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마음을 비워야 하는 건지요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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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마음을 비워야 하는 건지요

본문

질문

저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식구들을 편안하게 살게 해 주고 싶은데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경제적으로 좀 궁핍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돈이 되는 일이면 이것저것 다 해 보려고 하지만 워낙에 밑천이 없다 보니 나아지는 게 없습니다. 모두들 마음을 비우라 하는데 어떻게 마음을 비워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여러분은 지금 이 마음을 비우라 하기 이전에 아주 탕탕 비어 있습니다. 그런 걸 왜 모르십니까? 본래 비어져 있습니다. 돈을 억만 금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건 가진 게 아닙니다. 비었습니다. 자기의 추에 의해서 그냥 돌아갈 뿐입니다, 재산도 모두가. 여여하게 쓰십시오. 여여하게 사랑하고 여여하게 쓰시고 여여하게, 그냥 하십시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부처가 되어 봤어야, 그것도 이름해섭니다. 부처가 되어 봐야 보살이 될 줄 알고 보살이 될 줄 알아야 진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것이 참사람이요, 이름해서 부처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법신도 자기요 보살도 자기요, 부처도 자기요 중생도 자기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자기의 태초의 모습이, 자기 이 오장 육부의 세포를 타고 자기의 참 그 태초의 모습들이 지금 자기 속에 우글우글하고 있습니다, 갖은 각색으로. 그런데 자기가 선장으로서 한생각을 내면서 드립다 지금 여여하게 뱃놀이를 하고 가는데 흥! 소리를 못 지르나마, 노래는 하지 못하나마 왜 여여하게 가지 못하십니까?
 
여러분이 그 놔라 하기 이전에 놔져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놓지 않고 있다면 지금 자기 생각에 의해서 그냥 잔뜩 끼고 있어서 그렇지, 그건 여러분의 탓이에요. 그냥 돼 있는 건, 여러분이 걸어다니실 때에도 그 발자취가 없는 겁니다. 그 발자취는 금이 아니고 보석이 아니고 돈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무심하고 왔기 때문에 그냥 없는 거지, 아마 발짝 하나 딛는 데 금은보화가 10억씩 붙어 있다고 그런다면은 ‘아휴! 한 걸음에 10억씩 붙어 있는데 내가 이거를….’ 네? 이럴 겁니다. 그러나 이거는 뭐 하나도 돈 내는 것도 없고 돈 붙는 것도 없고 뭐 하나도 이익이 없으니까 그냥 태연하게 그냥 걸을 뿐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살아나가는 것도 태연하게 그렇게 가십시오. 여러분이 집에 들어가실 때 신발을 내가 벗고 들어간다는 생각이 있이 들어가십니까, 신발을 벗는다는 생각이 없이 들어가시는 겁니까? 똥 누러 갈 때 똥을 누러 간다고 생각을 하고 갑니까, 그렇지 않으면 똥만 마려우면 그냥 뛰어 들어갑니까? 생각을 해 보십시오. 똥 버리는 건 아깝지 않고 금 버리는 건 아깝거든요. 네? 마음이 이렇게 괴상망측합니다.
 
나를 한번 봐도요, 돈이 백만 원이 들어왔든 천 원이 있든 그것은 한 개도 없습니다. 누구한테 한 개도 받은 예도 없고 준 예도 없습니다. 주고 받은 게 없어요. 그건 왜 그러냐?  절이 있어도 이게 바로 내 것만이 아니고 여러분과 동시에 나와 같이 여래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여래의 집이기 때문에 나는 욕심부릴 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이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여러분이 가정을 가지고 있고 자식과 아내와 다 같이 이렇게 있으면서도 그것은 바로 동시에 식구들 거기 때문에 내 거라고만 할 수 없으니 그냥 놓으시고 사셔야 합니다, 그냥 그대로.

아이 글쎄, 여러분이 아버지로서 아버지의 몸이 자기 몸입니까? 왜 자기 겁니까? 자기가 어디 있습니까? 그 부인의 바로 남편이고 그 자식들의 아버지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아버지가 될 때 자기라고 하겠습니까, 남편이 될 때 자기라고 하겠습니까. 어떤 거 될 때에 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공했다고 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거라고 할 것도 없고 남의 거라고 할 것도 없는 그 자리에서 내가 여여하게 그냥, 벌게 되면 벌고 못 벌게 되면 못 벌고 이러는 반면에 내가 그대로 버는 것도 못 버는 것도 그냥 그대로, 그대로입니다. 짊어지고 다니지 않아도 쓸 때 쓰기만 하면 되지 않습니까?

