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제대로 못하고 이 몸을 벗는다면...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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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제대로 못하고 이 몸을 벗는다면...

본문

질문

스님, 저는 평소에 물에 들어가기를 싫어하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며칠 전에 꿈을 꾸었는데 그 꿈에서도 꿈이었는데, 꿈이 꿈이라는 거를 모르기 때문에 살아 생전에서와 똑같이 그 물에 뛰어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꿈을 꾸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어놓은 의식들에 의해서 한 발자국도 옮겨놓지 못하고 살아가는데 이런 내가 과연 도통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고, 이렇게 부족한 내가 만약 이 몸을 벗는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그 물에 뛰어들 수 없었던 거는 자기가 있다는 생각때문에 그렇습니다. 자기가 꼭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불안한 것도 내가 있다는 것 때문에 불안한 겁니다. 내가 없다는 걸 알면 두려운 것도 없어요. 왜냐하면 세월이 말입니다, 끝도 없고 시발점도 없고 종점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죽기 전에, 사람이 살아 있을 때에 구경지를 이루어야지 죽고 나서는 공부를 못합니다, 부딪침이 없으니까. 여기서는 이렇게 내가 있고 상대가 있고, 나무니 돌이니 사람들이니 나쁜 거니 좋은 거니 다 이렇게 상대가 있으니까 공부를 하지만, 그리고 눈 달리고 귀 달리고 그러니까 다 할 수 있지만, 그러나 죽고 나서는 부딪침이 없기 때문에 공부를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살아서 대승이 되고 살아서 벗어나지 못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사실 깨달음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내가 그냥 찰나찰나 화해서 한 발 디디면 한 발 없어지고 한 발 디디면 한 발 없어지고, 이거 보면 저거 봐야 하고 이거 들으면 저거 들어야 하고, 이 사람 만나면 저 사람 만나야 하고 이거 하면 저거 해야 하고 이럴 뿐이니, 마치 바람같이 그냥 자꾸 한데로 돌아 달아나가고 만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밥 먹고 똥 싸고 그냥 그렇게 돌아가듯이 말입니다. 우리 생활이라는 것이 맨날 했던 거 되풀이하고 있는 거잖아요? 먹곤 싸고 먹곤 싸고, 그렇게 되풀이하잖아요? 그러고 자고 깨고 말입니다. 그게 하나나 남아 있는 게 있느냔 말이에요. 초월해서 그냥 돌아가니까, 남아있다 남아있지 않다는 말도 붙일 게 없는 거죠. 우리 먹고 사는 것도 붙일 게 없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모든 것에서 찰나생활을 해라 이런 거지요.

그리고 그렇게 인생이 돌아가는 걸 보면 우리 육신이 온 것만 해도, 사람으로 온 것만 해도 참, 불행 중 다행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은 그래도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벗어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인간으로 태어난 걸 한탄말고 열심히 닦으라고 하는 겁니다. 열심히 닦아라. 그렇다고 해서 또 뭐 닦을 게 있어서 닦으라는 줄 알지 말고요. 물건이 없는데 닦을 게 어딨고 먼지 앉을 게 어디 있겠습니까? 육조스님 말씀처럼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한 발 한 발 없어지는 것인데, 내가 뚜렷하게 있어서 지금 산다고 생각을 하지 말라 이겁니다. 나는 공부하기 위해서 환상(幻想)으로 지금 상대에 부딪치면서 돌아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살아서 그 뜻을 알아야 물뿐만 아니라 불구덩이, 지옥고도 늠름히 넘어갈 수 있어요. 오히려 그렇게 공부한 사람이 가는 발자국마다 지옥고가 다 없어진다고 하는 말을 믿으셔야 할 겁니다.

그래서 이 마음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야된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나뿐만 아니라 인연된 모든 이들을 구해서 다 천도시킬 수도 있고 밝게 이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모든 것을 나의 근본에 둘 아니게 일임하고 찰나생활로 살아가라는 거니까, 이러니 저러니 하고 괜히 걱정하지 말고 자유스럽게 살아가세요. 인생이 길다고 하지만 그렇게 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남한테 해롭게 하지 말고 폭넓고 지혜롭게 마음을 쓰며 살아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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