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자 화두를 들고 싶은데...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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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자 화두를 들고 싶은데...

본문

질문

저는 조주선사의 無자 화두를 들고 있습니다. 큰스님의 법어를 보면서 일상의 모든 것을‘주인공’에 놓으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하듯이 저는 無자에다 놓고 있습니다. 때론 “주인공아, 어찌하여 없다(無)했는가” 하며 대화도 합니다. 저는‘주인공’이나 ‘無’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주인공보다는 無자를 더 들고 있습니다. 계속해서‘왜 없다고 했는가?’하며 無자를 들고 싶은데 어떻게 공부 해나가야 할는지요. 제 딴엔 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공부 길을 찾지 못한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질문 드립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이 도리를 배우고 증득해서 주머니 속을 벗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선 너무나 보고 듣는 게 많고 아는 게 많다보니 공부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봅니다. 좀 모르는 듯 해야 옛날 선지식들이 화두를 들고 무지막지하게 넘어왔듯이 그렇게 할 텐데 말입니다. 아는 게 많기 때문에 화두를 들고 있다 해도 물질로, 형상으로 치닫는 게 많고 알음알이가 많아서 진짜 정신계는 무시하고 돌아가는 경향이 많습니다.

옛날 그때 그 시절엔 화두를 주어 공부하게 하는 방편이 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으니 공부 방편도 바뀌어야 합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때에는 그냥 생활하면서, 돈 벌고 일하면서 공부를 하라는 것입니다. 이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바꾸는 게 아니라 방편이 다르고 이름이 달라진 것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공부하실 당시에도 화두를 주시는 일은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화두를 들고 깨우치신 것도 아니구요.

그런데 첫째, 우리가 화두를 어느 스님이 주셨다 그러면 화두를 끊지 말고 들어야지 하는 생각이 일차적으로는 일어납니다. 이차적으로는 거기에다가 모든 것을 일임하고서 앉으나 서나 끊기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좌선을 해도 꼭 그것을 가지고 ‘뭣고 뭣고 뭣고’하고 돌아갑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남이 준 화두를 바로 굴리질 못하고 꽉 쥐고 있는 것이나 같습니다. 그리고 화두는 마음으로 화두를 받은 것이지 화두라는 이름을 받은 게 아니에요. 안 그렇겠습니까? 이름이 없으면 받았다는 느낌이 없으니까 화두라는 이름을 준 겁니다. 그런데 그건 어떤 경우이고 간에 마음으로 마음을 주었지, 화두라는 이름을 주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받아들일 때 자기의 영원한 근본이 물 한 방울이라면 그 영원한 근본에 둘 아니게 수만 개를 넣는다 하더라도 물 한방울에 지나지 않는 겁니다. 그대로 영이죠. 그대로 한마음이에요.

한번 침착하게 생각을 해 보십시오. ‘사대(四大)와 오온(五蘊)이 공했는데 무엇을 가질 게 있고 놓을 게 있느냐’이런 말을 합니다. 그것은 자기가 스스로서, 내가 공하고 세상이 공했기 때문에 내가 하는 것마저도 공했고 내가 가질 것도, 가진 것도 공해 버렸으니까, 가질 것이 하나도 없다는 그 점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대로 여여하게 우리가 살아간다는 얘기죠, 놓고 간다는 얘깁니다. 그랬으니 항상 그릇은 비워져 있다는 얘긴데, 문도 없고 걸릴 것도 없는 것을 마음으로 지어가지고 어느 스님이 이렇게 하시니까 불법이다 라는 걸 쥐고서는, 그거를 놓질 못하고 가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 마음이 문을 만들어 놓고 열지 못하고 닫지 못하는 그런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내가 본래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질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이 몸뚱이가 화두입니다. 남한테 이끌려서 자기의 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수박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면서 이게 뭐냐고 하고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수박을 칼로 탁 잘라서 그 수박 속 맛을 볼 수 있는 그런 실천적인 공부를 해나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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