만약에 이 우주천하가 다 내 거라면은 무엇 때문에 그걸 짊어지고 다닙니까?  짊어지고 안 다녀도 그냥 허허지 늘어진 게 바로 나고 내 생명이고 내 것이고 나 아님이 없고 그런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 마음도리를 꼭 하십시오 하는 겁니다. 자기 마음을 자아내려면 자기 주인공을 믿어야 된다는 얘깁니다. 왜 자기를 낮게 생각을 합니까. 낮게 생각도 말고 높이 생각도 하지 마세요.
 
석존께서도 어느 신도가 아프다고 누웠는데 그 신도가 그 석존을 뵙고 싶어서 무척 아프면서도 앨 썼습니다. 그래서 어느 신도가 스님한테 가서 얘기를 했습니다. 그 밑의 제자들더러요. “야, 우리 고을에 아무데에 사는 아무개는 이렇게 죽을 날이 며칠 안 남게 아파서 누웠으면서도 한 번만 뵙고선 갔으면은 죽어도 원이 없겠다고 이렇게 하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하니까 “그러면 가야지.” 하고서 일어나서 가셨습니다. 가셨는데 이 아픈 사람이 석존이 들어오시는데 어떻게 누워 있겠습니까. 그래서 일어나려고 하니까 드러누우라고 했습니다. 이 육신은 드러누웠으나 앉았으나 일어나나 그것은 상관이 없다. 단, 네 마음이 그토록 그렇다면 벌써 일어나서 그렇게 반겨 줄 수 있는 그 진정한 진실한 마음이 있노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고 절을 삼 배 했느니라 하거든요. 그 뜻이 뭐겠습니까? 우리네 마음이 말입니다, 그렇게 중요합니다. 우리네 마음이 자기를 구덩이에다 넣을 수도 있고 구덩이에서 나오게 할 수도 있는 묘법을 가지고 있답니다.

여러분은 이론으로 정말이지 저보다도 이 세상에 모두들 유명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말로 이론으로서 무불통지 하셔서 말을 참 잘하신다 하더라도 못하는 나만 못한 겁니다. 그 뜻을 아십시오. 열 번 백 번 만 번 말을 잘한다 해도, 또 이 물질적으로나 우리 이 법도에 어긋나지 않게 율법을 지킨다 해도, 이 무의 세계의 두루 법은 이건 따를 수가 없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무의 두루 법은, 두루 모습은 무궁무진한 겁니다. 한 번 행하기가 어려운 거지, 한 번 행할 때는 참 무서운 것입니다.
 
그래서 한 번 행할 때에 한 주장자를 탁, 주장자가 동그랗게 말려서 아주 가지고 다니는 사이 없이 가지고 다닐 때 주장자가 한 번 탁, 이렇게 용도에 따라서 딱 들었다 하면 쭉 펴지면서 소리가 요란하게 날 때에는 우주간 법계에서 다 그 소리를 듣고 다 같이 호응을 해 준다는 그 사실을 여러분이 몰라서는 아니 됩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이 법이.
 
지금 우리 조그마한 반쪽 된 나라에서도 그렇게 무슨 가난하게 이렇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이 부자라면, 허허 웃으면서 나물 먹고도 그 요지로 이빨 쑤시듯 반쪽 나라에서 살면서도 이렇게 여여하고 좋을 수가 없는 것이 바로 그 능력입니다. 오고 감이 없이 오고 갈 수 있고, 손 없는 손이 두루 할 수 있고, 발 없는 발이 길 없는 길을 두루 할 수가 있는 이 묘법을 가지고 있다면 구태여 무슨 그렇게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 우리가 지금 현재에 물질적인 생활로서, 물질적인 과학으로서, 물질적인 모든 공업으로서 이 세상 모두 살아나가는 문제, 경제 이런 문제, 이런 것도 모두가 포함해서 한 추에 모두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거짓말이라고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나 그건 아닙니다. 그렇게 철두철명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 도리를 아신다면은 이렇게 자비하고 묘하고 이렇게 당당한 이 도리가 어디 있을까 하고 이 세상을 다 바꾼대도 바꿀 수 없는 이런 도리가 바로 여기에 나한테 있구나 하는 걸 아실 겁니다.
 
그러니까 진실한 마음, 이론적인 아는 게 있다 하더라도 다 자기는 그 참자기 안에서 다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한 문으로 들었다가 한 문에서 나오는 거니 모든 것은 그 나오는 대로에 거기에 다시 놓으십시오. 그러면 빈 카세트가 될 겁니다. 바로 이것이 비우는 공부며 아주 탕탕 그릇을 비우는 공부입니다. 비워야 바로 우리는 항상 집어먹을 수 있고 그저 닥치는 대로 놓을 수 있어요, 항상 비어 있기 때문에. 여러분도 다 아실 테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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