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가꾸고 잡초는 뽑아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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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며칠 전에 집에서 화단을 전지하다 보니까 잡초가 무성해진 것을 보고 죄다 뽑아 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불현듯 ‘화초나 잡초가 다 같은 불성인데 어느 것은 기르고 어느 것은 뽑아 죽이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대로라면 분명히 둘이 아닌 것임에도 불구하고 꽃은 가꾸고 잡초는 뽑아 버려야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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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그거는 여러분이 모르셔서 그렇지 기르는 것도 없고 뽑아 버리는 것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를 들면 차를 타고 내렸을 뿐이지, 즉 말하자면 타는 거는 화초를 기르는 것이요, 내리는 것은 잡초를 뽑아 버리는 게 됩니다. 내리는 것도 법 타는 것도 법이듯이 기르는 것도 법 뽑아 버리는 것도 법입니다. 그런데 그 뽑아 버린 것이 그냥 뽑아 버려지는 게 아니라 다시 차에 올라타듯이 다시 꽃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무심으로 그냥 그 잡초를 뽑아 버렸을 땐 벌써 내 마음과 더불어 아름다움이 거기에 하나가 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꽃으로 화해서 그 잡초는 다시금 필 겁니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 모든 물이 수증기나 빗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서 잡초든지 꽃이든지 나무든지 다 먹여 살리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순간 보일 때 잡초지 또 한 번 돌아서 아름다움을 꽃피우고 또 나올 때는 꽃으로 나온단 말입니다.
그래서 잡초도 잡초대로 그냥 있지 않고, 우리 인간도 인간대로 그냥 있지 않고, 모습도 모습대로 그냥 있지 않고 모두가 화해서 변경이 되고 또 한 찰나 돌아가면서 바꿔지고, 이렇게 세상 만물이 다 그러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낮이 있고 밤이 있듯이, 안 보였다가 다시 돌아올 때, 예를 들어서 용광로에다가 모든 거를 집어넣어서 다시 생산이 돼서 나오면 그거 가지고서 또 생산처에 나와서 또 다른 걸로 변경이 돼서 다 나가고 또 그것이 헐어지면 용광로로 또 들어가서 다시 생산이 됨으로써 다른 물건으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서 나오지 않습니까? 그거와 똑같습니다. 그러니 그거는 잡초를 뽑아 버린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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