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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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사월 초파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해마다 초파일 행사에 동참하면서도 부처님께서 49년 설하신 그 뜻을 깊이 새겨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올해는 그 가르침을 깊이 통찰하면서 부처님 오신 날을 뜻깊게 보내고 싶습니다. 올해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면서, 부처님께서 중생들에게 몸을 나투시어 저희들에게 그토록 가르치고자 하셨던 참뜻을 새길 수 있도록 가르침 청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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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면서, 어떠한 생각으로 이날까지 살아왔던가 한번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항상 마음의 인등을 켜면서 꺼지지 않도록 하고 왔던가 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일 년을 하루로 축소할 수 없다면 하루를 일 초로 축소할 수 없는…, 영원한 오늘이라는 이 도리를 여러분은 잘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부처님 오신 날을 계기로 우리 마음과 말과 뜻을 한 번 더 다져보는 그런 날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예전에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법회를 하는데, 석사나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 부부들과 천주교인, 기독교인을 막론하고 많은 분들이 법회 장소를 메웠습니다. 그분들이 많은 질문을 했는데, 그중 하나 기억나는 것이, 법회하는 날이 바로 부활절이어서 그랬는지 어떤 학생이 질문을 하기를 “부활절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사람이 살기 이전부터 생명은 있었으니 초 초마다 부활절이 아니겠느냐. 여러분이 생각을 일으키는 대로 부활절이지 달리 부활절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항상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부처님께서 오신 뜻이고, 인등을 켜는 것이고, 또 부활이 아니겠느냐. 우리는 작년의 초파일이나, 다가올 초파일이나, 내년의 초파일이나, 삼천 년 전 오늘이나 똑같은, 영원한 오늘의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그러니 부처님 오신 날이라 하면 모르는 사람이 그 나신 날을 기리기 위해서, 그 뜻을 배우기 위해서, 은혜를 갚기 위해서, 모든 면에서 그렇게 따르고 배우고 그 배움의 고마운 은혜를 갚기 위해서 모두 이 마음을 조아리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정해 놨겠지만 부처님은 나신 날도 없습니다. 그것이 무슨 말이냐 하면, 부처님 자체가 따로 생일도 없고, 따로 이름도 없고, 자기라는 부처도 따로 없고, 우주 세계가, 전체를 비춰볼 때 여러분이 만 명이라면 그 만 명이 부처님이 다 되니깐, 여러분이 여기 있어도 그 마음 안에는 항상 부처님이 결부돼서 있다는 얘깁니다.
지금 이렇게 우리가 서로 한마음으로서 살고 있습니다. 한자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우주간 법계에 우리가 같이 통하면서 같이 움죽거리면서 같이 한자리를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또, 한마음이라는 것은 전체 우주와 더불어 같이 한마음이라는 뜻입니다. 불교라는 것은 어느 한 종교로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진리로서 일체와 더불어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은 영원한 생명의 근본을 말하고, 교는 좋은 말씀을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풀 한 포기도 불교 아닌 것이 없죠.
그렇듯이 우리들의 일상이 그대로 불법인 것입니다. 보고 듣고 말하며 움직이는 것이 참선이며, 그 경계가 모두 공부할 수 있는 재료인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믿으며 그대로 실천할 수 있다면 오는 사월 초파일만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니라, 영원한 오늘이 바로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내가 있으니 항상 부처님 오신 날인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다고 하지만, 부처님은 열반에 드신 적이 없습니다. 열반이라 함은 돌아가시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깨달아 항상 여여함을 열반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몸을 가지고 살아 있으면서 열반에 드는 도리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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