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요 > 길을 묻는 이에게

우리 스님이 어느 날 이렇게 말을 합디다. “스님!” “왜 그러니?” 그러니까 “제가 아파 보니까요, 참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자기가 아파 보니까 아픈 사람의 심정을 그냥 꿰뚫어 알 수 있겠다는 얘기죠. 그런데 가난한 것도 죕니까? 가난한 것들이 댁에서 과거에 부자로 살  때에 남을 업신여기고 그렇게 하치않게 봤기 때문에 또 한 바퀴 돌아온 겁니다. 그러니까 가난하더라도 외려 그걸 공부로 아세요. 공부로 알고 거기다 놓으시고, 어떠한 문제가 닥치더라도 ‘아하! 그 아주 평화로운 것도 있는가 하면 괴로운 게 닥치는 것도 있구나.’ 이 양면을 다 내가 겪어 봐야 그 뜻을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판단을 할 수 있고, 판단을 하게 되면 그 양면이 다 어렵다는 거를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부자로 살 때는 내가 그렇게 하질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 그것도 공부니까. 또 ‘가난하게 살 때, 어려운 일이 닥칠 때 그것을 다 공부로 알라’ 하는 것도 그 앞서 그러한 부자로 살았기 때문에 또 가난하고, 또 어떠한 게 닥쳐도 그 닥친 것이 있기 때문에 아, 이 양면을 다 알았단 말입니다. 알게 되는 거죠. 아무리 잘산다 하더라도 ‘그렇게 살지 말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고요. 또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이런 게 닥쳤는데, 이것이 나의 길을 인도하기 위해서 이렇게 생긴 거구나. 그 양면이 다 둘이 아니게 공부구나.’ 하고 그냥 공부로 아시고 거기다 맡겨 놓으시면요, 스스로, 스스로 옭매듭이 찰찰찰찰 풀려요. 풀리는 소리가 나요. 허허. 여러분들은 그 풀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믿지 못하십니까? 듣지 못하십니까? 또 보지 못하십니까? 진짜로 믿는다면, 자기 불성이 진짜로, 진짜로 자기 뿌리라면 그렇게 믿지 못하시겠습니까?
 
그래서 ‘정신계의 자기 뿌리는 보이지 않는 데서 모든 걸 대치하고, 보이는 데서는 육으로 대치한다’ 이거죠. 그래서 ‘둘이 아니게, 심봉과 바퀴와 둘이 아니게 돌아간다’ 이런 뜻이죠. 만약에 바퀴에 심봉이 끼지 않았다면 중심이 끼워지지 않았다면 바퀴가 어떻게 이탈되지 않고 굴러갈 수 있겠습니까.  그렇듯이 그 심봉과 바퀴가 그냥 저절로 돌아가니까, 그 돌아가는 데다가 그냥  물건을 넣어야 물건이 갈려 나오지, 돌아가지도 않는 데다가 물건을 넣는다면 갈려 나옵니까? 진짜로 이렇게 편안한 거를….

예를 들어서 ‘내일도 비가 오면 어쩌나, 어쩌나.’ 이러고 할 게 아니라, 허허허, 얼른 쉽게 말해서 이 비 오는 걸 지금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가정에서 어떠한 일이 닥쳐도 그렇다는 걸 얘기하는 거지. ‘아이고 비가 오면 내 이 설법을 해야 할 텐데 이거를 어쩌면 좋은가.’ 이렇게 끌탕할 필요가 없죠. 그거는 부처님께서, 예를 들어서 자기 연등부처가 알아서, 모두 두 몸이 아니고 모두 자기 제자들이고 자기 한 몸인데, 자기 자식들인데 어련히 알아서 할라구. 근데 내가, 이 몸뚱일 가진 내가 바등바등하겠어요? 안 그래요?

여러분들한테 그렇게 하시라고 지금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는 그렇게 살지도 않습니다. 그냥 닥치는 대로 걸음 걸어가는 대로 오거든요. 오게 되면 오는 거고, 안 오게 되면 안 오는 거고. 내가 했다고 나를 세우고 이렇게 살지 않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하셨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