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놓는다 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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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관법 공부에 이제 인연이 되었는데 믿고 놓는다 함은 무엇을 어떻게 믿고 놓아야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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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처음에 여러분한테 “자기 주처에 몰락 다 놓아라.”라고 말합니다. 내가 있으니까 상대가 있다구요. 내가 없다면 상대도 없고 세상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열 번, 스무 번, 백 번을 해도 그게 감지가 안 되는 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되하고 되하고 합니다.
그러니까 먼저 거론돼야 하는 게 어떤 것을 믿고 놓아야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이 모습을 가지고 ‘이게 어디서 온 건가. 이게 뭣고.’ 한다면 벌써 늦습니다. 길을 가기가 늦어요. 그러니까 내가 이 세상에 났기 때문에 있다는 사실을 무조건 그대로 믿어야 되겠죠. 그게 없다면, 자기 불성이 없다면 움죽거릴 수도 없고 형성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불종자가 없다면 어떻게 형성이 됐겠습니까. 그러니까 이미 바로 나에게 주처가 있고 그 주처가, 바로 내 불성이 나에게 있다는 걸 믿어야죠. 일거수일투족을 다 그놈이 하고 다니니까요. 그게 바로 선장이거든요. 여러분의 몸은 바로 그 선장에 의해서 이끌어지는 거죠.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느냐 하면 이 기초가 잘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거수일투족 그놈이 하는 거니까 오로지 한군데다 몰락 놔야죠. 그놈한테다 놓는 그 작업이 오로지라야 됩니다. 또, 없는 걸 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해야만 넘어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참나가 있는 줄 알게 될 때, 몰락 놓아서 알게 되는 그때에, 둘이 아닌 도리를 알기 위해서 또 온갖 집착과 모든 거를 놓는 작업을 해야 하는 거죠. 이것은 나를 찾는 한편, 그 나를 찾는 과정 속에서 욕심과 집착, 그런 건 다 놓고 가게끔 돼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것 따로 하고 저것 따로 할 필요가 없죠. 그래서 그것이 완벽하다면 ‘아하, 참 여여하구나.’ 하는 걸 편안하게 알게 됩니다. 깨치고 안 깨치고 그걸 떠나서 말입니다. ‘참 편안하게 살겠구나. 생각이 참 중요하구나.’ 이런 걸 느끼고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냥 생각이냐, 생각 아닌 한생각이냐 그게 차이점이겠죠.
나쁜 게 있으면 좋은 게 있고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게 있으니까 양면을 다 놓아야 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그 양면을 다 놓게 되면 ‘아, 이게 모두 내 마음에 달려 있고 내가 모두 갖추어 가지고 있구나. 이 세상만사 살아나가는 게 내가 갖추어 가지고 있는 것이고, 사람이기에 갖추어 가지고 있구나. 이미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도 갖추어져 있구나.’ 하는 거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내가 이렇게 스스로 들이고 내고 들이고 내고 하는 게 편안하고 여여하게 들여지고 내지는구나.’ 하는 거죠. 그것은 여러분이 살아나가면서 생활 속에서 다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여기다 놓지 못하는 분들은 그렇게 못 하거든요. 편안하게 들이고 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그러한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하늘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눈도 한번 깜박거리지 않고 떳떳하고 여여하다는 것은, 어떠한 문제가 다가오지 않을 때는 떳떳하고, 다가올 때는 바둥바둥 애를 쓰고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오든지 안 오든지 그거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것을 대치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 버려야 하고 다 놓아야 한다 이 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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