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생활 하면서도 공부할 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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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오래 전에 스님이 돼서 공부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인연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살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자식이 원망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고 가족에 집착하여 살아가는 내 모습이 보면 가끔씩 후회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생활에서도 중심 잡고 공부할 수 있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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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나는 예전에 빨치산으로 붙들려서 고문을 당하고 그래도 그 사람을 나무라질 않았어요. 왜냐하면 지금으로 말하면 내 자불이 바로 나를 단련을 시켜 주고 공부시키기 위해서 한 거니깐 내가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외려 감사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다친 거는, 죄 없이 맞은 매는 금방 낫는다, 이게 실감이 나요. 돌아서서 얼마 안 갔는데 나았죠.
거기서 인제 예전에 저이 형사들이 사복을 하고 모두 거기에 있는데, 이렇게 시골집인데 이렇게 나를 방에다가 가뒀는데 한참 있으니까 아무 소리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얘, 문 좀 들어 보자.' 이래요. 그래서 이렇게 드니까 이렇게 큰 문이 이렇게 그 뭐라고 그러죠? 양쪽에 이렇게. 돌쩌귀? 그거 이렇게 끼웠던 게 한쪽으로 이렇게 젖혀지는 겁니다. 젖혀지길래 나와 보니까 책상을 두 개를 이렇게 해 놓고 양쪽에들 앉아서 그냥 모두 엎드려서 자고 있는 거예요. 자고 있는데 건빵 있죠? 쭉 그냥 봉지째 놔두고 먹다가 그냥 저거 하고, 그런 거 '저걸 가지고 나가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하곤, 주섬주섬 봉지에다 넣어 가지고 그냥 나갔죠. 나가니까 뭐 그냥…. 그게 부처님 법이에요. 그냥 몽땅 어떻게 그렇게 자요? 그러니깐 자게 해 놓고 나가게 한 거지요. 그래서 나가서 한 이틀 있으니깐 그것이 다 아물고 다 낫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어느 땐가 그 해에 눈이 많이 와서 어디 가 잘 데가 없고 그래서 인제 소나무 위에로 올라갔는데 소나무에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넓적하게 이렇게 갈래 진 데 거기를 올라가서 앉았다 잠이 들었던 모양이에요. 눈이 좀 녹아야 어떻게 내려가죠. 그래 잠이 들었는데 그냥 잠이 든 채로 아마 글로 떨어진 모양이에요. 떨어져서 이 앞니 두 이빨이 부러진 거죠, 그냥. 그래서 여기가 좀 달라요. 내가 예전에 생긴 거는 하나도 없어지고 다 달라졌어요.
그러면서도 나는 원망한 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이 모습이라는 거는 잘생기게 할 수도 있고 잘못 생기게 할 수도 있고, 못생기게 한 것은 일리가 있어서 그런 거거든요. 잘생겼으면 내가 이렇게 중노릇하고 있나? 여기 전부 못났으니깐 중노릇하고 있지. 하하. 약삭빠르고 똑똑하고 그러면은 이 공부를 못해. 좀 듬직하고 못났으니깐 이 공부를 하는 거예요. 이 공부를 하되 세세생생을 얻는 거죠. 자유권을 말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생활한다고 해서 또 자식을 낳고 이렇게 산다고 해서 그거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도 말고 오직 그것도 역시 공부다. 모두가, 내 식구가 전부 스승이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그 상대적인 스승이 없다면 내가 생활도 없고 공부도 못하고, 또 상대적인 저런 나무 한 그루 모든 게 없다면 내가 그걸 보고서 깨칠 수가 없잖아요. 공부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깐 요만한 거 하나도 버릴 게 없고 내 스승이죠, 전부. 천칠백 공안이 다. 그러니까 항상 자기는 없어요. 없는 이유를 댈까요?
내가 항상 말하죠. 봐도 딴 거 봐야 하고 없어지고, 벌써 앞서 본 건 과거로 돌아가고 또 봐야 돼. 듣는 거, 현재에 들으면 또 금방 이거 들으려고 그러면 저게 없어지고, 한 발 떼어 놓으면 한 발 없어지죠. 한번 만나면 또 딴 사람 만나야 되고. 이렇게 하니 그게 어디 만났다 안 만났다, 봤다 안 봤다, 들었다 안 들었다 이렇게 말할 수 없잖아요. 너무 많이 돌아가니까. 빠르게 돌아가니까. 화해서 돌아가니까. 그러니까 그거를 부처님 법에서는 나툼이라고 그럽니다. 화해서 나툰다, 이렇게. 자꾸 바뀌면서, 바뀌는 거를 화한다고 그러죠. 화해서 나툰다. 건너뛴다, 이게. 그러니 무엇을 했다 안 했다 할 수 있으랴. 그러니 그대로 먹을 뿐이고 그냥 걸을 뿐이고 볼 뿐이고 들을 뿐이고 만났을 뿐이다. 그냥 모두가 공해 버렸다. 그런데 뭘 그렇게 아둥바둥 착을 두고 앨 쓰고 울고불고 그러느냐 이겁니다.
우리가 살면서 어떡하면 내 몸뚱이 통 안에서 벗어나서, 어떡하면은 대(大) 통 안에서, 이 지구라는 이 통 안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랴. 이 지구 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지구를 바깥에서 굴릴 수가 없어요. 내 몸뚱이 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내 몸뚱이를 마음대로 자기가 굴릴 수 없는 거죠.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통 안에서, 이 몸통 안에서 벗어나게끔 하려면 모든 거를 거기다가 몰입하고 거기다 놓고 가다 보면 언젠가는 '당신밖에, 주인공 너만이 네가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하고 '있으면 이렇게 해 봐.' 하고 자문자답도 하고 이렇게 하다 보면 나오게 돼 있어요. 석가세존도 자기 스스로 연등불이 바로 수기를 준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수기 받은 놈도 없고 준 놈도 없다 이런 소립니다. 자기 자불이 연등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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