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몰라서 일체 고의 길을 걷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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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대행 스님의 『뜻으로 푼 반야심경』에 보면 “모든 중생들은 본래부터 공생(共生)·공심(共心)·공용(共用)·공체(共體)·공식(共食) 하며 고정됨이 없이 나투고 화하여 돌아가건만 그것을 몰라서 일체 고(苦)의 길을 걷나니라.”라고 풀이하신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혼자 조용히 뜻을 음미하면서 독송을 자주 하는데, 그 뜻을 알 것 같으면서도 정확하게 가슴에 와 닿지가 않습니다.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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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반야심경』에 “공이 색이요, 색이 공이니라. 모든 게 공하였느니라.” 이랬죠. 그런 걸 내가 “고정됨이 없이 나투기 때문에, 찰나찰나 나투기 때문에”라고 붙여 놨습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지금 살고 있어요. 모두가 공했다는 그 자체가, 우리 몸속에 많은 생명의 의식들이 있는데 목이 마르다고 속에서 “나 물 좀 주시오.” 하고 말은 안 해도 내 목이 마르단 얘깁니다. 그거는 속의 중생들이 물을 달라는 겁니다. 이 말은, 자세히 들으셔야 돼요. 물을 달라고 하니까 내가 목이 마른 겁니다. 내가 그냥 목이 마른 게 아니고 수분이 떨어지니까 수분을 넣어 달라고 하는 신호입니다. 그러니까 물을 한 컵 마신단 말입니다. “아이, 시원하다.” 이러죠? 그러면 그 속에서 시원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더불어 같이, 하나도, 요런 티끌 하나도 빼놓지 않고 조그만 생명들도 다 같이 먹었단 얘깁니다. 더불어 같이 먹었으니까 공식했죠? 그리고 공생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공심이란 말입니다. 또 공체죠? 여러분 혼자 살 수는 없어요. 그 헤아릴 수 없는 생명들이 작용을 해 주니까 여러분의 몸이 움죽거리게 돼 있죠. 혼자 움죽거리는 게 아니라 그 수만의, 헤아릴 수 없는 수만의 생명들이 움죽거리게 되니까 큰 몸 하나가 움죽거리는 겁니다. 그러니 공체면서 바로 공용이란 말입니다. 그러니 더불어, 내가 물을 마셨는데 내가 물 마셨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내가 “나는 물을 마셨어.” 이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여러분이 아버지 노릇만 합니까? 오빠 노릇도 하고 형님 노릇도 하고 아들 노릇도 하고 사위 노릇도 하고 남편 노릇도 하고, 별 노릇 다 하고 다니시죠. 그런데 어떤 거 할 때, 어떤 걸 했을 때, 어떤 걸 먹었을 때, 어떤 걸 봤을 때, 어떤 걸 들었을 때,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만났다고 하겠습니까. 내가 먹었다고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모두가 공심이에요. 공식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공해서 바뀌면서 하는 걸 화해서 바뀐다, 화해서 찰나에 나툰다고 합니다. 이거 봤다가 저거 보고 저거 봤다 이거 보고, 이 사람 만났다 저 사람 만나고, 이 일 했다 저 일 하고 이러는 것이 나툰다는 거예요. 한 찰나 찰나 나툰다. 그러니까 내가 그냥 있는 게 아니라 화해서 자꾸 나투면서 다른 활동을 하고 다른 생활을 하고, 달리달리 자꾸자꾸 보고 듣고 행하고 이렇게 하곤 쉴 새 없이 나간단 얘깁니다.
그러니 어떤 거 할 때 내가 했다고 할 수 없으니 모두가 공했느니라 이겁니다. “없는 것도 아니요, 있는 것도 아니요.” 이렇게 말이 나가죠. 그러니 없는 것도 아니요, 있는 것도 아닌 그 가운데에 바로, 내가 똥 누러 갈 때에 똥을 눠야 하나 안 눠야 하나 이런 생각이 없이 그냥그냥 싸 버리는 거, 그걸 말하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양단간 가운데에 있는 것입니다. 또 그걸 표현한다면, 전깃불을 켜려 해도 쌍방이 한데 어우러져야, 줄과 줄이 어우러져야만이 불이 들어올 수 있는데, 그렇게 어우러지게 해 놓고 또 가운데 스위치를 눌러야 들어온단 얘깁니다. 자유스럽게 끄고 켜고 할 수가 있단 얘깁니다.
