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과 욕심의 구별이 잘 안됩니다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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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과 욕심의 구별이 잘 안됩니다

본문

질문

불교에서 말하는 욕심, 탐심 이것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구하고자 하는데 그 돈이 결국은 우리 삶에 있어서 떠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고, 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일으키는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서원과 욕심 탐심의 구별이 애매한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이것이 서원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탐심 같기도 하고, 그래서 ‘불교를 믿는 네가 돈에 대해서 욕심을 내면 그게 제대로 믿는 건가.’ 하는 내면의 이야기가 들리기도 하고 또 그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기도 하는데, 이 서원과 욕심이나 탐심을 불교하고 연관지어 여쭙고 싶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우리들이 같이 살고 있지만 돈이 없으면 참 궁하고 괴롭고 그렇죠. 그런데 묘한 법이 있습니다. 돈을 꼭 써야 할 때는 돈이 나오게끔 만드는 방법이 있죠. 남한테 꾸러 가지 않고 돈을 쌓아 놓지 않고도 어느 거든지 내 것 아님이 없이, 내가 쓸 때가 되면 딱 나오게끔 말입니다. 하하하…. 그런 방법을 몰라서야 어찌 부처님의 길을 따른다고 하겠습니까?

예를 들어서 내가 ‘아, 이거 바가지가 없어서 물을 풀 수가 없는데….’ 이러면 벌써 주인은 알고 ‘어, 바가지가 있어야 내 심부름을 하겠구나!’ 이러고 바가지를 덜컥 갖다 주는 거예요. 그러지 않는다면 돈이 당장 없을 때, ‘돈이 없는데 이거 참, 어떡해야만 돈을 만들어서 쓰나. 어떻게 해야만 이걸 갚나.’ 하고, 그냥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에게는 돈이 빼꼼히 들여다보다가 달아나가요. ‘저 집으로 내가 들어갔다가는 그냥 찢기고 온통 야단나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돈도 사람의 마음도 몸도 모두, 일거수일투족 한마음이 돼서 그 가운데서 다스리는 주인이 다 하게끔 돼 있어요.

옛날에 이런 점이 있었죠. 이 법당를 지을 때 말입니다, 돈 한 푼이 없었어요. 그랬는데 이런 집 한 채를 갖다가 그냥 털컥 내려주시는 겁니다. 이거 무슨 뜻인지 모르시죠? 그러더니 사람들이 돈을 그저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이게 된 겁니다. 오래 끌지도 않고요. 만약에 내 사사로운 욕심을 내서 이거를 그냥 움켜쥐려고 했다면 이거 안 됐습니다. 이거는 모두의 집이기 때문에 된 겁니다. 그래서 마음을 넉넉히 쓰라고 하는 겁니다. 내가 욕심을 부려서 돈 없다고 돈을 생기게 해 달라고 원을 한다면 그건 안 되죠.

그러나 내가 없는 것을 그 자리에서도 알고 있기 때문에 갖다 줄 거…. 네가 형성시켰고, 네가 움죽거리게 하고, 살게 하고, 심부름을 시키면서 심부름꾼에게 돈을 안 줘서 심부름을 못하게 한다면 어떻게 하느냐 이거예요. 아, 그놈이 다 시키는 거니까 그놈한테다가 딱 맡기고 콧방귀 콱 뀌라고요. 아, 무슨 걱정입니까? 예를 들어 주인이 있고 하인이 있으면 하인은 그 주인의 심부름만 하면 그뿐이지, 돈이 없고 있고에 무슨 참견을 하느냐 이겁니다, 네? 살림할 게 없으면 주인이 어련히 줄까 봐. 아, 주인이 주면 하고 주인이 주지 않으면 안 하면 될 거 아닙니까? 그런 마음을 가져야 나중에는 진짜 주인이 돼 버리는 거예요. 주인도 없고 하인도 없고, 진짜 그 가운데 그냥 자기가 자유스럽게 하는 거죠.

불을 지피는데 말입니다, 젖은 나무로 불을 지피느냐 마른 나무로 불을 지피느냐에 따라서 쏘시개가 덜 들어가고 더 들어가고 하죠. 그러니까 마른 나무와 젖은 나무에 똑같이 불쏘시개를 한다면 젖은 나무는 안 타요. 그렇죠? 마른 나무는 불쏘시개를 조금만 해도 타 버리는데 젖은 나무는 불쏘시개를 똑같이 갖다 놓고 하더라도 그 불쏘시개만 홀랑 타 버리고는 안 타죠. 그거와 같은 겁니다. 우리가 수행이 어느 정도 돼 있어야 나무가 말라서 잘 타는 것과 같고, 수행이 돼 있지 않다면 아주 젖은 나무와 같아서 안 타죠. 그러니까 아직도 껍데기에, 즉 말하자면 타의에서 구하는 습성이 많이 있으니까 그것을 녹이려면 아예 진짜로 무조건 믿고 그렇게 해 보세요. 그러면 훨훨 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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