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원망스러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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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저희 어머니는 저를 학교도 안 보내고 돈 벌어 오라고 내몰았습니다. 갖은 고생을 하며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제 인생은 없었습니다. 그게 한이 됐는지 지금은 결혼해서 그냥저냥 살고 있지만 어머니를 원망하는 마음이 늘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그 인연을 녹이고 효도를 좀 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는 미워하는 마음도 좋아하는 마음도 아무 느낌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댁이 아무리 고생을 했어도 나만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난 부모에게 너무 고마워서 감사하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지금 미워하다가 미워하는 마음도 또 이뻐하는 마음도 없다는데 댁이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뭐가 있었겠습니까? 미움도 고움도 없었죠? 당신이 그래도 어머니를 빌려서 이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이 공부를 할 수 있고 인생 공부를 할 수 있었잖습니까. 고생을 했기 때문에 인생 공부를 배웠지 고생을 안 했더라면 인생 공부를 못 배워요. 남이 쓰린지 고운지 또는 아픈지 그거를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거를 느끼게 됐거든요. 곱게 자란 사람보다 더한층 공부를 더 시켰으니 사자가 사자 새끼를 저 내리막에다가 내팽개친 거와 다름없잖습니까.
그러니 고맙게 생각하고 어머니날 꽃을 사서 드리면서 무조건, 밉고 이쁘고 떠나서 무조건 부모예요. 어머니가 살을 주고, 아버지는 뼈를 줬어요. 당신의 영혼은 거기에 부합이 돼서 삼합이 합쳐서 당신이라는 사람이 나왔는데, 그래도 감사히 생각하고 이제는 모든 거를 다 버리고 ??어머니, 감사합니다." 해야지요. 무조건 잘못한 거 잘한 거를 떠나세요, 이제. 모든 거를 맡겨 놓으시란 말입니다. 모든 거를 그 용광로에다가 집어넣고. 그러면 재산이 돼서 이 세상에 밝게 빛이 날 것입니다.
"어머니! 이 꽃을 받으세요. 이 꽃은 내 마음의 꽃입니다. 어머니, 꼭 건강하시고 오래 사세요. 딸 노릇을 꼭 할 겁니다." 그래야지, 밉도 곱도 않다는 게 어딨습니까? 그러지 마세요! 아무리 부모가 잘못했더라도 그때 당시는 아마 자식이 아팠던 것보다 몇십 곱절 아팠을 겁니다. 그거를 알아야죠. 부모는 자식을 배신하는 법도 없고 또 죽이는 법도 없어요. 환경이 그렇게 만든 거지. 그러면 그 환경을 누가 가져왔습니까? 자기가 과거에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현실에 닥쳐온 거예요. 바로 과거에 자기 산 대로 닥쳐온 거지 누구의 탓도 없단 말입니다.
부모는 자식한테 효도를 받으려고 하는 것보다도, 어느 부모든지 자식이 좀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 어디가 병들었다 그런다면 얼마나 아파하는지, 그거는 자식들 입장에선 생각조차도 못 할 겁니다. 나가서 다녀도 좋은 게 없고 아무리 우스운 일이 있어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 그런 부모가 돼 버리고 맙니다. 이게 효도입니까, 어디? 그러니까 막 굴리지 말라 이거죠, 젊은이들도. 자기 몸 막 굴리면, 자기 생각대로 막 굴리면 그건 효도도 못 할 뿐만 아니라 충성도 못 하죠. 또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고 그랬잖습니까. 자기 몸에 들어 있는 자기 중생을 제도 못 할 땐 자기 집이 있으나 마나예요. 제도 못 하면 자기 집도 망가지지, 자기 집 속에서 사는 자기의 의식들도 다, 인연들도 다 그냥 끊어지는 거죠.
그러니 여러분이 부모에게 뼈를 받고 살을 받았는데 인간이 돼 가지고 진짜 사람이 못 된다면 어떻게 효가 될 수가 있겠습니까? 부모에게 잘해 드리고 잘 입혀 드리고 그래서가 아닙니다. 내 몸을 잘 간직해서 건강하고 진짜 인간이 됨으로써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는 거다 이겁니다. 아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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