 갈 수 있고, 내 몸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내 주인공밖에 없다. 대신 가 줄 사람도 없고 대신 먹어 줄 사람도 없다. 내가 혼자 와서 혼자 지금 길을 걷고 있다.’ 이런 걸 아셔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참나를 발견하고 감응이 될 때, 그 때에 한번 하늘을 쳐다보고 울고 한번 땅을 내려다보고 땅을 치고 울게 되고, 그 때 바로 사람이 되는 겁니다. 진짜 자유인 말입니다.
그렇게 모두 아는 거, 알려고 하는 거, 이런 걸 다 놓으십시오. 우선 나부터 알아야 합니다. 내가 여러분한테 뜻을 몰라서 답변을 안 해 드리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은 바로 내 동생 같고 자식 같고 형제 같은 겁니다, 모두. 연세가 높으신 분은 내 부모 같고 모두 이렇습니다. 남 같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일 년이 되든 한 달이 되든 정해 놓지 말고 꾸준히 공부해 보세요. 여러분의 차원에 따라서 빨리 싹이 날 수도 있고 더 빨리 클 수도 있고 아주 밑에서 싹도 나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
열반이라는 것은 뭔 줄 아십니까? 비유하자면 콩이 아주 잘 익었다면 그냥 건드리기만 해도 탁 벌어지죠. 그런데 덜 익은 거는요, 속껍데기가 짝짝 붙어 가지고는 까도 안 까집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죽음에 임해서 고생을 하고 죽는다는 뜻입니다. 안 까지니까. 까지기는 해야 할 텐데 안 까지거든요. 그래서 아픔을 그렇게 견디지 못하고 애를 쓰다가 결국은 몸을 벗는다는 이치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가고 싶으면 그냥 툭 건드리기만 해도 콩깍지가 탁 벗어지게끔 할 수 있는, 자유스러운 생활을 하시도록 노력하신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우리가 해 나갈 수 있는 대로 해 나가면서 이 생각 저 생각 하지 말라 이겁니다. 이 생각이 나거든 맡겨 놓고, 저 생각이 나거든 또 맡겨 놓고, 울고 싶거든 주인공 붙들고 울고 감사하거든 주인공 붙들고 감사하고, 그렇게 한 일 년 계속 가 보세요. 진짜로 그렇게 못하기 때문에 모두 겉껍데기로서 애를 쓰는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없으면 아무도 없어요. 내 몸에 불이 붙었을 때 남이 불을 꺼 주는 게 아니라 제가끔 자기 불 끄느라고 애를 쓰지, 누가 불 꺼 주는 사람 없습니다. 그러니 자기가 자기를 가엾게 생각하고 불쌍히 생각하고 자기 주인공한테 감사해야 합니다. 주인공이 자기를 얼마나 위하고 가르치려고 노력하는지, 때로는 그렇게 많은 살림살이에서 자기 마음을 떠 보기 위해서 이것도 보여 주고 저것도 보여 주고 꿈으로도 보여 주고 생시에도 보여 주고 이런단 말이에요. 그런 데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 주인공이 자기를 가르치기 위해서 그러는데 왜 속습니까. 그래서 ‘환상천도 넘어서라. 모든 것에 속지 말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겁니다. 그러니 먼저 나를 발견하는 데 중점을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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