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리채근』에 나오는 ‘세존유산범찰(世尊遊山梵刹)’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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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선리채근』에 나오는 ‘세존유산범찰(世尊遊山梵刹)’에 대하여 여쭙겠습니다. 한때 부처님이 사부대중을 거느리시고 어느 산을 지나가시다가 한 자리에 앉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여기가 좋은 명당이니 이곳에 큰 범찰을 하나 지으면 좋을 것 같다." 하시니 제석천왕이 앞에 나타나서 풀 한 포기를 땅에 꽂고는 “범찰이 다 지어졌습니다.” 하니 부처님이 빙그레 웃으셨다고 합니다. 웃으신 뜻이 무엇인지 또 제석천왕은 무슨 뜻으로 땅에 풀 한 포기를 꽂았는지 가르침 주시길 바랍니다. 그 제석천왕의 법거량이 벽지불의 경지인지 아니면 어떤 다른 경지인지, 저희들이 공부하는 데에 도움이 되게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부처님이 여기다 절을 짓겠다 한 것도 그놈이 한 것이고, 제석천왕이 풀 한 포기 꽂은 것도 그놈이요, 사찰을 지은 것도 바로 그놈이요, 웃은 것도 그놈입니다. 다른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벌써 이 풀 한 포기 딱 꽂을 때는…, 제석천왕이라는 것은, 비유를 하면 선생님 몸 안에 선생님이 많이 들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생님이 제석천왕이 아닙니까? 혼자 사찰을 짓는 게 아니죠? 사과 하나를 잡숴도 혼자 먹지 않죠? 여러 명이 먹으니 말입니다. 그러니까 제석천왕이죠. 그러니까 모든 일체제불의 마음, 그 일체 중생의 마음이 한데 합쳐진 거를 제석천왕이라고 합니다. 천왕이거든요. 이 모두가 하나로 돌아가는 거를 말합니다. 그래서 풀 한 포기 딱 꽂았다 하는 건 생각을 딱 거기다가 집중했다 이거죠. 그러니까 한마음이 집중을 한 거죠. 한마음이 집중을 하니까 그 사찰이 그대로 지어졌다 이 소립니다. 그러니까 빙긋이 웃었다. 바로 그놈이 그놈이요, 그놈이 한 거니까 그냥 웃는 게 대답이죠, 뭐. 그러니까 혼자 웃은 게 아니죠, 또 그것도.
아, 여러분! 말이 났으니 말이지 지금 끄떡끄떡하는 것도 혼자 끄떡거리십니까? 하하하…. 아니, 혼자 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혼자 먹는 것도 없고, 혼자 입는 것도 없고, 혼자 사는 것도 없고, 혼자 일하는 것도 없고, 혼자 사랑하는 것도 없고 전부 헤아릴 수 없는 자기가 그냥 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는 자기가 그렇게 나투기 때문에 아버지로도 나투고 또 남편으로도 나투고 또 형으로도 나투고 아들로도 나투고 사위로도 나투고 이렇게 다양하게 나투는데 한 몸을 가지고 그렇게 여러 얼굴을 할 수가 없죠. 그러니까 부처님 얼굴을 한 몸에다가 수없이 해 놨죠. 손으로 천차만별의 일을 다 하죠. 손이 얼마나 많습니까? 어떤 거 할 때 내 손이 했다고 할 수 없으리만큼 말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안에 있는 나도 얼마나 많습니까? 수억겁 광년을 내려오면서 미생물에서부터 이 인간으로 화했다는 걸 알고 싶으면 내 속을 들여다봐라 이겁니다. 증명서가 바로 여러분 몸 안에 있으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그 도리를 넓히면서 알면서 이렇게 해야 어디 가든지 서슴없이 팍 쪼개서 맛을 보고 먹고, ‘아! 참 맛 좋고 시원하다.’ 이렇게 먹을 수 있고, 그렇게 먹고도 그 씨는 되남아서 이듬해 또 먹어요. 그러니 아주 영원토록 먹는 거죠. 이 도리가 얼마나 광대하고 묘하고 영원한지 모를 겁니다.
우리가 마음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요, 이 정신세계의 마음을 못 배우면요, 영혼이 죽어서 말입니다, 죽어서 아휴, 자기 몸체가 있는 줄 알아요. 옷을 벗었어도 벗은 걸로 알지 못한다니까요. 그래 가지고 물에 빠져 죽을까 봐 못 가고, 불에 타 죽을까 봐 못 가고, 또 귀신들 많고 짐승들이 많은 데는 잡아먹힐까 봐 못 가고, 이렇게 넘어서질 못하는 거죠.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했고, 부처님께서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저 언덕을 넘어서야 하느니라.” 하셨는데, 이 도리를 알고 보면 언덕을 넘어갈 것도 넘어올 것도 없단 얘기죠. 그 도리를 알면 산 부처죠. 산 법신이고요. 가만히 있으면 산 부처고 생각을 냈다 하면 법신이고 몸을 움죽거렸다 하면 화신이에요, 그냥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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