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이 두터워 제 힘으로는 힘들다는데...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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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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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이 두터워 제 힘으로는 힘들다는데...

본문

질문

예전에 한 스승을 만나 수행을 했던 수행자입니다. 그 분도 큰스님처럼 내 안의 나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었습니다. 인간이란 무한한 존재이며 무명에서 깨어나서 자성을 보고 습기를 없애라고 자주 얘기했었습니다. 작년에 그분과 함께 큰스님 법회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 분과 헤어진 후 여러가지 끄달림으로 힘들어서 선원에 가끔 나가고는 있습니다. 그분 얘기로는 제가 좋지 않은 업이 너무 두터워 자기 힘으로는 다 지우기 힘드니 깨달으신 참 스승을 만나 어둠의 막을 지우도록 하라고 일러주고는 떠나셨습니다. 큰스님 저에게 은총을 내려주시길 바라며 간절히 글 올립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우리가 도반으로서 같이 이런 묘법을 공부하게 된 것을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인생으로 태어나서 이 마음도리를 모르고 간다면 세세생생 이 자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더 잘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생각하면 걸어온 발자취가 없듯이 우리가 지금 생활하고 가는 것이 듣는 것도 혼자가 아니고 먹는 것도 혼자가 아니고 만나는 것도 혼자가 아닙니다. 모두가 같이 더불어 돌아가는 이치죠. 그러기 때문에 사방 모두 합해서 평등 공법이라고 하는데, 모두 합해서 색이다 공이다 하는 것은 지금 말하듯이 하나도 혼자 하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거사님이 이렇게 자유스럽게 걸어다니시지만 내가 걸어다닌다고 내세울 게 없어요. 내가 항상 말씀드리죠? 몸 속에 수많은 내 자생중생들이 다 나이기 때문에 내가 혼자 걸어다닌 게 없노라고 말입니다. 혼자 보는 것도, 혼자 듣는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내세울 게 어디 하나나 있습니까? 그러기에 이 세상만사가 다 공했다고 하는 겁니다.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면서도 보이는 그 자체가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우리 자체가 영원한 것을 모르기 때문에, 즉 50% 반쪽만 알기 때문에 우리는 죽는다 산다에도 무척이나 걸리는 것입니다.

이런 게 있죠. 밥을 지을 때 밥통의 소케트를 끼워도 맞지 않으면 불이 들어오질 않아서 밥을 못 짓듯이, 우리 마음이 자생중생들을 다스리면서 화하게 만들어야 바로 부처님의 마음과 내 마음이 둘이 아니어서 항상 통신이 되는 것입니다. 일체제불의 마음은 항상 우리들의 마음과 직결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 마음을 주장자라고 하고 안테나라고 해도 됩니다. 내 마음의 안테나를 세워 놔야 일체제불의 마음이 내 마음을 통해서 불이 들어올 수가 있는 거죠. 그런데 만약에 소케트가 맞지 않는다면 불이 안 들어와 밥을 지어 먹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반드시 내면의 나부터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몸뚱이를 이루고 있는 자생중생들을 남이라고 생각해서는 아니 됩니다. 과거로부터 자기가 악업·선업을 지어온 표시입니다. 내 몸뚱이 속에 과거의 악업·선업이 다 들어 있고 또 지금 살면서 짓는 것은 미래의 선업·악업으로 입력되는 것입니다. 과거에 지은 것은 지금 나오고 현실에 짓는 것은 자꾸 입력이 되는 것입니다. 연방 과거에 입력된 게 나오면서 연방 미래로 또 입력이 됩니다. 그런데 과거로부터 오는 그 업식은 어디서 일어나느냐? 내 마음 속에 악업·선업의 중생들 의식에서 다 나오는 겁니다. 인연을 지어 놓았으니까요. 그래서 나오는 대로 다시 놓으면 미래의 업도 없어지고 과거에 진 것도 없어지니, 한 구멍에서 나오는 모든 걸 한 구멍에다 놓아라, 이런 소리입니다.

내가 이런 말을 또 하는 것은, 딱다구리가 나무를 그냥 덮어놓고 쪼으면 나무가 뚫어지듯이 그렇게, 무조건 그렇게 자문자답(自問自答)하면서 생활을 하면 그대로 생활이 참선이며 마음이 편안해지면 그게 바로 좌선이기 때문입니다. 생활이 없는데 부처가 어디 있으며 우리들이 없는데 부처가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들이 있으니까 부처가 있고 부처가 있으니까 우리들이 있는 것이죠. 항상 모든 것이 과거로부터 현실로 나오는 거니까 그 나오는 데다가 바로 놓아야죠. 바깥으로 허우적거리지 말고 안으로 모든 것을 놓아 맡기고 너만이 아픈 것을 낫게 할 수 있다, 너만이 화목하게 할 수 있다, 너만이 깨우치게 할 수 있다, 너만이 물리가 터지게 할 수 있다고 믿고 맡겨 놓아야 합니다. 육신과 정신이 둘이 아닌 까닭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그 믿음, ‘해 주시오’가 아닙니다.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죠.

그렇게 놓고 갈 때 비로소 딱다구리가 나무를 쪼아서 뚫으면 나무의 속이 비듯 자기가 그 속에 들어가서 집을 삼아 앉는다 이겁니다. 거기 앉으면 알을 까서 생산시키는 계기가 되죠. 그러니 근본으로 향한 마음에는 습도 업도 붙을 사이가 없다는 사실을 아시고 주인공에 모든 것을 믿고 맡기는 작업을 꾸준히 하셔서 참나를 발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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