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있는 곳이 도량이 되게 하려면…
본문
질문
유마경에 '즉심시도장(卽心是道場)'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즉, 정한 마음이 도장이다. 스님께서도 자기가 있는 곳이 바로 도량이라고 가르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 생활 자체가 바로 도장이 될 수 있게끔 어떻게 그 공부를 해 나가야 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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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평상시에 우리가 생활 속에서 때로는 부엌에 들어가면 식모가 되고 때로는 안방에 들어가면 마님이 되고, 남편을 만나면 아내가 되고 자식을 만나면 어머니가 되고. 또 남자도 역시 그렇고요. 그러니까 역시 그 화해서 나투어서 돌아가는 이 자체가 평상심으로서, 평상 활용을 이렇게 하고 있는 이 도리를 한데 합쳐서 누가 하느냐 이겁니다. 그 여러 가지 건을 갖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하고 하는 것이 이 한 사람 앞에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 도장이 아니겠습니까. 부엌에 들어가면 부엌에 들어가는 대로 도장이요, 또는 안방에 들어가면 안방대로의 도장이니, 어찌 이 지구 하나가, 아니 우주 천하가 따로따로 있겠습니까.
한 배를 타고 우리는 그 한 배 안에서 지금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한 배 안에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이것도 저것도 하는데, 한생각에서 수만 가지를 하는데 어떻게 그게 평상심이 아니며 어떻게 도장이 아니겠습니까. 부엌에 들어가도 도장이요, 밖에 나와도 도장이요, 앉아도 도장이요, 변소에 가도 도장이라. 어느 한 군데 빼놓음이 없이 자기가 가는 곳 족족 그게 도장이 되는 거죠.
그런데 또 자기가 있기 때문에 그게 도장이 될 수가 있는 거지, 자기가 없다면야 뭐 도장이 될 것도 없고 안될 것도 없는 거죠. 자기가 없는데 뭐가 있겠습니까. 그 때문에 자기가 원인이요, 자기가 근본이요, 근본의 공이라 이겁니다. 공이면서도 움죽거리니 그 여여함은 어디가 있겠는가. 그것이 다, 그 마음으로 하여금 짓는 것이 업도 지을 수 있고 또 이게 선도 지을 수 있으니까 그것이 바로 전체 합해서 누가 하고 있는가. 내가 하고 있다면 전체가 다 도다. 도 아닌 게 없다. 도의 장소다 이겁니다, 전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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