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탁 놓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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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들께서는 자꾸 놓으라 하시는데 저는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게 많아서 그런지 분별이 많아 탁 놔지지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탁 놓을 수 있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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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모두 각자가 다 이게 물건이 있으면서도 공입니다. 아는 거든지 모르는 거든지 머리에서 좀 아는 거는 다 공에다 놨으면 좋겠습니다. 놓는 것도 믿어야 놓을 수 있습니다. 덜 믿기 때문에 못 놓습니다. 모든 것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오직 들고 나는 것은 한군데밖엔 없습니다. 구멍 없는 구멍. 나고 드는 곳은 오직 그거 한군데밖엔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한군데를 노리고 거기에다, 놓는 것도 거기에다 놓으면 됩니다. 그건 무조건, 그냥 무조건이에요.
차라리 무지막지하게 모르는 사람 같으면 무조건 들어갑니다. 그런데 아는 게 머리에 너무 많단 말입니다. 꽉 찼어요. 그러나 그 아는 것도 똘똘 한데 뭉쳐서 그냥 공에다 놓으세요. 놔도 그 자리가 그 자리니까요. 머리에서 아는 게 떠올라도 처음에는 놓으셔야 합니다. 그럼 그걸 얻다 놓느냐?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거예요. 내가 없다면 공도 없다는 거. 바로 내가 공이니깐 나한테 놔야죠. 그것도 이름해서 ‘당신 주인공에다 놔!’ 하거든요. 내가 공인데 거기에 무슨 화두가 또 붙느냐 이겁니다. 내가 공이고 내가 화두인데, 그 화두에다 놔라 이거예요.
놔 버리다 보면 자연적 싹이 트게 됩니다. 그때에 의정이 나게 되죠, 정말 의정이. 그저 생활 속에서 의정이 아닌 게 없어요. 그때 딴 사람은 모르지만, 만약에 여러분이 다 놓을 수 있어서 다 놓게 되면, 그때 싹만 난다면 그때는 그 아는 거를 써먹게 되는 거죠. 저절로, 아니까 저절로 나오는 거지만 그건 이차입니다. 이차로 돌리셔야죠. 자꾸 그게 앞서기 때문에, 앞설 것이 자꾸 뒷서기 때문에 이게 엇갈리고 아리송하고 그렇게 되는 겁니다.
내가 나를 발견하는 거는 상당히 쉬운 것입니다. 그런데 좀 미련한 듯해야 쉽다 이겁니다. 그러니 아예 그냥 무조건 놔 보십시오. 지금 여러분의 머리에는 억만 가지로 이 실이 두리두리 두리두리 그냥 엉켜서 잔뜩 쌓여 있거든요. 이걸 풀려면 이 인간으로선 보이지 않는 실밥이 뭉친 거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데서 풀어야지, 보이는 데서는 절대로 풀 수가 없어요. 도저히 풀 수가 없습니다.
그냥 놔야 그 실밥은 한순간에도 풀릴 수 있는 거죠. 그 한순간에 풀린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모든 거를 쌓았기 때문에 탑 위에 봉우리가 올라가는 거지, 탑을 쌓지도 않고 그게 올라가나요? 그러니까 그냥 놔 보십시오. 오늘부터, 놔지나 안 놔지나. 그 본래 놔져 있다고, 놓고 간다 이런 것까지 아시는 분이 그 실천을 하지 못하시면 어떡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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