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고 살라 하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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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는 활짝 웃고 살라고 말씀하시는데 제 생각에 그냥 웃다 보면 왠지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 싫거든요. 그래도 웃고 살아야 하는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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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무심으로 그냥 덮어놓고 무슨 생각 있이 웃으라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 생각에 ‘아유, 내가 이거 웃으면 이게 좀 상태가 좋지 못한 사람으로 보일 거고 좀 이상스런 사람으로 보일 거다. 그리고 자기 마음이 좀 상태가 끈덕지지 못한 그런 상태로 된다.’ 이런 것도 되지만 그런 생각을 아예 버리고 다 놓고 무심으로써 웃으면 그냥 다 웃어질 수 있어요. 그러면 저 뜰의 나무들도 다 ‘같이 웃어줘서 참 좋아요.’ 그러고 서로 나무들도 같이 웃는단 얘깁니다. 지나가던 구름도 웃고.
그러니까 전부 이렇게 모여서 나와 나 공부하는 데에 전부 도와지는 형상이 된단 말이죠. 남이 미쳤다고 하든 말든 그것이 하등 상관이 없어요. 미쳤다고 한다면 남을 해롭게 하고 이러는 게 미친 거 아닙니까. 이 마음공부를 하면 나무가 말하는 것도 들을 수 있고, 꽃이 말하는 것도 들을 수 있고, 지나가다 흙이 말하는 것도 들을 수 있고, 돌이 말하는 것도 들을 수 있고 그러니까 웃을 수밖에 없어요. 우스운 소리를 들으면 웃지요.
어느 누구가 말입니다, 임신을 해서 배는 부른데 입맛이 없다고 살아 있는 가물치를 사다가 솥에다 넣고 요리를 할 양으로 그러는데 가물치가 하는 소리가 “스님, 나 이렇게 이 물에 들어가도 들어간 사이가 없는데 웃지 않으세요?” 그러는 거예요. “들어가도 들어간 사이가 없다는데 웃을 필요가 뭐 있니?” 그러니깐 “아휴, 좀 이 가물치라는 걸 이번에 꼭 모습을 좀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이러잖아요. “그럼 스님한테 이 가물치를 아니, 가물치라는 이름을 고아서 드리고서 스님, 인도환생으로 꼭 나게 해 주십시오.” 그러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웃기는 거죠. 그러니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단 얘깁니다.
길을 가다가도 만약에 조그만 나무가 섰다가 금방 토끼가 돼서 깡충깡충 뛰면서 옷자락을 물고 이렇게 한다면 그것도 또 돌아보고 웃지 않을 수가 없죠. 그래 덮어놓고 웃는 겁니다. 무슨 생각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깐 생명 하나하나가 공생, 고 순간순간 공생이 되고 공체가 되고. 비록 볼 때는 토끼지만 모습은 산 모습이란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체가 되는 거지요.
그러니까 덮어놓고 그냥, 그냥 웃지 않을 때도 웃고 그러라는 게 아니라 웃지 않을 때에 이쪽에서 웃으면 상대방이 웃지 않을 건데도 빙긋이 웃게 돼요, 그냥 덮어놓고. 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이쪽 사람이 좀 속으로 말할 수도 없고 그래서 그러고 있는데 저쪽 사람이 참 껄껄 웃고 “아니, 뭔 생각을 그렇게 하쇼?” 하고 웃을 때에 그냥 빙긋이 웃어지는 거 아닙니까. 아무 생각 없이 웃어지죠. 웃어지면은 그만큼 속이 틔어 간다는 얘기거든요. 그래서 웃지 않으면서도 웃고 또 울지 않으면서도 울고 그럴 줄 알아야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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