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출가수행을 해야만 하는지
본문
질문
저도 사실 마음 밝히는 공부를 참 하고 싶은데 스님처럼 꼭 출가수행을 해서만 그렇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자꾸 들어서 그걸 여쭙고 싶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음, 그거는 대답하기가 곤란하잖아요. 그건 자유로 하는 건데, 하하하…. 내가 느낀 거 두 가지를 얘기하겠는데 머리 깎고 입산을 한다면 모르는 사람들이 “저이는 스님이야. 그러니까 스님한테 가서 공부를 해야겠다.” 이러지만, 출가하지 않고 공부하는 이는 그냥 스님하고 똑같이 다 실천할 수 있어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 넓게 할 수가 없으니까 머리를 깎는 거지요. 보이는 사람들 때문에 말입니다. 안 보이는 데서는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자유예요. 스님이 되고 안 되는 건 자유고, 공부하는 거는 스님이 됐든 안 됐든 똑같아요. 이거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겁니다, 그냥. 아니, 그 도리도 모르고 스님이 된다면 스님은 돼서 뭘 합니까? 껍데기 스님이 돼야 소용없어요, 아무리 천만 명이 된대도. 그러니까 결심하고 스님이 되는 거, 이거 보통 사람들 아닙니다. 허허허….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스님 안 돼요. 스님 되는 것도 보통이 아닙니다. 부모 형제 다 버리고 모든 것을 다 속단해 버리고 이 무명초, 천차만별로 어지러운 모든 걸 깎아 버리고, ‘나는 검지도 않고 희지도 않은 도리를 알겠다’고 다짐하고 들어오는 거, 이거 보통 아니죠.
그런데 공부를 한다니까 말인데, 어떤 분야든지, 만약에 의학을 해서 아픈 사람을 건진다 하더라도 이 도리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깁니다. 물질 또는 학술로 배워도 마음으로 50%의 보이지 않는 데서 나오는 걸 체험해서 터득하지 못한다면 자기가 그걸 커버하고 나갈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의당히 이거는 배우고 나가야 된다는 겁니다, 어떤 공부를 하더라도.
그런데 말입니다, 이게 확고하지를 못하고 만약에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이렇게 생각을 해 보고 있는 중이라면 진짜 생각을 해서 단호히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마음이 들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나는 시간 뭐, 그런 게 필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시집을 간다, 장가를 든다고 하는데, 그런 일에 정신을 빼앗기는 사람이라면 공부도 못할 거 괜히 스님이 돼서 뭘 하느냐. 가정이라도 잘 지켜야지. 이 공부는 모든 사람을 건질 수 있는 그런 것이고, 앉아서도 이 세상을 다 주름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승려가 안 돼도 말이죠.
그러나 이 스님네들은 여기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한마음이 돼 줍니다. 한마음이 돼 준단 말이에요. 단호히 결정을 내렸을 때는 우리의 마음이 두 마음이 아니라 전체를 그냥 다 끌어들여서 한마음이 돼요. 한 기둥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스님이 되려면 스님이 돼서 이 세계를 누비면서 이 마음법을 전파해도 좋지요. 우리 생명의 근본과, 말하고 체험하고 이러는 게 불교니까. 그러니까 풀 한 포기라도 제도하려면 스님이 되고요. 그런데 살림하는 사람들은 풀 한 포기까진 생각을 안 해요. 또 죽은 사람들까지도 생각을 안 하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않죠, 살기 바쁘니까. 거기에 차이가 있는 것뿐입니다.
- 이전글생멸과 불생불멸 하는 것에 대해서 21.10.25
- 다음글삼처전심(三處傳心)에 대해서 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