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경지까지 가는 과정에 대해서
본문
질문
스님께서는 제 안의 근본이 세상 만물만생의 근본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니 모든 것을 그 근본 축에 놓으라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그런 과정을 거쳐서 자유인의 경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그리고 자유인은 어떤 경지인지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사람의 허물은 썼지만 마음 씀씀이를 잘 쓰면 사람이고 잘 쓰지 못하면 짐승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을 누가 가르쳐서라기보다도 자기가 한생각을 잘하고 행동 하나를 잘하고 말 한마디를 잘했을 때, 삼합(三合)이 맞았을 때에 보지 않는 것 같아도 어디선가 봐 주는 데가 있습니다. 그건 왜냐? 여러분의 마음이 알기 때문에, 각자 자기가 자기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자기가 아는 것만치 다 안다 이겁니다. 자기가 자기한테 속지 않고 자기를 속이지 않고, 진실한 마음으로써 말을 하고 행을 했을 때에 다른 사람은 다 몰라도 참나는 알고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 마음을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잘 알기 때문에 우주간 법계에서 안다는 뜻입니다. 마음은 체가 없기 때문에 우주 천체, 일체 만물만생이 공생하면서 공용하면서 공체로서 공식하고 돌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 알죠.
그래서 내 마음을 잘 쓰면 체가 없는 마음이 오고 감이 없이 오고 가면서 모두 한마음이 되게 하니 그 능력을 발휘하게 해 줄 수 있지만, 내 마음을 잘못 쓰면 잘못 쓴 대로 배척을 당해서 보이지 않는 데서 한마음이 돼 주질 않아요. 사람은 전부 마음에 의해서 육신이 움죽거리게 돼 있고 마음에 의해서 좇아다니는 거니까요. 그 마음들이 한마음이 됨으로써 육신은 거기에 호응을 해 주는데 마음이 그러지 않으니까 육체도 호응을 안 해 주죠. 그러니 무의 세계에서, 즉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오지 않으면, 봐 주지 않으면 보이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이런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천국이 따로 있고 지금 현상세계가 따로 있고 이런 게 아닙니다. 순간순간 돌아갑니다. 한 찰나에 돌아갑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하나지만…. ‘마음은 하나지만’ 하는 건 축과 같다 이겁니다. 저 프로펠러가 돌아가든 연자방아가 돌아가든, 뭐가 돌아가든 축은 움죽거리지 않습니다. 영원한 겁니다. 여러분 안의 축을 믿으세요. 축을 믿는다면 그 축에 의해서 프로펠러가 돌아갑니다. 그걸 심봉이라고도 합니다. 이 세상 법이 다 돌아갑니다. 우주 전체가 돌아가듯이 이 몸뚱이도 내 축에 의해서, 그 힘에 의해서 마음을 만 가지로 낼 수 있죠. 만 가지로 낼 수 있는 그 마음을, 즉 말하자면 묘법이라고 할 수 있죠. 망상이라고는 생각 마세요. ‘나는 망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렇게 나오니 이거 언제 공부하느냐.’ 하고 생각하지 마세요.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제법에 이런 게 있죠. “고·집·멸·도” 이랬습니다. 고를 고라고 생각을 안 하니 집착이 없어요. 집착이 없는데 멸이 어디 있겠습니까? 멸이라는 언어가 붙습니까? 그러니 도는 무(無)죠. 왜? 어느 거 하나 돌아가지 않는 게 없고, 어느 거 하나 생명 없는 게 없고, 어느 거 하나 내버릴 게 없기 때문이지요. 프로펠러가 막 돌아가는데 어느 것이 프로펠러고 어느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없듯이 세상 이치가 그렇단 말입니다. 우리 인간만 어머니 아버지가 있는 게 아니라, 음과 양이 있는 게 아니라, 영혼이 있는 게 아니라 벌레도 엄마 아빠가 있고 자식을 낳고 그렇습니다. 이 세상만사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어서 풀포기 하나도 둘이 아니므로 버릴 게 없습니다. 모두가 둘이 아니게 돌아가는 이 영역을 우리가 마음대로 잡아 쓸 수가 있고 꺼내서 줄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길러야 자유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첫째는 각자 내 영원한 내공을 타파할 수 있어야 됩니다. 그래야 여러분은 자신의 길잡이가 생겨서 샘물의 맛을 볼 수 있으며 ‘아, 샘물 맛이 참 좋더라.’ 하고 따라갈 수 있는 겁니다. 내 내공의 타파가 있어야 과거심 현재심 미래심, 삼심(三心)의, 삼세심(三世心)의 내공을 타파할 수 있죠. 그거를 타파함으로써 내가 과거생 현재생 미래생을 다 알 수 있고 볼 수 있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때, 그때에 사공법을 타파할 수 있죠, 이 세상 법을. 그렇지 않을까요?
