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마음을 돌리는 것이 그렇게 힘이 듭니까?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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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음을 돌리는 것이 그렇게 힘이 듭니까?

본문

질문

마음공부를 한 지 햇수로는 일년이 다 되어 갑니다. 마음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하면서도 살다보면 그 마음이 한결같지는 않습니다. 어떨 때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이 마음을 꼭 돌려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모든 것이 귀찮아져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고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마음의 일인데 왜 그 마음을 돌리는 것이 그렇게 힘이 드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우리에게는 천차만별의 마음의 차원이 있습니다. 다 마음으로 가는 길인데도 어떤 길은 아주 평화롭고 술 마시고 춤추고 이생이 다 가기 전에 향락으로 사는 길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어떤 길은 아주 험난하고 골짜구니가 깊고, 죽은 사람의 뼈, 축생들의 뼈, 사람들의 해골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어 그런 걸 밟고 지나가야 하는 그냥 험난한 길이 있고 그렇죠. 그런데 이 정신계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 마음의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런 길을 택했다고 할 수 있겠죠. 험난한 길을 택했고 그런 평평한 대로의 길을 택하지 않은 거죠. 험난한 길이다 하는 뜻은 뭐냐 하면 우리가 걷는 길에 해골이든, 축생이든, 죽은 귀신이든 막론하고 그냥 길에 쫙 깔려 있는데 그 길을 가려면 그걸 일일이 다 치워야 갈 수가 있거든요. 자기가 치우지 않으면 갈 수가 없는 길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그 길을 가면서 널려 있는 것들을 한 보따리 한 보따리 그냥 닥치는 대로 치우고 가는 길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하루 하루, 일초 일초 그냥 놓고 가는 거죠. 그것이 십년이 걸리든 한 달이 걸리든 얼만큼이 걸리더라도 자기가 그것을 치워야 그 길을 갈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걸 치우지 않고 이렇게 지루하고 귀찮게 해야만 사나 하고 딴 길로 가보려고 해 봤자야 요다음에 또 와서 그걸 치워야 하거든요. 그 길은 바로 그런 길이란 말입니다.

내가 가다가 싫증이 난다 그러고 그냥 나 좋을 대로만 생각하고 내 업식에 입력된 대로만 치달아 나가면 벌써 그건 이 모습이 자기라는 생각을 하고 바깥으로 끄달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마음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그 마음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다 치워야 그 마음이 뛰어넘을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자꾸 뛰어넘고 가는 겁니다. 그래서 치우면서 가다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문제에서도 어떤 건 이렇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만 할 수 없는 것도 있고,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도 있고, 그러면서 길을 가는 거죠.

그런데 이거 내가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그것을 다 한 곳에다가 섭취를 해서 마다하지 말고, 아무런 이유도 붙이지 말고 그렇게 한번 가보라는 겁니다. 그냥 그대로, 그런 나를 인정하면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거죠. 그러니 없는 걸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있는 거를 치우고 가라는, 이것을 잘 명심해서 내게 닥쳐있는 마음들을 해결해 간다면, 그렇게 하나 하나 실천해 나간다면 그냥 그 마음의 길에서 우리가 모두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러니 피하려고도 하지 말고 괴로운 마음이 올라오면 그것도 ‘아, 내 안의 스승이 나를 가르치기 위해서 또 알게 해주는구나’ 하고 그 괴로움 자체를 맡겨버리세요. 그러다 보면 그 괴로움이란 것이 내놓을 바가 없는 공한 것이었다는 것도 알게 될 날이 있을 겁니다. 괴롭다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이 모두 한생각의 차이일 뿐이라는 걸 항상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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