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심을 놓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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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려면 분별을 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데 마음공부를 하는 데는 분별심을 다 놓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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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학술적으로나 경학으로 모든 것을 일일이 따져서 배우려면 천 년이 가도 다 못 배울 겁니다. 다 못 배울 뿐만 아니라 깨치지도 못하실 겁니다. 그러나 제가 여러분께 인도해 드리는 거는 “항상 일거수일투족이 다, 내 몸에서 나오는 거는 다 그놈이 하는 거다. 모든 것을 작용하게 해 주는 의식들도, 생명들의 의식들도 다 다스리는 그놈이 하는 거다.” 하는 겁니다.
이 모든 오장육부의 소임을 맡고 있는 그분들, 그분들이라고 해도 돼요. 사람 속에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분들도 다 내 선장의…, 선장이라는 건 여러분의 마음에 따라서 응해 주면서 밀고 나가는, 그 천차만별의 의식의 힘들 말입니다. 그런 걸 본다면 요만한 거 하나 빼놓지 않고 내 몸뚱이가 움죽거리고 사는 것이 모두 나의 불성 원동력이 그렇게 힘을 배출해 주는 까닭에 움죽거리지 않고도 이 우주 천하를 다 움죽거리게 하는 그런 능력을 가졌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인간의 마음의 근본은 국한돼 있는 게 아닙니다. 무한대입니다, 무한! 항상 진화해서 발전시키고, 발전하면서 또 거듭거듭 발전할 수 있는 무한한 심성의 근본입니다. 우리가 마음공부를 하면서 반야줄이라는 자기의 줄을 잡고서 나가는 거는 당연하지만, 본래는 반야줄이라는 것도 없고, 마음이라는 것도 없고, 문이라는 것도 없고, 교차로라는 것도 없이 그대로 그렇게 여여하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가르치기 위한 방편의 이름일 뿐입니다.
여러분이 이해하시게끔 한번 이렇게 뒤집어 봅시다. 이 세상의 도리로 악이다 선이다, 나쁜 거다 좋은 거다, 모자라다 영리하다, 길다 짧다, 죄가 있다 없다 하는 것이 논의되는데 이것이 자기를 막아 놓는 것입니다. 그런데 죄가 있다 없다도 없습니다. 참 미묘한 거죠. 인간은 당연히 고등적인 차원이기 때문에 이러니저러니 하는, 죄가 있다 없다, 업이 있다 없다, 무명이 있다 없다 이런 게 근본에는 없습니다.
내가 항상 “죄가 있든지 없든지 무조건 믿고 무조건 놔라.” 이랬습니다. 그것입니다, 바로! 무조건 놓게 되면 무조건 사대로 통신이 되면서, 모든 오장육부의 의식들도 통신이 되면서 대뇌를 통해서 정수에 입력이 된다고 그랬죠. 입력이 되면은, 내 생각으로 잘됐다 못됐다가 없이, 잘된 것도 못된 것도 착이 없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분별이 없이 무조건 거기다가만 넣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놓게 되면, 앞서 차원으로 살아오면서 입력됐던 것이 다 없어집니다. 무조건 하고 없어지는 거죠. 무조건 놨으니까 무조건 없어지는 겁니다.
이 마음공부를 하는 데 그렇게 세세하게 이유를 따지고, 분별을 하고, 옳으니 그르니 한다면 저승 세상은 맛도 못 봅니다. 죽는 사람이, 한순간에 숨이 끊어질 텐데도 불구하고 자기 자식들을 두고 죽으면서 이유를 붙입디까? 죽는 사람은 이유를 못 붙여요.
그렇듯이 우리가 죽은 세상에 들어가서 모든 걸 할 수 있어야죠. 듣는 사이 없이 듣는 세상, 보는 사이 없이 보는 세상, 가고 오는 사이 없이 가고 오는 세상, 내가 자유자재로 ‘이렇게 하겠다’ 하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겠다’ 하면 저렇게 하는 거, 이게 평등공법의 원리입니다. 이유를 붙인다면 어떻게 그런 세상을 배우고 맛볼 수 있겠습니까?
죽으러 가는 사람이 ‘이 길이 옳다, 저 길이 옳다’ 이러고 갑니까? 죽는 사람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사라지는 겁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길에서 와서 길로 갔노라.’ 하셨지만 부처님만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도 역시 길에서 와서 길로 가는 겁니다. 한마디 더 붙이자면 ‘길을 걷다가 길로 간다’ 이런 말이죠.
그러니까 여러분의 마음에 살아오던 습과 착과 욕심과 그 의식으로 지내던 모든 것이 앙금처럼 앉아 있기 때문에 이 생각 저 생각이 복잡하게 일어나는 거죠. 지금 한세상 살아가기도 바쁜데, 그리고 귀찮은 일도 많은데, 생기는 대로 닥치는 대로 한마음 속에 모든 거를 다 놓고 편안히 그냥 길을 걸어가면 얼마나 편리합니까? 그 골치 아픈 거를 다 이유를 따지고…, 사람이 젊었을 때는 좀 따지기도 좋아하고 또 뛰어들기도 좋아하고 그러다가도 나이가 좀 들면 점점점점 식어집니다. ‘에이, 귀찮아. 그저 뭐, 끼어들어 봤자 그렇구.’ 이렇게 하듯이, 그냥 모든 거를 차례차례 닥치는 대로 다 놔 버리세요.
논설도 필요 없고 이론도 필요 없습니다. 이론을 따지다 보면 한이 없어요. 살아나가는 모든 것을 이론으로 따지고 하는데, 무의 세상에 공법의 도리로서 가고 옴이 없이 일을 하는 것은 그대로 내 한생각이라고 할까요? 생각이라고 해도 그것도 방편이죠. 이 물을 봤을 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싶으니까 그냥 먹었을 뿐이죠. 모든 일이 그러하다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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