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에는 백 가지 음식 차려야 한다는데...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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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에는 백 가지 음식 차려야 한다는데...

본문

질문

저는 불교를 믿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불자입니다. 얼마 전에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는데, 백종날 백 가지 음식을 만들어서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면 돌아가신 조상님께서 좋은 곳에 태어나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을 위해서 백 가지 음식을 모두 차려야 어머님이 좋아지실 수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뜻으로 표현하신 것인지 그 의미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머님이 극락왕생하실 수 있으려면 백종날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 주십시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상인이 두 아들을 두었는데 그 자식들을 위해서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자식들을 길렀습니다. 근데 그중 한 아들이 결혼을 해서 또 두 아들을 낳았는데, 남편이 죽고 나서 혼자 자식들을 기른 그 어머니가 손자를 봤으니 얼마나 손자가 귀여울 것이며, 아들들을 기르느라 얼마나 손발은 다 터지고 못쓰게 됐겠습니까. 그러다가 어느 날 홀연히 어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어머니를 위해서 절에 나갔습니다. 절에 나가서는 부처님 전에 시주도 많이 할 수 없는 형편이니까 그저 쌀 서너 되 짊어지고 올라가고, 또 무슨 음식이라도 새로 나는 거 있으면 깨끗하게 고르고 골라서 가지고 가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지 이런 말만을 했습니다. “어머니의 은공을 다 갚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부처님! 어머니의 은공을 꼭 갚게 해 주소서.” 하고선 항상 그렇게만 하고 내려오는 겁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무를 해서 지고 내려오다가 너무 무거워서 앉아서 쉬고 있는데 어느 스님께서 옆에 턱 앉으시면서 “더워서 식혀 가느라고 이렇게 앉았느냐.” 하시더랍니다. “네.” 하고 대답을 하니까 “참 자네는 효성이 지극한데 한 가지 모르는 게 있네.” 그러시더랍니다. 그래서 “어떠한 것이 모르는 것입니까?” 하고 물으니 “자네는 자네 턱 밑에, 자네를 사랑하던 어머니의 마음이 바로 당신 마음에 있고, 어머니의 은공을 갚으려고 하는 그 마음이 바로 당신 마음에 있으니, 어머니도 당신 마음에 있는 것이고 당신 마음도 바로 당신 마음에 있는 것이니 어머니가 어디에 계신지 마음 안으로 항상 지켜보라.” 하시더랍니다. 그러면서 “당신의 마음 명경에 당신 어머니가 비칠 때에 바로 당신은 어머니의 은공을 갚을 수 있느니라.” 하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그 후부터 항상 ‘내 마음 안의 명경이 어디 있어서 어머니를 뵐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저 자나 깨나 마음에 관했답니다. 마음의 명경이 있어서 우리 어머니를 좀 뵙게 해 주며, 은공을 갚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랬는데 어느 날 문득 명경이, 정말 마음의 눈이 뜨여서 보니까 어머니가 바로 자기네 집 연못의 큰 구렁이가 돼서 자기들을 지켜 주고 집을 지키고 계시더랍니다. 그 연못 속에서 말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됐겠습니까? 통곡을 했습니다. 세상에! 어머님이 그 모습을 벗지도 못하신 채 여기에서 그렇게 계시다니, 우리를 떠나지 못하시고 그 모습을 이렇게 쓰면서까지 우리를 위해서 여기에 계시다니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하고 통곡을 하면서 그냥 연못에 엎드려서 울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의 말씀이 자기 속에서 나왔습니다. 말하자면 둘이 돼서 나온 게 아닙니다. 바로 그 마음이 내 마음이고 내 마음이 그 마음이기 때문에 한마음 속에 어머니도 계시고 나도 있고 모두 있는 것이죠.

그렇게 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 “얘야, 네가 나를 봤으니 나는 인제 한이 없다. 너는 너의 두 아들을 위해서 길을 밝게 인도하기를 바란다. 네 마음속에 명경이 있는 거를 봤으니 나는 인제 홀연히 떠나도 손색이 없으리라 믿는다. 너를 믿고 이젠 떠난다.” 하면서 말이 끝나자마자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겁니다.

그 마음속에서 나오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뒤를 돌아다보지 마라. 너는 모습이 있는 것이요, 나는 모습을 벗느니라. 이 생사의 교차로에서 돌아다보지 마라.” 하는 목소리가 그냥 요란하게 들리더랍니다. 그래서 돌아다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서 엎드려서 어머니의 명복을 빌었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간 곳이 없고 그렇게 요동치던 날이 환하게 밝으니 얼마나 좋았던지 그냥 춤을 추었더랍니다.

그러니 우리가 백 가지 음식을 해 놓기보다는, 왜 백 가지만 해 놓겠습니까? 부모의 은공이라는 것은 백 가지 해 놓고 백 가지를 다 스님들한테 해 드린다고 해도 그건 부족합니다. 그렇게 한다는 건 너무 욕심이 많아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떡을 둥글게 하나 해다 놓고, 이 속에 천 가지 만 가지, 백종이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또 돌아가신 부모나 죽은 자식이나, 스님네들이나 유생 무생이 다 먹고도 남을 떡 하나를 해다 놓는다면, 그 속에 다 들어 있으니 그 속에 먹고 싶은 게 다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보물이 그 속에 다 있지 않습니까. 칠보가 가득 차 있어서, 우리의 한마음이 그쯤 된다면 어느 누구도 덜 먹었다 더 먹었다 할 게 없이 두루두루 몽땅, 내 부모 네 부모 따로 없이, 내 자식 네 자식 따로 없이 전부 공양을 올리는 겁니다. 이것이 얼마나 좋은 법입니까?

그러니 예전에 살던 대로 여러 가지 차려 놓고 그 의식을 잡아 두지 말고, 칠석날에 내가 닦아서 백종일에 넓고 광대무변한 부처님 자리에 한자리 할 수 있게끔 그 의식이 확 트이게 이끌어 주는 것이 진정 부모의 은혜를 갚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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