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사람이 없어요
본문
질문
스님, 저는 참 외롭습니다.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직위는 있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없어요. 친구도 그렇고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합니다. 제 성격이 좀 직선적이라 돌려서 말하질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제 뜻과는 상관없이 상대방은 상처를 입게 되더라고요. 공부한다 하는데도 이 습이 잘 안 녹아져서 부끄럽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우리가 이 생각을 평탄하고 둥글고 겸손하게 가져야 합니다. 누구에게 겸손하게 하라는 것보다도 자기 스스로 마음이 겸손해야 돼요. 항상 뾰죽하게 폭 뚫는 것보다도 스르르 돌려서 남 맘 상하지 않게, 이렇게 할 수 있는 그 마음, 그 마음이 모두를 이익하게 할 수 있는 자비요, 지혜죠. 남이 잘못한다고 해서 “넌 왜 그렇게 잘못하니?” 하고 하기보다 “얘, 이럭하면 이렇게 잘못되는구나.” 하는 거하고는 다르죠. 앞의 거는 감정이 생기고 뒤의 거는 감정이 안 생기죠. “아휴, 그런가요? 그렇겠군요.” 하고 외려 미안해합니다. 그럴 때 “미안할 거 없어. 사람이 살다 보면 말이야, 이거보다도 더 잘못하는 일도 있고, 이거보다도 사람이 죽어나가는 수도 있고 그런데 아이, 사람이 죽고 살고 이거 뭐, 다 떨쳐버린 거를 뭐 이거 가지고 그래? 내가 지금 죽는대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하는 그러한 마음이 있어야 됩니다.
이 세상에 내가 잘났다고 하려고 이 공부 하는 거 아니거든요. 못났대도 좋고 잘났대도 좋고. 모든 게 나, 과거의 난데, 그것이 다 내 모습이요, 내 마음이요, 내가 미생물에서부터 거쳐온 걸 알았기 때문에 그것이 다 바로 나 아님이 없는 것이고, 내 형제 아님이 없는 겁니다. 어디 송장이 수북하게 쌓였다 하더라도 그것도 바로 내 친척 아님이 없고 내 몸 아님이 없고, 내 송장 아님이 없는 거예요. 나도 만약에 내 이 근본이 아니라 분별심만 딱 떨어진다면 금방 송장이 돼 버리죠. 혼백이라고도 하고 모두 죽는다고도 하고 영이라고도 하고 뭐 별 소리 다 합니다마는. 우리가 성품으로 인해서 만법을 응용하고 지금 살아나가는 게 그대로가 여여하다 이러지마는 그 성품이 어디로부터 나오는지 그것을 똑바로 우리는 실감해야 됩니다. 실감치 않고는 안 돼요.
그러니까 내 몸이 없어지면 부딪침이 없어서 그 무진 그 업도, 습이라고 하죠. 그 인연의 습이, 인연줄이 끊어지질 않아요, 끊으려고 한다면. 끊는 게 아니라 녹이는 겁니다. 망상을 끊어라 끊어라 하는데 끊는다면 끊어지나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그냥 생기는 대로 자연적으로 놓는 겁니다. 맡겨 놓는 거예요. 거기서 나온 거니까 거기다 다시, 아주 막말로 “네 자리에서 나온 거 네 자리에다 쑤셔넣어라.” 이러죠. 우리가 이 습을 놓으려면, 그러지 않아도 습이 자꾸 생기는데, 나는 대로 습을 놓는 겁니다.
그러니까 살아나가는 대로, 이게 모두 누가 하는 겁니까? 원동력인 이 주처에서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럼 주처에서 나오는 것 주처에다 다시 맡겨 놓고, ‘들이고 내는 것은 거기밖엔 없다.’ 하고 진실히 믿어 보세요. 그 믿고 가는 길에서 모두 타파가 되지 않나 이렇게 봅니다
- 이전글어떻게 마음을 비워야 하는 건지요 21.10.25
- 다음글너무 물질에만 얽매여 살았어요 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