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산소 이장하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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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청명 한식을 맞아 조상님의 산소를 이장하려고 하는데 어떤 마음으로 해야할지 큰스님께 여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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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이 항상 생각하셔야 될 문제입니다만 모두가 바로 지·수·화·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지신(地神)과도 둘이 아니라는 거죠. 흙과 땅을 관리하는 지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즉 말하자면 흙도 생명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시죠? 흙에도 생명이 있다는 거 아시죠? 물도 생명이 있고 바람도 생명이 있고 불도 생명이 있고, 그래서 한데 모여서 동참을 하니까 공기로서 인간을 살릴 수도 있고, 만물 만생을 길러내기도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지신도 나요, 목신도 나요, 그러니깐 조상님의 영혼도 둘이 아니요, 영혼과 영혼을 한 물에다 집어넣으면 한 그릇이지 두 그릇이 아닙니다. 영, 영 해도 둘이 아니요, 영, 영, 영, 영 해도 둘이 아니요, 영 하나를 해도 둘이 아니요.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아둬야 어떤 문제가 닥치더라도 카바를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여러분이 몰라서 그렇지 어떨 땐 문제가 아주 큽니다.
그래서 매장을 할 때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 번, 절을 하고 네 번째에 자기 주인공 자리에 ‘감사합니다!’ 하면 모두가 혼합이 돼서 전부 빈손이 돼 버려요. 그렇게 하면 산 사람들한테도 영향을 끼치는 것 없이 오히려 좋은 일만 생기죠. 또 땅에 도로를 낸다든가 뭐 어떤 용도로 쓰기 위해서 산소를 파내라 한다면, 이건 예를 들어 얘깁니다. 그런 경우에 묘지를 파내고 이장을 한다 이럴 때도, 내 형제라고 하더라도 그렇고 부모라고 하더라도 그렇고 남이라고 하더라도, 여지껏 모든 걸 지켜온 데 대해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지껏 지켜줘서 감사하구나.’ 흙이 지켜줬지 않습니까? 안 그래요? 흙속에 묻혀서 지켜졌으니까.
그래서 흙의 은혜를 받은 것을 갚기 위해서 물 한 그릇에, 어떤 사람은 떡 한 그릇을 해 놓고…, 그것도 몇가지가 있습니다. 이 도리를 완벽하게 아는 사람은 물 한 그릇을 안 떠놔도 바다를 갖다 놓고 할 거고, 또는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을 다 갖다 놓고 지낼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도리를 모르는 사람에 한해서는 물·향·초 또는 땅의 고마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게다가 산 사람들이 그걸 파내려니 모두 힘들고 그러니까 막걸리 한 통, 그건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둘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고 안주하게끔 북어 한 서너 마리 가지고 가서 놓고 막걸리도 끼얹고 삼 배 올리고 나서 자기 주인공에 모든 거를 맡겨 놓으면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파내도.
그런데 아주 모르는 사람이나 도리를 완벽하게 모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스님들께 “이렇게 이렇게 하겠으니 마음 좀 내주십시오” 하고 해라 이겁니다. 자기가 거기 일치가 되지 않으면 전부 따로 흩어지니까요. 그게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만은 모두들 보이지 않는 것이니까 중요하게 생각 안 합니다. 여러분이 사시는 걸 보면 그걸 모르고도 당하고 알고도 당하는 사람들이 허다하게 많습니다. 그러니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모두 다 화합될 수 있도록 마음을 내서 지극하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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