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심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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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께서는 생활이 그대로 참선이고 도(道)라고 하셨는데, 굳이 일상생활을 떠나서 수련회나 신행회 모임을 통해서 발심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수련회 일정에 보면 대부분 촛불재가 있던데 공부를 한 사람이 켜는 초와 초심자가 켜는 초가 어떻게 다른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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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왜 부처님 법을 배우려고 하느냐 하면 이것은 부처님 법이기 이전에 진리란 말입니다, 진리! 진리를 참구하는 겁니다. 진리 그 자체가 부처님 말씀 속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각자 자기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거죠. 각자 자기완성을 위해서 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뭐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겠느냐는 얘깁니다. 우리는 자기완성 하는 것을 급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인간까지 진화돼서 올라왔으니까, 부처님의 그 뜻과 우리의 진리를 여러 가지로 생각할 때에, 그 가운데서 이제는 더 볼 나위 없이 먼저 나를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잘되고 못되고를 떠나서 자기완성을 하면 모든 것이 겁나지 않는 겁니다. 먹고 사는 거라든가, 안 되고 되는 거라든가, 하늘이 무너진다든가, 세상이 발칵 뒤집힌다 하더라도 걱정이 없는 겁니다. 하나도 걱정이 없는 겁니다. 그건 여러분이 해 보시면 알 겁니다. 자기완성을 하게 되면 그렇게 좋은 겁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거죠. 어떻게 말로 다 하리까. 그런데 가르치는 사람도 모두 뒷받침을 잘 해 주지 못하고, 또 자기의 근본을 아주 등한시하는 사람들이 지금 불법을 배운다고 하기 때문에, 그리고 기복으로만 항상 빌고 다니기 때문에, 도대체 자기를 벗어날 길은 천야만야하다는 얘기죠.
그래서 옛날에도 그랬지마는 선지식들이 일 년에 한 번씩이든 그렇게 육법공양을 했습니다. 여러분을 가르치기 위해서 과거의 선지식들이 모두들 너무 애를 쓰신 것 같아요. 그랬건만 그 뜻을 행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뜻을 못 받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우리가 촛불을 켜 놓을 때 어떠한 심정으로 촛불을 켜야 하는지 그것조차도 잘 알지 못하지 않습니까? 항상 내가 그러죠. “주인공에다가, 오직 한군데다가 몰입을 해서 놓아라. 잘된 거든 잘못된 거든 모든 거를 감사하게, 거기에서만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거기다 전부 놔라. 일거수일투족 다 놔라.” 이랬죠. 그것이 바로 저 촛불 켜는 거와 같습니다. 촛불을 켜 놓으면 초는 녹죠? 여러분, 다 잘 아시죠? 녹는다는 것은 바로 이 업덩어리 몸체 속에 들어 있는 그 모든 인과성, 유전성, 업보성, 영계성 또는 세균성 이 다섯 가지의 문제를 다 몸으로 녹이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우리가 그렇게 놓지 않으면 녹지를 않아요. 절대로 끊어서 끊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을 해서 끊어지는 것도 아니고, 칼로 베어서 끊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건.
그렇게 해서 촛불을 켜 놓을 때는, 진짜 그 마음의 불을 켜서 내 몸과 같은 초가 녹고 녹아서 다 녹게 되면 어떻게 되죠? 불도 없고 초도 없죠? 그 도리를 알면 바로 깨친 겁니다. 초도 없고 불도 없다, 그 가운데 뭐가 있느냐. 예전에는 “할!” 하기도 하고, 주장자로다가 “부처가 어디 있습니까?” 하면 골통을 치고, 또는 “부처가 어디 있습니까? 부처님 법은 어떤 겁니까?” 해도 손가락 하나를 들었고, “인도에서 달마 스님이 동쪽으로 온 뜻은 뭡니까?” 해도 “저 뜰 앞의 잣나무다.” 하고 이렇게 그냥…. 그 방편상의 말들을 말로 다 할 수는 없지만 생사를 전부 파괴할 수 있는, 바로 함이 없는 말씀이거든요. 똥둑간에 가다가 질문하면 “똥 친 막대기다.” 이렇게 대답을 하시고…, 이거는 뭐, 말할 수 없이 그 일화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뜻을 누가 아느냐는 얘깁니다. 남전 스님이 이르지 않는다고 왜 고양이를 죽였을까? 조주 스님이 왜 머리 위에다 신발을 얹어 가지고 나갔을까? 이런 등등 말입니다. 이 도리를 알면은 그건 정말 부처 아닌 부처가 돼서 그 마음이 일체 보살이 돼서 허공에 꽉 찰 겁니다, 아마.
그렇지만 촛불을 물질로 볼 때는 이게 작고 크고가 있죠. 그러나 마음을 깨닫고 불을 켠다면 이것은 등이 아니죠. 등이 아니에요. 이것은 비바람이 쳐도 꺼지지 않는 불이죠. 그냥 등불은 비바람이 치면 꺼지는 불이지만, 마음의 불이라는 건, 불씨라는 건 온통 천둥 번개를 쳐도 꺼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 마음의 불과, 그냥 등불이 있는 걸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의 불이라고 이렇게 말씀도 안 하시고 “이 등불은 아무리 비바람이 쳐도 꺼지지 않는 불이니라.” 하고요.
우리 신도님들 중에도 마음의 불이 켜져서 지금도 훨훨 밝히고 계신 분들이 여러 분이 계신데요, 아주 좋습니다, 정말. 그렇지만 촛불을 켜고 이렇게 하는 것이 필요 없다 이러는 게 아닙니다. 여기도 다 미생물이 있고, 날아다니는 게 우리 눈에는 안 보여도 다 있습니다. 그것들도 다 내 인연으로 인해서 있는 겁니다. 내가 있기 때문에 있는 겁니다. 내가 없다면 없는 거지만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 하나 켜 놓는 데 얼마만큼 자기의 앞뒤가 깨끗해지는지 모릅니다. 과거의 조상들이나 미래의 자식들, 이런 것을 깨끗하게 정리해 줄 수 있는 촛불입니다. 그러니 이 마음의 촛불을 마음으로 그렇게 켜셔야 되겠죠. 그리고 자기 주인공은 꼭 잊지 마시고요. 세세생생에 내려온 주인공이고 지금도 주인공이고 미래에도 주인공이니까요. 주인공 죽는 법 봤어요?
그리고 우리가 수련회 동안 촛불을 켜는 과정을 통해서, 촛불을 보고 내 마음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고, 내 마음의 촛불을 켜 들고 정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보이는 불과 보이지 않는 불이 둘이 아닌 까닭에, 우리가 마음의 촛불은 항상 켜고 다니는데, 내가 어떠한 의식으로 인해서 마음의 불을 좀 꺼뜨리고 간다 이럴 때는 캄캄합니다, 마음의 불을 껐을 때는. 그럴 때 남이 촛불을 켠 걸 보면 바로 또 촛불을 켜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서로가 밝게 살 수 있는 거니까 켜는 것도 좋고, 안 켜는 것도 안 켜는 것이 아니죠. 하여튼 내 마음의 불만은 절대로 꺼뜨리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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