알지도 못하는 데다가, 조그마한 그릇에다가 에너지만 많이 넣어 주면 담기지도 않고 넘쳐흘러서 아무 소용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른다 할지라도 이치적으로만 들어 놓아도 언젠가 문득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아, 그 스님이 그렇게 말을 했지.’ 하고 말입니다. 사공법을 타파함으로써, 즉 말하자면 오신통을 자유스럽게 굴릴 수가 있는 거죠. 오관을 통해서 들이고 내는 오신통을 뭐라고 그러느냐 하면, 그전에도 얘기했죠? 지금은 망원경이라고 하던가? 자연법칙에 의해서 망원경을, 즉 천안통이라고 해도 됩니다. 그 얘기를 언젠가 했습니다. 또 숙명통은 컴퓨터라고 해도 됩니다. 또 타심통은 탐지기라고 해도 됩니다. 또 천이통을 천체무전통신기라고 해도 됩니다. 표현을 말입니다. 이 다섯 가지 안에 들어 있으면 다섯 가지를 굴릴 수가 없으니 다섯 가지에서 벗어나야 원통력을 벗어난다는 얘깁니다. 즉 말하자면 항아리 속에 들어 있으면 항아리를 굴릴 수가 없고 항아리를 벗어난다면 항아리를 굴릴 수가 있죠. 그렇죠? 안 그럴까요?
마음은 체가 없습니다. 마음은 체가 없으니까 지구 바깥을 벗어나든지 우주 바깥을 벗어나든지 그 안에 있든지 자유롭습니다. 내가 났기 때문에, 내가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곧 내 마음의 근본으로부터 세상 천지 만물 이 자체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천지의 근본이나 태양의 근본이나 인간 삼세의 근본이나 인간의 모든 삶의 근본이 바로 내 한마음 근본인 거죠. 체도 없고 볼래야 볼 수도 없고 내놓을 수도 쥘 수도 없는, 빛깔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영묘하고 영원한 그 불심 자체, 바로 표현해서 주인공 그 자체의 근본입니다. 축!
그러니 그 근본에 모든 게 들어 있고 그 근본에서 모든 게 나갑니다. 여러분 마음은 하나지만 마음 내는 거는 천차만별로 낼 수 있죠. 24시간을 통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해요. 애정, 미움, 증오, 사랑 온통 그냥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니 머리카락 수효보다 더하죠. 머리카락을 헤아릴 수가 없듯이, 모래알을 셀 수가 없듯이 세상은 그런 겁니다. 그러니까 생각을 했어도 무효입니다. 생각을 했어도 없고 또 생각을 했어도 없고 그렇건만, 여러분은 생각을 해 놓고 그것에 착을 두고 잡고 있어요. 그러니 끄달리죠. 생각 하나 잘하면 그게 바로 생산을 해내는 건데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가르칠 때에는 주인공을 믿고 거기에다가 모든 걸 놓으라고 합니다. 잘되는 거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놓고 안되는 거는 ‘주인공밖엔 해결 못한다.’ 하고 믿고 놓고 이런다면 양면이 다 거름이 되는 거죠. 그냥 넣기만 하면 없어지고 넣기만 하면 없어지고 그러니, 수가 없이 넣어도 넣은 사이가 없고 꺼내도 꺼낸 사이가 없이 여여하게 이 세상을 자유인으로 살 수 있다. 내 영원한, 내 몸 태어나기 이전, 그 콩씨를 알게 된다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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