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에 연등 밝히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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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입니다. 4월 초파일에 연등을 밝히는 까닭을 알고 싶어서 큰스님께 질문 드립니다. 답변 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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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한 번 살다가 죽으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러니 우리가 수많은 생을 거쳐오면서 얼마나 치열한 문제들이 많았겠는가를 한번 생각해 봐야 될 거야. 일체 만물만생과 더불어 같이 구르면서 수레와 같이 굴러온 이 인생살이를 말이야. 그렇게 거듭거듭 태어나면서, 거듭거듭 오르고 내리면서 우리가 얼마나 그 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헤매고 돌았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이렇게 인간의 몸을 받아서 이 마음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감사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그래서 한마음으로서 가정과 사회와, 일체 모든 만물만생과 더불어 같이 한 등을 켠다는 생각으로, 그런 마음의 불을 켜는 의미에서 연등을 밝히는 거야. 그러니 그렇게 지극한 마음으로 마음의 불을 켜는, 바로 그 등불이 봉축(奉祝)이 되는 것이지. 왜냐하면 일체(一切)와 직결된 나의 마음에 불을 밝힘으로써 위로는 조상님과 아래로는 일체 자손들의 마음에도 불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연등을 켜는 자체가 아주 귀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돼. 왜냐, 내가 한생각을 어떻게 냈느냐에 따라서 불이 밝아서 사방을 훤히 밝히는 것이지 보이는 등불만 환하게 켰다고 해서 그게 불을 밝힌 것이 아니기 때문이야. 다시 말해서 등을 켠다는 것은 내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방편의 의식인 것이야. 그러니 수억겁을 이끌어 오면서 공부시키고, 진화시켜온 나의 근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극하게 불을 밝혀야 되는 거야. 그렇지 않고 허투로 한다면 그게 공덕이 되지 못하니까. 그래서 어느 것도 하찮게 볼 게 없다는 거지. 일체 모든 것이 나의 마음에 불을 밝힐 수 있게 이끌어 주는, 방편 아닌 진실이라는 것을 우리 학생이 알기를 바래요.
너무 내 말이 어렵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뜻은 분명히 전달이 됐을 거라고 믿어. 그러니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이번 초파일에는 마음의 등을 켜기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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