옛날에 선지식들의 말씀이 “너는 무슨 공부를 하고 한 철을 나고 왔느냐?” 하니까 “나는 졸리면 잠자고 똥 마려우면 똥을 눴고 배고프면 밥을 먹었습니다.” 이러거든요. 그러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야, 이놈아! 누가 밥 먹을 줄 모르고 똥 눌 줄 모르고 잠잘 줄 몰라서 그러느냐!” 하고 내쫓았겠죠. 그런데 어느 스님도 그렇게 말을 해 가지고 내쫓겼답니다. 부목으로 내쫓겼는데도 흥이 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그냥 나무를 해서 펑펑 패다가 그거를 한 아름씩 안고 이 아궁지 저 아궁지로 다니면서 불을 지피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벌이 어쩌다가 방에 들어서 창살이 문인 줄 알고 쪼다가 그냥 몸뚱이가 떨어지고 말았다는 그런 노래를 만날 하면서 주지 방 앞으로 다니거든요. 그래서 불러다가 물어보니까 “경전을 그렇게 읽으셔도 몸 떨어지면 입 떨어지고 또 입 떨어지면 말도 떨어지고, 그러니 무엇을 하시는 게 있겠습니까.” 하더랍니다.
그런 거와 같이 여러분도 아무리 먹기 위해서 산다고 하지만 먹기 위해서 살지는 마세요. 살기 위해서 그냥 먹는 거지 먹기 위해서 산다는 말은 하지 않도록 하셨으면 해요. 그러면서 부처님 법이, 부처님 한생각이 그렇다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한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몸뚱이로 그냥 한 발짝 두 발짝 떼어서 천 리를 가려면 얼마나 기가 막힙니까? 네? 몸뚱이로 한 발짝 한 발짝 걸어서 지구를 한 바퀴 돌려면 얼마가 걸리는 줄 아십니까? 아마 수 광년이 걸린다고 할 겁니다. 하지만 한생각이라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한생각이라는 게.
나는요, 여러분이 이 도리만 알면 아무 걱정 없이 살 것 같은데 왜들 그렇게 찌들려서 붙잡고 늘어지는지 모르겠어요. 여기 앉아서도, 여러분 가정에 앉아서도 자기 한생각으로써 회사에 모든 폐단이 생기지 않게 할 수도 있는 겁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눈에 안 보이는 생명들 전체가 일을 하는 일꾼입니다. 기계도 생명이 있고 이름이 있고, 바로 마음이 있단 말입니다. 어떠한 물건 하나하나도 그냥 있는 게 없이 움죽거리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사람들 마음이 저거는 움죽거릴 수 없다 하니까 그냥 움죽거리지 못하는 걸로, 그냥 우리가 쓰기에 달렸다 이렇게만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하대를 받고 어떻게 100% 잘되게끔 같이해 줍니까? 돌 하나도 그냥 있는 게 없이 생명이 있는, 살아 있는 겁니다. 그냥 마음과 마음을 통해서 얘기들을 하고 모두 회의들도 하고 토론도 하고, 모두 그렇게 하고들 지내요. 그런데 여러분 육안으로 보질 못해서 그렇죠.
그래 여북하면 여러분에게 ‘자신(自神)’이라고 그랬겠습니까? 몸과 신(神)이 둘이 아니다라는 얘깁니다. 모든 게 신 아닌 게 없어요. 그러니 신과 신이 둘 아니게 똘똘 뭉쳐서 너도 주인 나도 주인이니 모든 것을 주인이 한마음으로써 이끌어 가는 거니까, 이끌고 가는 선장이 모든 것을 하는 거니까 ‘선장이 전부 하는 거니까’ 하고 다 맡겨 놓고, 이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초기에 이렇게 하라고 하는 것은 바로 자기를 형성시킨 참자기와 현재에 형성된 자기가 상봉을 하게 하느라고 그러는 겁니다. 상봉을 하지 않는다면 진짜 무(無)의 공부를 못하니까요. 그 천차만별의 뜻을 가진, 중용을 하는 이 뜻을 어찌 다 알겠습니까. 상봉해야만이 스승을 좇아서, 즉 말하자면 참나를 좇아서 무의 공부를 하면서, 또 현재 나를 통해 보고 듣는 대로 감지하는 바로 무의 참나는 같이, 같이같이 찰나찰나 보고 듣고 이러면서 들이면서 내면서 공부를 해 나간다 이겁니다.
이렇게 광대한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조그마한 거 가지고 그냥 모두 마음속으로 끌어안고 헤매고 이렇게 한다면, 착을 두고 이렇게 한다면 도저히 피안의 세계의 그 맛을 못 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인생이 얼마나 긴가. 그런데 말입니다,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그 가운데 생사가 없다 하는 도리를 알게 되기까지가 문제입니다. 그래야만이 자기가 항상, 옷이 더러우면 벗어 버리고 다른 세련된 거 입고 또 옷이 헐면 새 양복을 맞춰서 입는 거와 같이 그런 인생을 자유인으로서 영원토록 살게 되는 겁니다. 그거를 다 알고 지내기 때문에 껍데기 벗어 버리는 건 뭐, 그렇게 걱정이 되지 않죠. 하늘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걱정할 거 하나도 없죠. 그래서 ‘강이 없는데 배가 어디 있으랴. 배가 없는데 건너갈 게 어디 있으랴. 건너가는 데는 어디고 건너오는 데는 어딘가.’ 이런 문제 등등을 여러분이 모두 공부를 하지 않으신다면 참, 이 세계의 자유스러운 광대무변한 법을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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