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 공즉시색’의 현실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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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반야심경은 대승 불교의 반야 사상의 핵심을 담은 경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첨단의 시대에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하는 고색창연한 반야심경의 문구가 우리의 생활과 어떤 연관이 되는지, 그리고 지은 업이 많아서 하루하루가 고달픈 저의 삶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그것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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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이 불자로서 공부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가. 여러분의 육신 자체가, 반야심경에 있는 '공즉시색 색즉시공' 이러한 말들을 하기 이전에 우리가 그대로 공(空)이자 색(色)입니다. 색이라는 소리 할 것도 없고 공이라는 소리 할 것도 없습니다. 그대로 공입니다.
그것은 왜 그런가 하면, 육신은 항상 변모되고 있고 마음도 항상 변모되고 있습니다. 각자 생각을 잘 해 보시면 알 겁니다. 항상 내 육신이 그대로 있을 것도 아니요, 어린애 적의 나를 나라고 할 수도 없고, 전부 나라고 할 수 없이 변모가 돼 돌아가고 있습니다. 마음도 역시 그렇습니다. 항상 변모돼서 다른 걸로 화해서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되고, 또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자꾸 마음이 그렇게 묘하게 딴 사람이 되고 딴 사람이 됩니다. 자식들을 만났을 때는 엄하게 어머니로서 아버지로서 다스리지만 아내를 만났을 때는 그렇게 자비하고 남자로서의 아주 참, 아버지 노릇을 하고 어머니 노릇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여러 가지로 변모해서 돌아가는, 화해서 돌아가는 이치를 아시게 된다면 그대로 공이자, 그 공에서 그대로 여러분이 한생각을 내면 법이 되는 겁니다. 수차에 이런 말을 해 드렸지마는 그것이 실천이 안되니까 이런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생각 해서 그 한생각이 그대로 법이 됨으로써 육신이 움죽거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육신이 움죽거리게 되는 그 자체, 자기 중심이 그대로 모든 것을 다 생각해서 활용하는 것이 우리 생활이라고 보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아무리 죄업을 많이 지었다 하더라도, 공즉시색 색즉시공이라 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몸과 마음이 어찌 둘이겠느냐. 물질과 마음이 둘이 아니니 어떠한 문제든지 마음에서 나오는 건 마음에다 되놔라.' 이런 뜻입니다. 둘이 아니다. 몸이 일할 때는 마음과 몸이 둘이 아닌 것이요, 또 마음으로 생각할 때는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면 부(父)와 자(子)는 어디 있는가. 불(佛)과 법(法)이 둘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것은 우리가 뭐라고 표현을 해야만 되는가. 부가 부처라고 한다면 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겁니다. 생각할 때는 부가 자로 돼 주고 가만히 있을 때는 자가 부로 돼 줍니다. 그러니깐 둘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항상 하나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주인공(主人空)이라고 하는 자체는, 짤막하게 우리 몸으로 비유해서 세운다 하더라도, 몸이 돌아가는 거는 마음으로 인해서 돌아가고 마음이 돌아가는 건 생명으로 인해서 돌아갑니다.
그것은 바로 부와 자, 승보인 몸뚱이. 부와 자가 움죽거리는 바람에 이 몸뚱이가 둘이 아닌 까닭에 그대로 움죽거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것 하나가 없어도 아니 되죠. 우리가 마음내는 분별이 없어도 목석일 것이고 우리 몸뚱이가 없어도 남 보기에 보이지 않고 내가 할 수 없으니 그건 무효고, 생명이 없어도 아니 되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게 삼위일체로 구성돼서 회전을 하니까 주인공, 어떤 거를 세워서 나라고 할 수 없으니 주인공이라고 한 거고, '공(空)이다' '없다'고 한 겁니다. 반야심경에도 역시 꽉 차서 돌아가기 때문에‘공이다'라고 했지 없어서 공이라고, 허공을 가지고 그냥 말한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숨 한번 들이쉬고 내쉬고 할 때에 여러분 생명이 있기 때문에 숨을 들이쉬고 내쉴 수 있는 것이고, 그 까닭에 공기가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입니다. 인위적으로 숨쉬기를 '만든다' 하면은 벌써 그건 아닙니다. 한도가 있는 것은 인위적입니다. 그러나 우린 자연적으로 생명이 호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공기가 들고 나서 우리는 호흡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 씀씀이를 쓰는 데에서 전체가, 작은 거든지 큰 거든지 좋은 거든지 나쁜 거든지 거기서 다 나옵니다. 틈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 머리에서 지워 주기 위해서 될 수 있으면, 그러한 어떤 업덩어리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게 과거로부터, 과거의 인연줄로 인해서 좇아 나온 것이니 좇아 나온 그 자체를 우리가 다시금 거기다 놓는다면 그것이 묵살되지 않겠느냐고 몇 번이고 말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할 때는 이게 뭐 별것도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시겠지마는 그게 아닙니다. 조금도 에누리가 없고 얼마나 무서우면서도 자비한 도리인지 모를 겁니다. 요만큼 하나도 틈이 없다는 그 사실을 여러분이 이해를 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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