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부적을 받아오긴 했는데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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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부적을 받아오긴 했는데

본문

질문

요즘 하도 되는 일도 없고 너무너무 답답해서 얼마 전에 점을 보러 갔다가 부적을 몇 개 받아 왔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받아오긴 했는데 스님 말씀이 생각나서 불살라 버렸습니다. 공부한다 하면서도 너무 힘들 때는 자꾸 마음이 약해지면서 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정신 차릴 수 있게 따끔하게 일침을 좀 가해 주십시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우리가 수없는 억겁을 거듭거듭 거쳐 나오면서, 내 몸의 모습을 바꿔 가면서 얼마나 아팠던가. 얼마나 쓰렸던가. 얼마나 고에 휘달렸던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그 습을 놓지 못하고, 그 노비 문서를 놓지 못하고, 그 종문서를 쥐고 다니는 이러한 여러분의 그 답답함을 나는 도대체 알 길이 없습니다.
 
여러분도 나처럼 눈 달리고 코 달리고 예전 부처님들도, 역대 조사들도 다 눈 달리고 코 달렸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이 절 저 절 다니면서 이 부처 저 부처, 용왕이 날 돌봐 준다 해서 방생한다고 고기 잡으러 가 가지고들 다니는 거. 밥 내려 가지고 물에 넣는 거. 이게 뭡니까? 도대체 이게 떳떳하고 광대무변한 한 인간으로서 자유인이 되지 못하고 항상 노예로서 거지, 또는 귀신, 이런 짓들만 하고 다니니 이게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똑똑한 사람을 낳을 수 있겠습니까? 똑똑한 사람을 기를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내 앞에 좋은 물건이 있다 하더라도 여러분이 그 물건을 쓸 줄 모르면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아무리 이 세상을 다 주고 바꿀 수 없는 보물이, 보배가 앞에 있다 하더라도 쓸 줄 모르면 그건 허탕이에요. 모든 사람들이 그 보배를 가지고도 당신네들이 쓰지 못하는 관계상, 그 보물이 쓸모없이 됐단 말입니다, 모두.
 
우리가 사는 게 모두 힘이 있으면 빨아당겨서 자기 거를 만들고 힘이 없으면 거기에 들어가서 종노릇을 하는 것이 보통이거든요. 우주의 섭류도 역시, 힘이 있으면 탁 쳐선 그냥 버리거나 쫙 빨아들여서 자기 걸 만들거나, 이런 문제들이 숱하게 많으니까요. 지금 이 지구 안에서 살아나가는 여러분도 다 같이 살아가면서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살아나가는 데도 마음들을 그렇게 쓰니 어찌 뺏기지 않고 살겠습니까. 무당한테 마음을 뺏기고 살지 않나, 부적한테 뺏기고 살질 않나, 장승한테 뺏기고 살질 않나. 남이 용왕이 있다니까 용왕한테 뺏기고 살질 않나. 이름에게, 전부 이름을 해 놓고는 그 이름한테 전부 뺏기고 살아요.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내 정신 내가 가지고 사는 거지, 왜 자꾸 정신들을 뺏기고 사십니까.

 어떤 사람이 이랬대요. 부적을 해다가 베개에다 넣고, 일곱 장을 사야 그 달에 뭐 괜찮다고 그래 가지고선 그걸 다 사다가 여기도 놓고 저기도 놓고 그랬답니다. 그러다가 선원엘 오게 됐답니다. 그랬는데 며칠 다니면서  설법도 듣고 그러다 보니까 어느 날 밤 꿈에 스님이 오셨답니다. 그래서 “그래서?” 그러니까 “너희들이 여기 저기 감춰 놓은 거 좀 내놔 봐라.” 그러더랍니다. “감춰 놓은 게 없습니다.” 하니까 “이것도 없어? 여기에 매달려서 너희가 잘되려고 하느냐?” 하면서 그 베개에 있는 거, 뭐 있는 거 다 내놓으라 그래서 다 몰아서 놓는데 벌써 그냥 확 불이 붙어 가지곤 그냥 흔적도 없더랍니다. “그런 꿈을 꿨습니다. 이게 무슨 꿈입니까? 이거 해로울 꿈 아닙니까?” “아휴, 저러니 할 수 없지. 마음 쓰는 게 저렇게 가난하니 어찌 살기가 가난치 않을까.” 이런 말을 했지요. 그러면서 처음에는 그렇게 말을 해 놓고선 또 ‘에이, 저 모습이 내 모습이요, 저것이 바로 나인데.’ 하고선 잘 다독거려서 “그게 아니라 그릇이 다 타버렸으니 얼마나 좋아. 모든 것을 주인에게 맡기고 살면 편안치 않아?” 이렇게 처음부터 달래 가지고 나가야지 별수 없거든요, 그놈의 거, 그 습을 다 떼어 버리려면.
 
모든 게 여러분의 마음에 달렸습니다. 이게 마음이 얼마나 기묘하고 광대무변한지 여러분이 체험을 안 해 보셔서 그렇지 체험을 해 보세요. 여직껏 나를 끌고 다니는 거, 오늘도 부지런히 육신을 놀려서 밥해 먹이고, 빨래하게 하고, 똥 눌 사람은 똥 누게 하고, 걸음을 걷게 하는 그 장본인이 누굽니까. 바로 여러분의 성품에 의해서. 따라서 환경을 자기가 조성해 나가고 화합을 시키고 조화를 이루고 이렇게 살아나가는 것도 여러분이지, 딴 데서 오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아이고, 이거는 영 안되니, 이놈의 걸 노릇을 어떡하나 하고 안된다고 생각을 했으니까 안되는 거고, 된다고 생각을 하니까 되는 거고.  내가 새 달에 무당이 나쁘게 된다니까는 그냥 나쁜 줄 알고 쩔쩔 매는데, 내 주인, 이 주장자의 주인이 없으니깐 그런 소리를 듣고 말리는 겁니다. 오히려 귀신한테 말리는 거죠. 내가 귀신이 되는 거예요. 내가 가고 싶으면 가고 이사 갈 때 되면 가고,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떡 해 먹고 싶으면 떡 해 먹고 이러는 거지 아이, 누구에 의해서 해요?  지금 안 그래도 살기가 고달픈데 아니, 여기에 끄달리고 저기에 끄달리고, 어떻게 편안하게 살 때를 바랍니까.
 
일심에서 일체 만법이 나고, 일체 만법이 일심으로 드는 것인데 이걸 무시하고서 방황하니까 모든 문제가 틀어지는 겁니다. ‘응, 네가 그렇게 나를 믿지 않고 그렇게 돌아치니까 너 좀 돌아봐라.’ 그러지들 뭐, 어떻게 하겠어요. 여직껏 자기가 자기를 끌고 나오는 자기 주인의 그 공도 모르니 어떡합니까, 그거? 이제부터는 그러지 말고 철저하게 자기의 주장자, 자기의 주인공, 그 자체를 철저하게 믿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물러서지 않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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