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看話禪)에 대해서 여쭙겠습니다. > 길을 묻는 이에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정진하는 것입니다. 정진을 해야만이 그것이 성립되니까 말입니다. 정진을 할 때에 모든 것을 놓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진이라는 그 자체까지도 놓으라고 했습니다. 그저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변소에 가나, 나오나 드나, 법당에 가나 참선이라고요. 그것도 이름해서 말입니다. 그러니 와선이니 좌선이니 참선이니 또는 입선이니 하는 이런 게 거론되지 않습니다. 간화선이니 묵조선이니 하는 이런 조건들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행선이니 좌선이니 할 것 없이 우리가 움죽거리고 살아가는 것이 그대로 참선이에요. 그러니 거기에 정진하면서 물러서지 않고 믿고 안으로 굴리고, 남을 원망 안 하고, 남한테 듣는 것을 거름 삼아서, 주춧돌 삼아서 내 것을 만들고, 또 내 것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들고 있어서도 아니 됩니다. 느꼈으면 느낀 대로 그냥 놔버려야 되겠죠, 그것도.

그래서 ‘그릇에 담긴 것은 먹고 놓고, 안 담긴 것은 믿고 놔라’ 이런 말을 했죠. 담긴 것을 먹을 때에는 맛있게 감사하게 먹고, 안 담긴 것은 믿고 놔라! 그 뜻이 뭐냐하면, 안 되는 것은 믿고 놓고 되는 것은 감사하게 놔라, 하는 거죠. 이렇게 한다면 참선 못할 분이 없을 겁니다. 싱싱한 몸을 가지고 내가 나를 끌고 다니면서 조금도 허탕한 일이 없이, 안 되는 일도 되는 일도 다 놔버린다면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오늘 날이 궂었다고 해서 날이 항상 궂어 있는 게 아닙니다. 금방 볕이 듭니다. 그런데 볕이 들었다 해서 붙들고 있고 날이 궂었다 해서 또 붙들고 있고 이런다면 이것이 공부에 얼마나 지장이 되겠습니까? 우리가 어떠한 화두를 또 잡고 늘어진다면 구멍 뚫린 그릇에 불과한 것에다가 구멍을 막아놓고 또 의정을 내는 거나 같거든요. 보십시오, 예전과 지금이 얼마나 시대가 달라졌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시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순응하고 시대가 바뀌는 대로 좇아가야 될 텐데, 아직도 그걸 잡고만 있다면 그런 고집불통이 없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유위법 50%를 의심하고 돌아갈 때가 아닙니다. 50%를 그냥 뛰어 넘겨야 합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거니까. 번연히 다 아는 거를 아무리 의정을 내봐도 겉돌기입니다. 맷돌 겉돌기일 뿐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아무리 오래 공부해도 안 됩니다. 정말 내가 그것을 몰록 놔서 참나를 알았을 때, 그건 어린애가 새로 태어난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자기가 자기를 기르는 데 보임하면서, 체험하면서 한발 한발 떼어놓는 그 공부가, 공부 아닌 그 공부가 얼마나 귀중한 겁니까? 그렇게 해나가다, 알 수 없는 무의 세계, 미지수의 그 묘법이 나올 때, 진짜 의정을 내야죠. 아니, 내가 태어나지도 않아서 무슨 의정을 냅니까?

이렇게 말한다면 어폐가 있는 말 같지만, 우리가 공부를 할 때에 길을 인도하는 사람도 진실해야 하겠거니와 길을 인도받는 사람도 그대로 믿고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법당에 들어오면 그 법당의 부처님과 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전체가 둘이 아닌 것입니다. 한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 이 색신은 색신대로, 여기 이 세상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물질은 물질대로 역력하게 돼 있고, 역력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정됨이 하나도 없으니 바로 둘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강조해서 얘기하는 것은, 여러분이 이해를 해서 그것을 또 이론으로만 알고, 남의 말을 듣고 책을 보고 알고, 주장자 한번 쾅 내리쳐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남의 소리를 듣고서 흉내만 내는 그러한 문제가 있다면, 그러한 법을 가지고 거론한다면 그건 정말이지 부처님 법에, 아니, 진리에 참으로 어긋난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어떠한 이름의 문제, 그 이름이 가지고 있는 조건의 문제로 고민하기보다는 탁 잘라서 그대로 맛볼 수 있는 그런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